자동차 리콜 관련 법규에는 문제가 없나

[ 2018년 8월 21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최근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다수 매체는 디젤게이트의 영향으로 배기가스 관련 리콜 대상이 된 폭스바겐 그룹 브랜드 차들 중 리콜을 받지 않은 차들의 등록이 취소된다고 보도했다. 자동차 전문 매체인 오토모티브 뉴스 유럽이 독일 아우토모빌보케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독일 연방교통청(KBA)은 함부르크와 뮌헨에서 부정 배기가스 조절장치로 리콜 대상이 된 유로 5 디젤 엔진이 쓰인 폭스바겐 그룹 브랜드 차들 가운데 소유자가 리콜에 응하지 않은 일부 아우디 및 폭스바겐 차들의 등록을 취소했다고 한다. 

디젤게이트의 영향을 받은 차에 관한 처리 방법은 시장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독일에서는 강제리콜을 통해 리콜 대상차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미 널리 알려진대로, 폭스바겐 그룹 브랜드 차들 중 부정 배기가스 조절장치가 쓰인 것은 전 세계 약 1,100만 대에 이른다. 그 중 독일에는 약 246만 대가 있고, 우리나라에도 약 13만 대가 해당되어 수입사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자발적 리콜을 하고 있다.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리콜보다 구속력이 약한 서비스 조치가 진행되고 있다. 

같은 기사에서 인용한 KBA의 발표에 따르면, 6월 초까지 독일 내 리콜 대상차 246만 대 가운데 95퍼센트가 리콜 절차를 밟았다고 한다. 그리고 지역별 등록기관의 반복되는 경고에도 리콜에 응하지 않은 차가 0.6퍼센트로, 해당 차들에 최종적으로 자동차 등록 취소 절차를 시작한다고 한다. 비율로는 작아 보이지만, 댓수로는 약 1만 4,800여 대에 이른다. 그리고 이달로 유예기간이 끝나면 일부 해당차 소유자의 차는 9월부터 등록이 취소될 수 있다.

같은 내용을 다룬 영국 자동차 전문 주간지 오토카에서는 독일에서 리콜 불응을 이유로 차의 등록을 취소할 수 있는 이유를 KBA가 배기가스 부정을 ‘안전 관련’ 리콜로 분류한 데에서 찾았다. 현지 사정은 정확히 확인해봐야겠지만, 기사 내용으로 판단해 보면 독일에서는 안전 관련 강제 리콜에 차 소유자가 정해진 유예기간을 넘겨서까지 불응하면 차의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배기가스 관련 결함이나 문제는 환경 관련 사항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디젤게이트 관련 리콜은 환경부가 주무 기관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적어도 알려진 정보를 기준으로 보면, 독일에서는 디젤게이트에 관해 엄격하게 리콜처리가 이루어지도록 법규와 절차를 응용하거나 해석을 달리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뉴스는 국내에서 있었던 일련의 이슈에 대한 정부의 처리과정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선 디젤게이트 관련 처리 과정을 짚어보자.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는 디젤게이트가 불거지자 국내에서 해당 차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실시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속임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부정한 방법으로 인증받은 것 외에 추가로 시험성적서 조작이라는 인증부정이 드러나면서 해당 차종에 대한 인증취소가 이루어지고 과징금이 부과되었다. 이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긴 하지만, 인증취소는 실질적 판매중단 조치의 효과를 갖는 것이어서 이미 판매된 차에 대한 조치는 사실상 빠진 것이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유해 배기가스 발생을 억제하는 리콜 조치를 시작하는 시기가 늦어졌다. 이 역시 아우디폭스바겐 측의 부실한 리콜 계획 제출과 절차상의 이유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실제 주행하면서 유해 배기가스를 지나치게 많이 배출하는 차들을 그냥 방치해둔 꼴이 된 셈이다. 정부에서는 절차는 지켰을지언정 원래 법규의 취지인 환경오염 억제는 살리지 못한 것이다.

한편, 최근 잇따라 발생한 BMW 화재와 관련해서는 안전 관련 주무 기관인 국토교통부도 정해진 절차에 따른 처리 과정을 밟았다. 장관의 적절치 않은 발언이나 정부청사 내 BMW 차 주차금지와 같은 과장되고 미숙한 행정처리 같은 문제들이 있기는 했지만, 국토교통부는 관련법규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단계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했다. 화재 관련 리콜 대상차 소유자는 물론, 화재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다른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음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정부와 BMW의 조치에도 운행 중 화재가 발생하는 일이 추가로 생기는 등 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법규의 근본취지를 살리려면 정부가 더 이른 시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자동차 결함이나 문제를 다루는 법규에 허점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분명 정부는 절차대로 일을 처리하고 있지만, 법규의 근본 취지에 어긋나거나 맹점 때문에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앞서 든 예 말고도, 한동안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잊을만 하면 일어나는 급발진 사고와 같은 문제는 제품결함이 의심되는 경우가 있는데도 정부가 나서도 좀처럼 원인규명이나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그간 밝혀진 문제들을 바탕으로 자동차 결함을 다루는 법규와 행정절차에 대대적인 손질도 필요하다. 이익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기업의 부정과 일탈로 인한 제품결함을 막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법규와 제도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한 독일의 사례처럼, 법규의 취지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깊이 있는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로 나뉘어 있는 리콜관련 업무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통합기관을 만들어 넘기는 것도 바람직하다. BMW 화재 관련 리콜에서도 볼 수 있듯, 자동차가 가진 복잡한 구조적 특성 때문에 안전과 환경을 따로 떼어 놓고 생각하기 어려운 일들은 종종 생기기 때문이다. 정부가 모든 일을 다 맡아서 해결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최소한 맡은 일은 제대로 할 수 있는 구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