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상용차라는 틈새 노리는 수소 연료전지 기술

[ 2018년 9월 24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승용차 분야에서 배터리 전기차(BEV)에 밀려 세간의 관심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연료전지 전기차(FCEV)가 상용차 분야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는 독일 국제 상용차 박람회에서 스위스 수소 에너지 기업 H2에너지(H2E)에 수소 연료전지 전기 트럭 공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양해각서에 따라 현대자동차는 H2E에 2019년부터 2023년까지 1,000대의 수소 연료전지 전기 트럭을 단계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되었다. 현대가 공급할 제품은 대형 트럭 엑시언트를 바탕으로 개발되고 있고, 넥쏘에 쓰인 연료전지 시스템 두 개를 병렬로 연결해 출력 190kW를 낸다고 한다. 8개의 수소 탱크에 저장된 수소를 이용해 한 번 충전으로 약 400km를 달리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토요타도 지난 7월 말에 새로운 연료전지 전기 트럭(트랙터)을 공개한 바 있다. 토요타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포털(Project PORTAL)의 무공해차 기술 연구의 중간 결과물인 이 연료전지 전기 트럭은 지난해 선보인 일차 시제차의 기술을 한층 더 발전시킨 이차 시제차다. 토요타 내부에서 ‘베타(Beta)’라고 부르는 새 연료전지 전기 트럭은 미국의 대형 트랙터인 켄워스 T680 글라이더를 바탕으로 개조한 것으로, 지난해 선보인 ‘알파(Alpha)’ 트럭으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 비치 항과 로스엔젤레스 사이를 1만 6,000km 이상 실제 주행하면서 얻은 정보와 기술을 바탕으로 연료전지 기술을 한층 더 발전시켜 만든 것이다. 

토요타는 켄워스 트랙터의 디젤 엔진 동력계를 전기 모터 중심으로 바꾸는 한편 토요타가 현재 양산해 판매하고 있는 연료전지 전기차 미라이 두 대의 부품을 활용해 베타 트럭을 만들었다. 즉 연료전지 전기 시스템에 두 개의 연료전지 스택과 12kWh 배터리, 700바 압력의 수소저장 탱크를 갖추고 있다. 모터 출력은 원형이 된 켄워스 디젤 트랙터와 비슷한 수준인 670마력 이상, 최대토크는 약 190kg∙m이고, 트레일러를 포함한 차량총중량(GVWR) 8만 파운드(약 36.3톤)로 최대주행거리가 약 320km(200마일)에 이르는 성능을 낸다.

지난 7월에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콘셉트카 형식으로 중형 상용 밴인 스프린터의 FCEV 버전인 콘셉트 스프린터 F-셀(Sprinter F-CELL)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보다 앞서 지난해에는 화물운송업체인 UPS는 아예 자체적으로 택배용 연료전지 전기차를 개발하기도 했다. UPS의 택배용 연료전지 전기차는 32kW 연료전지와 45kWh 배터리를 쓰고 10kg의 수소로 약 200km를 달릴 수 있다. 2016년 12월에는 미국의 신생 자동차 업체인 니콜라(Nikola)가 니콜라 원(One)이라는 이름의 전기 트랙터를 발표했다. 2019년 출시 목표인 이 트럭은 320kWh 배터리를 충전하는 주 전원으로 300kW 수소 연료전지를 쓰는 것이 특징이다. 니콜라는 수소 100kg을 충전하면 최대 1,900km를 달릴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와 같은 특성에 고무된 주류업체 앤호이저부시는 800대의 수소 연료전지 전기 트럭을 니콜라에 주문하기도 했다. 

현재 중형 및 대형 트럭은 대부분 디젤 엔진을 쓰고 있다. 크고 무겁거나 많은 양의 짐을 싣고 달리는  트럭의 특성과 디젤 엔진의 성능특성이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만큼 많은 양의 연료를 소비할 뿐 아니라 내놓는 배출가스의 양도 많다. 도시화와 소비형태의 변화 등 여러 이유로 대량 화물운송 수요는 경제규모가 큰 나라에서는 화물운송이 점점 늘어나는 흐름인 만큼, 배출가스 규제에 맞춰 개선된다고는 해도 디젤 엔진을 계속 쓴다면 중형 및 대형 트럭의 배출가스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따라서 트럭의 저공해 또는 무공해화는 앞으로 자동차 관련 업계가 중요하게 고려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런 배경이 트럭 동력계의 변화를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저공해 또는 무공해 구동계가 현실적으로 디젤 엔진을 대체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디젤 엔진 구동계 대비 가격 상승 폭이 무척 크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발표한 세미 트럭이 배터리 전기 구동계를 쓰는 대표적 대형 장거리 운송용 트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와 같은 성격의 차를 끌고 디젤 엔진 트럭과 비슷한 거리를 주행하려면 충전 전력량이 큰 배터리를 달아야 한다. 아무리 배터리 단가가 낮아진다고 해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용량의 배터리를 넣으려면 그만큼 값이 비싸진다. 

같은 조건이라면 상대적으로 연료전지 전기 트럭이 좀 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충분한 출력을 내는 연료전지 스택만 갖춰지면 배터리 충전량이 아주 높을 필요도 없고, 대형 트럭 정도 크기라면 수소 탱크를 설치하기에도 큰 부담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주요 거점간 이동을 하는 경우라면 수소 충전 인프라 설치 부담도 적다. 

다만 여전히 디젤 엔진 트럭만큼 차값을 낮추기는 어렵다. 핵심 구성요소인 연료전지 스택을 비롯해 전체 연료전지 시스템의 단가가 아직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가장 값비싼 것은 연료전지 스택으로, 희토류와 귀금속(주로 백금)을 많이 쓰는 탓에 값을 낮추기가 어렵다. 연료전지 기술 개발의 초점이 희토류와 귀금속을 적게 쓰면서 효율과 성능을 높이는 쪽에 맞춰져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연료전지 값이 2006년에 kW당 124달러였던 것이 2015년에 kW당 53달러 수준으로 50퍼센트 이상 낮아지고 내구성은 네 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울러 2020년까지 연료전지 값을 kW당 40달러로 낮추고, 수명을 5,000시간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기술을 제품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조건이 맞아 제품화에 이르렀다고 해도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한때 궁극의 미래 친환경차로 각광받던 FCEV는 배터리 단가가 급격하게 낮아져 BEV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설득력을 빠르게 잃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대로 대형 상용차 분야를 중심으로 FCEV에 힘을 기울이는 업체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용도와 사용범위에 따라 여전히 FCEV가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업체마다 다른 전략과 기술 수준 때문에 방향성은 다를 수 있어도, 장점과 설득력 있는 값으로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면 서로 다른 영역에서 BEV와 FCEV가 공존할 수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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