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기술은 어떻게 발달되어 왔나?

[ KAMA(한국자동차산업협회) 웹저널 2018년 10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타이어는 자동차의 여러 구성요소 중 노면과 직접 닿는 유일한 것으로, 차가 움직이려면 꼭 있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타이어의 구조와 특성에서 비롯되는 기능은 단순한 ‘바퀴’로서의 역할을 넘어선다. 타이어의 역할이 동력을 노면으로 전달해 차를 앞으로 달리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차의 운동특성에 미치는 영향이 무척 크기 때문이다. 물론 자동차용 타이어가 그처럼 다양하고 복잡한 특성을 갖기까지는 오랜 세월에 걸쳐 이루어진 진화의 과정이 있었다. 다만 흥미로운 사실은 타이어 관련 핵심기술과 설계의 대부분은 자동차 등장 초기에 해당하는 1920년대 이전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후로 이루어진 발전은 대부분 달라지는 자동차 환경에 대응하는 과정이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옛 굿이어 타이어 생산 모습 ©Goodyear

타이어는 자동차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존재했고, 자동차에 쓰이기 시작할 무렵에는 이미 어느 정도 진화가 이루어진 상태였다. 물론 타이어 시장이 커지고 제조업체가 흥하는 데에 자동차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자동차에 타이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할 즈음에 이미 기초적인 타이어 기술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것도 마찬가지다.

현대적 타이어가 탄생하기까지

타이어의 진화는 핵심 원료인 고무의 진화로부터 시작했다. 자동차가 등장하기도 전에 타이어의 탄생을 가능하게 한 인물은 찰스 굿이어(Charles Goodyear)였다. 그는 1839년에 고무가황법(vulcanization)을 발명했다. 고무가황법은 점성이 있는 소재인 생고무에 유황을 첨가하고 열을 가하는 것으로, 이 과정을 거치면 끈적끈적한 생고무가 굳어지면서 필요한 형태로 가공하기가 수월해지고 내구성이 높아진다. 굿이어는 이 공법을 우연히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나중에는 특허분쟁에서 패소하면서 상업적 이익은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이후 그의 업적을 기리는 뜻에서 프랭크 세이벌링(Frank Seiberling)이 1898년에 세운 타이어 및 고무 회사의 이름을 굿이어라고 지었고, 그 회사는 지금까지도 세계 타이어 업계의 손꼽는 강자 중 하나로 남아있다.

고무를 타이어의 원료로 쓸 수 있게 만든 것이 굿이어였다면, 내부에 공기를 불어넣어 공기압으로 타이어의 형태를 지탱하는 구조를 처음 만든 것은 로버트 톰슨(Robert W. Thomson)이었다. 그는 1846년에 처음으로 가황경화 고무를 쓰는 공기주입 타이어의 특허를 받았지만 그가 개발한 기술은 당시만 해도 수요가 크지 않아 주목받지 못했다. 오히려 40여 년이 흐른 뒤인 1888년에 같은 개념의 기술로 특허를 얻은 존 던롭(John Dunlop)은 상업적 성공과 더불어 명성도 얻을 수 있었다. 자신의 아들이 타는 자전거의 승차감을 좋게 만들기 위해 공기주입 고무 타이어를 개발한 던롭은 톰슨이 40여 년 전에 같은 발명으로 특허를 얻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던롭이 개발한 공기주입 타이어는 당시 자전거의 선풍적 인기와 더불어 성공을 거두었지만, 톰슨과의 특허분쟁 끝에 타이어 사업에서 손을 떼었다. 세계적 타이어 회사인 던롭은 그가 사업에서 손을 뗀 뒤에 그의 이름만 빌어 바꾼 이름이다.

미쉐린 1919 M 트레드 타이어 5214 – CC BY-SA 3.0 ClemRutter via Wikimedia Commons

1886년에 첫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타이어의 사용범위는 더욱 넓어졌고, 자동차와 타이어는 서로의 발전에 도움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1891년에 형제인 에두아르와 앙드레 미슐랭(Edouard Michelin, Andre Michelin)은 교체가 가능한 탈착식 공기주입 타이어를 개발해 특허를 얻었다. 이 타이어는 장거리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한 자전거에 쓰이며 장점을 입증했고, 이내 초기 자동차에도 쓰이기 시작했다. 국내에는 미쉐린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미슐랭은 그 이후로 타이어 업계의 선도기업 중 하나가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공기주입식 타이어는 모두 안쪽에 공기를 주입해 부풀리는 튜브가 따로 있어 바깥쪽의 타이어 케이싱을 지탱하는 구조였다. 이와 같은 구조적 특징에 큰 변화를 가져온 것은 튜브리스(tubeless) 구조였다. 튜브리스 타이어는 케이싱 안쪽이 밀폐된 튜브 역할도 겸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튜브리스 타이어 구조의 첫 특허는 1903년에 굿이어의 폴 리치필드(Paul W. Litchfield)가 얻었는데, 기술적 문제로 그의 것은 물론 다른 여러 특허도 실용화에 이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자동차의 성능이 점점 더 높아지면서 안전성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1908년에 프랭크 세이벌링이 발명한 그루브드(grooved) 타이어는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진보였다. 타이어의 접지면에 회전방향으로 파인 홈을 그루브(groove)라고 하는데, 이를 통해 타이어의 배수성이 높아지는 한편 단위접지면적당 압력이 높아지면서 구동력이 더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었다.

내구성 향상을 목표로

1904년에 자동차용 타이어를 위한 탈착식 림이 처음 등장하고 1906년에 굿이어가 타이어 교체 편의성을 높인 타이어를 개발하면서 자동차용 타이어 시장은 빠르게 커졌다. 그러나 험한 도로환경에서 파손이 잦은 타이어는 소비자에게 늘 골치거리였다. 타이어 업계는 점점 더 수명이 긴 타이어의 수요를 의식해 신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1900년대 초반 굿리치 타이어 생산 공정

1910년에는 타이어 업체 BF 굿리치가 가황공정 중에 카본 블랙을 첨가하면 타이어의 강도와 내마모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는 것을 발견했다. 카본 블랙은 곧 이전까지 쓰이던 산화아연을 대신해 타이어 원료의 핵심 첨가물이 되었고, 대부분 흰색에 가까왔던 자동차용 타이어는 카본 블랙이 쓰이면서 검은색이 되었다. BF 굿리치가 가져온 또 하나의 획기적 변화는 1937년에 합성고무로 타이어를 만드는 법을 개발한 것이다. 고무나무에서 추출한 수액으로 만든 생고무에 의존했던 과거의 타이어와 달리, 합성고무는 석유화학공정에서 얻은 원료를 이용해 균일한 품질의 타이어를 대량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수명을 늘리는데 한계로 작용한 것은 타이어 형태를 유지하도록 만드는 케이싱의 내부 소재즉 플라이(ply)였다. 타이어 케이싱은 오랫동안 섬유(직물)로 된 플라이를 고무가 감싸는 형태로 만들어졌는데, 이 직물을 회전방향에 대각선으로 엇갈리게 층층이 배치한 바이어스 플라이 타이어가 주로 쓰였다. 이 구조는 생산하기는 쉽지만 내구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따라서 타이어의 수명을 높이려면 플라이의 소재와 구조의 변화가 필요했다.

1922년에 던롭은 플라이에 캔버스를 쓴 타이어로 수명을 높였고, 미쉐린은 1930년대 후반 들어 금속 소재(스틸)를, 굿이어는 1947년에 나일론을 플라이 소재로 쓰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발전 끝에 현대적 타이어 구조를 확립한 것은 미쉐린이었다. 미쉐린은 스틸 벨트 래디얼 타이어 구조의 특허를 1946년에 출원했고, 1948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했다. 견고한 구조와 더불어 파손에 강해지면서 타이어의 내구성은 획기적으로 높아질 수 있었다. 이후 지금까지 타이어는 고무의 합성과 설계에서 수많은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와 미래의 타이어

타이어 생산 공정 © Continental AG

최근의 타이어 발전은 고효율과 안전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1970년대 말에 개발된 런 플랫(run-flat) 타이어는 주행 중 장애물이나 마모에 따라 흠집이나 구멍이 나 공기압이 줄어도 일정 속도를 유지하며 달릴 수 있는 타이어다. 이와 같은 타이어는 타이어 공기압 감지 시스템(Tire Pressure Monitoring System, TPMS)와 결합하면서 능동적 주행안전 기술의 구성요소로 발전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연료소비를 줄이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1992년에 미쉐린이 처음 내놓은 저 구름저항 타이어는 타이어가 구를 때 생기는 저항을 최소화함으로써 연료소비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지금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타이어의 모습은 지난 수 십 년 동안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 등 자동차의 성격을 바꿀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타이어는 다시 한 번 혁신적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미래의 타이어는 효율성이 더 중요해질 것이며, 도시형 이동수단으로 쓰이는 차에는 지금보다 더 폭이 좁으면서 가볍고 지름이 큰 타이어가 쓰일 가능성이 높다. 안전성을 고려해 자동차가 공장 출고 때 런플랫 타이어가 더 많이 끼워질 수도 있다. 사물인터넷 개념이 반영되어 자동차의 첨단 주행지원 시스템(ADAS)는 물론 도로 및 교통 관련 인프라와도 연결될 수 있다. 

안전과 환경보호를 위한 각종 규제는 타이어 생산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석유화학 원료 대신 천연원료나 재생원료, 바이오매스에서 추출한 원료를 쓰는 등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타이어에 관한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원료와 더불어 생산공정 및 환경의 친환경화도 진행될 것이고, 생산 시스템의 지능화와 더불어 기능과 용도에 따라 더 세분화된 맞춤 생산도 가능하리라는 전문가들의 예측도 있다. 여러 타이어 업체의 콘셉트 타이어를 보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타이어에 대한 아이디어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형태와 특성이 달라져도, 차와 길을 이어주는 요소라는 타이어의 성격은 달라지지 않으며, 자동차와 함께 계속 발전해 나가리라는 것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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