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업체의 생사여탈권은 결국 소비자에게 있다

[ 2018년 8월 27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추석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명절에도 많은 사람이 고향을 찾아 성묘에 나설 것이고, 성묘 전후로 벌초를 위해 선산을 찾을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추석 즈음이면 벌초를 위해 여기저기서 예초기를 쓰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최근들어 쉽게 쓸 수 있는 충전식 전동 제품이나 부탄가스를 쓰는 제품도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예초기의 주류는 소형 가솔린 엔진을 쓰는 제품이다. 그리고 그 중에도 이제는 승용차 엔진에는 쓰이지 않는 2행정 엔진을 쓰는 것도 꽤 많다. 2행정 엔진이 어떤 예초기에 쓰이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면, 휘발유에 엔진오일을 일정 비율 섞어 연료통에 붓고 쓰라고 사용설명서에 적혀 있거나 판매상이 그렇게 설명해주는 것이면 거의 틀림 없다. 

2행정 엔진은 일반적으로 배기량이 같은 4행정 엔진보다 힘이 좋고 구조가 간단해 예초기의 동력원으로 쓰기에 좋다. 자동차에서도 같은 이유로 오랫동안 소형차에 2행정 엔진이 많이 쓰였지만 지금은 모두 퇴출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어렵고 연료를 많이 소비하기 때문이다. 2행정 엔진 예초기를 쓰다 보면 엔진 오일이 탈 때 나는 특유의 매캐한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묘지처럼 비교적 주변이 트인 공간에서 쓸 때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예초기용 엔진에는 배기가스 정화장치조차 달려 있지 않으니 그 역시 오랫동안 맡으면 몸에 좋지 않다. 

하물며 자동차는 어떨까. 교통밀도가 높은 도심에서 2행정 엔진으로 달리는 자동차들이 많이 모이면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오염도는 치명적일 정도로 높아질 수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로 스모그를 비롯한 환경문제가 생기고, 그 때문에 환경규제가 생기고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강화되었다. 환경규제 특히 배기가스 규제는 각 나라 또는 지역공동체 정부가 맡지만, 자동차 업계의 입김이 완전히 배제되지는 않는다. 쉽게 말해 지켜야할 배기가스 기준을 제시하고 자동차 업계에 시간적 여유를 준다. 물론 기준을 정할 때에도 학계나 업계와 조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업계에 주어지는 시간적 여유는 늘 조금 빠듯한 수준에 맞춘다. 업계가 규제에 느슨하게 대응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주려는 목적도 있고, 사회적으로는 당연히 대기오염을 최대한 빨리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긍정적 의미의 정치적 당위성이 뒷받침되는 것이다. 

이에 자동차 업계는 시간과 비용을 놓고 저울질하고, 어떤 기술을 어떻게 살리고 죽일 지를 판단한다. 그것이 1960년대 이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환경규제와 대응의 흐름이다. 물론 지금의 배기가스 저감기술이 자리를 잡기까지는 더 많은 타협이 있었다. 자동차 업계는 규제도 통과해야 하지만, 제품에 적용하는 기술을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 맞출 수 없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에서 2행정 엔진뿐 아니라 공랭식 엔진이 사라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환경규제였다. 규제가 없었다면 자동차 업체들이 배기가스 저감기술이나 정화장치를 개발하는 속도도 지금보다 훨씬 더디거나 정체상태였을 것이다.

지난 50여 년에 걸쳐 자동차에서 많은 변화와 발전이 있었는데, 핵심 동력원인 내연기관을 놓고 보면 성능과 효율만 좋아진 것은 아니었다. 규제의 영향으로 대기오염 물질의 배출량도 크게 줄었다. 그럼에도 규제 기준은 더 높아지고 있다. 공기와 같은 환경 뿐 아니라 자동차 보급과 사용 형태, 도시화와 교통여건 등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 전반도 꾸준히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학의 발전은 그동안 뚜렷하지 않았던 각종 질병의 원인을, 과학의 발전은 전에는 몰랐던 대기오염의 원인을 더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환경은 워낙 다양한 변인과 인자가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이어서, 정확한 원인 분석은 거의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이루어진 여러 연구는 지금의 것은 물론 앞으로 더 강화될 규제의 방향성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요즘 불거지고 있는 자동차의 여러 문제 특히 승용차용 디젤 엔진과 관련한 이슈들은 자동차 업계의 규제 대응능력이 거의 한계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시행 예정이거나 검토되고 있는 기준에 대응할 수 있는 배기가스 정화기술은 아마도 내연기관 발전의 거의 마지막 단계가 될 듯하다. 2행정 엔진이나 공랭식 엔진이 그랬듯, 내연기관의 일부 기술은 단계적으로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그 과정에서도 자동차 업계의 시간과 비용에 관한 저울질은 계속된다.

연료전지 전기차가 되었건 배터리 전기차가 되었건, 아직 자동차 업계가 제품을 쏟아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단지 인프라 때문만은 아니다. 자동차에서 퇴출된 2행정 엔진이 예초기에서 아직 살아남을 수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제한된 환경에서는 여전히 소비자를 설득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어떤 기술이 되었든, 자동차 업계는 소비자에게 설득력 있는 값으로 내놓을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제품화에 적극 나설 것이다. 그리고 알맞은 시기에 알맞은 값으로 그런 제품을 내놓지 못하는 회사들 역시 자연스럽게 퇴출될 것이다.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자동차 업계가 규제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정보들 속에서 어떤 것이 바르고 그렇지 않은지 제대로 걸러낼 필요가 있다. 모든 기자가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지만, 누가 제대로 된 전문가이며 그들이 내는 목소리가 올바른 것인지 판단할 수 있을 만큼의 지식은 갖춰야 한다. 소비자들도 좀 더 관심을 갖고 정보를 걸러서 수용하고, 규제와 업계의 대응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자동차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는 시대에, 국내 업체가 되었건 외국 업체가 되었건 자동차라는 개별 제품은 물론이고 자동차 업체와 브랜드에 대한 평가와 판단 기준도 과거와는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결국 기술이든 업체든, 생사여탈권을 손에 쥔 사람은 자동차를 사는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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