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테슬라와 반격 시작한 프리미엄 브랜드

[ 2018년 9월 10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2015년부터 2016년까지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세계 여러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양산의 비전을 밝혔다. 당시 그들이 내놓은 전기차 양산 시간표는 올해부터 2020년 사이에 몰려 있었다. 그리고 이제 하나둘씩 프리미엄 브랜드 양산 전기차들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전동화 브랜드인 EQ의 시작을 알리며 2016년 파리 모터쇼에서 콘셉트 EQ를 발표했다. 그 자리에서 메르세데스-벤츠는 2022년까지 배터리 전기구동 모델 수를 10가지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놓았다. 재규어는 2016년 로스엔젤레스 모터쇼에서 아이페이스(I-Pace) 콘셉트카를 내놓으며 양산 시기를 2018년으로 못박았다. 재규어는 아이페이스 공개를 전후해 배터리 전기차 포뮬러 경주인 포뮬러 이(Formula E)에 출전하며 전기차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와 개발 의지를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아우디는 2015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E-트론 콰트로 콘셉트카를 내놓고 2018년부터 콘셉트카를 바탕으로 만든 전기 CUV를 양산하겠다고 밝혔다. 포르쉐도 같은 장소에서 미션 E 콘셉트카로 전기차 시장 진출을 알렸다. 세단 스타일인 미션 E 콘셉트카의 양산 시점은 2020년으로 계획되었다. 

이처럼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전기 CUV 생산에 적극 나서게 된 배경에는 테슬라가 모델 S와 모델 X로 프리미엄 승용차 시장에 뛰어들고, 미국 시장 중심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 자극제가 되었다. 거기에 2015년 가을에 터진 디젤게이트는 디젤 엔진에 주력하고 있던 독일 등 유럽 자동차 회사들이 자동차 동력원을 내연기관에서 전기 모터로 전환하는 데 한층 더 속도를 내는 계기를 마련했다.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동력원의 전동화를 추진하려던 회사들이 제품 전략과 개발 우선순위를 조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시간이 흘러, 여러 업체가 제시한 출시 일정이 다가왔고 실제 제품의 모습이 하나둘씩  베일을 벗고 있다. 가장 먼저 양산차로 시장의 문을 두드린 것은 재규어다. 오스트리아에 있는 마그나가 위탁생산하는 아이페이스는 지난 3월에 양산 모델이 첫 선을 보였다. 재규어는 당초 8월 중 본격 양산을 시작해 9월 말부터 출고할 예정이었지만, 생산 관련 문제로 일정을 늦춰 연말 정도 되어야 출고가 가능할 전망이다. 90kWh 배터리를 쓰는 아이페이스는 실제 주행조건에 가까운 WLTP 사이클 기준으로 470km 주행이 가능하다.

아우디는 3월에 E-트론 콰트로 콘셉트카의 시험제작차인 E-트론 프로토타입을 공개한 데 이어 지난달 미국 파이크스 피크에서 감속 에너지 회생 기술의 효율성 등을 시연하는 등 양산차에 적용된 기술을 공개했고, 9월 3일부터 벨기에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해 오는 9월 17일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출시행사를 열고 예약판매를 시작한다. 95kWh 배터리를 쓰는 E-트론은 한 번 충전으로 최대 500km를 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9월 4일에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이벤트를 통해 콘셉트 EQ의 양산 버전인 EQC를 공개했다. 앞뒤 차축에 각각 하나씩 설치된 전기 모터는 총 출력이 300kW(약 408마력)에 이르고, 충전전력량 80kWh인 리튬이온 배터리를 이용해 최대 450km(유럽 NEDC 기준) 주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양산은 내년 중 독일 브레멘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에서 시작해, 예정된 2019년 중반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가게 된다.

미션 E 콘셉트카에 뿌리를 둔 포르쉐 양산 전기차의 이름은 지난 6월에 타이칸으로 확정되었고, 2019년부터 생산된다. 구체적 정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포르쉐는 파나메라와 비슷한 가격대에 NEDC 기준으로 최대 500km 주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처럼 올해 말부터 2020년까지 프리미엄 브랜드 배터리 전기차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정작 전기차 경쟁의 불을 당긴 테슬라는 현주소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브랜드 첫 대중적 성격의 모델인 모델 3 생산이 최근 들어 제 궤도에 오르면서 브랜드 전체 판매를 끌어올리고 있다. 양산 초기만 해도 생산이 원활하지 않아 구설수에 올랐고, 일런 머스크 CEO가 인터뷰에서 ‘생산 지옥’에 빠졌다고 할 정도였다. 그러나 계획보다 훨씬 늦기는 했지만 6월 마지막주 들어 주당 5,000대 생산 목표를 달성했고, 이후로 최소 주당 3,000대 이상 생산을 이어 나가고 있다. 나아가 8월 미국 판매량으로는 테슬라 모델 3이 BMW 승용차(SUV 제외) 전 모델을 넘어서기도 했다. 8월 한 달 동안 미국에서 팔린 BMW 승용차는 1만 4,450대였고, 테슬라 모델 3은 약 1만 7,800대가 판매된 것이다. 

그러나 테슬라 내부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머스크는 8월 초 테슬라를 상장 폐지하고 개인 소유 회사로 만들 생각이 있다는 얘기로 파문을 일으키고, 월말에는 계획을 철회하는 등 엇갈리는 행보를 보였다. 그리고 9월 들어 회계와 인사책임자가 잇따라 회사를 떠나는 등 외부에서 보기에 혼란스러운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테슬라 고위 임원이 교체되는 일은 워낙 자주 일어나고 있어 새삼스럽지 않지만, 이번에 사임한 회계책임자 데이브 모턴은 입사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물러나 배경에 대한 추측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라디오 쇼에 출연한 머스크가 방송 중 마리화나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모습이 인터넷으로 방송되어 파문을 일으켰다. 모델 3 생산도 생산목표를 채우기 위해 천막 공장을 만들고 생산인력을 긴급 수급해 품질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테슬라가 과연 프리미엄 브랜드냐에 관한 논란은 여전하지만, 전기차 영역에서 가치 기준을 바꾼 것은 분명하다. 이제 기성 프리미엄 브랜드의 공략이 본격화되면서, 과연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에서 누렸던 지배적 입지가 달라질 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테슬라가 기술 중심의 가치를 앞세워 소비자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면, 그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이미 전통적 가치 기반을 탄탄하게 갖춘 브랜드들이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새 제품들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애플이 아이팟과 아이폰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하드웨어 자체의 혁신성 말고도 개발과 사용환경이 만드는 생태계를 긍정적으로 바꾼 데 있었다. 지금까지 전기차에 대한 관심과 평가가 하드웨어에 집중되었다면, 앞으로는 더 편리하고 합리적인 전기차 생태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테슬라가 시장을 선도한 것은 분명하지만 생태계의 변화를 이끌 정도는 아니었다고 본다면, 본격적인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은 지금부터 시작한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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