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인피니티 QX30

[ 모터트렌드 한국판 2019년 1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한때 틈새 모델이었던 콤팩트 SUV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주류 모델로 든든히 자리를 잡았다. 요즘 말로 ‘핵인싸’라고 하던가. 일반 브랜드는 물론이고 프리미엄 브랜드들까지 다양한 모델을 내놓고 있는 걸 보면 최신 유행의 중심에 있는 장르임에 틀림없다. 다만 국내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콤팩트 SUV들은 윗급 모델들에 비해 제 힘을 쓰지 못하는 분위기다. 크기가 작아질수록 프리미엄 브랜드가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요소가 줄어드는 것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그래서 프리미엄 브랜드 차에는 일반 브랜드 차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개성과 특별함이 필요하다. 아무나 사는 차가 아니라는 나름의 존재감이 프리미엄 브랜드 콤팩트 SUV에 어울리는 자질이다. 그런 점에서 인피니티의 첫 콤팩트 SUV인 QX30은 유독 흥미롭다. 인피니티라는 독특한 브랜드에서 태어난 색다른 성격의 차라는 점부터 그렇다. 메르세데스-벤츠와 얽힌 뿌리와 혈통에 관한 이야기를 배경에서 완전히 지워버릴 수는 없겠지만, 차근차근 들여다 보면 단순히 인피니티라는 포장만 입히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QX30은 새 모델이면서도 무척 낯익은 모습이다. 앞서 선보인 Q30과 꼭 닮았기 때문이다. 같은 차체를 가지고 Q30은 크로스오버 분위기로, QX30은 오프로더 분위기로 꾸며 완벽한 일란성 쌍둥이를 연상케 한다. 길이 4,425mm, 너비 1,815mm인 차체는 ‘콤팩트’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지금은 국내에서 볼 수 없는 윗급 모델인 QX50이나 QX70이 그렇듯, 커다란 바퀴를 감싸는 차체 위로 길게 누운 앞 유리와 쿠페를 연상시키는 지붕선을 따라 옆 유리가 낮게 솟은 모습에서 안정감과 속도감이 느껴진다.

쌍둥이도 꼼꼼히 살펴보면 구별할 수 있는 특징을 찾을 수 있듯, QX30도 Q30과 다른 성격을 알 수 있는 요소들이 곳곳에 담겨있다. 세부 디자인이 달라진 앞뒤 범퍼에는 새틴 크롬 색으로 칠해진 스키드 패드 스타일 장식을 더했다. 휠 아치를 포함해 차체 아래를 빙 두르며 이어지는 검은색 무광 가니시는 알루미늄 루프 레일과 더불어 SUV에 필요한 기능과 어울리는 스타일을 모두 담고 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높아진 지상고다. Q30보다 차체 바닥을 40mm 높이면서 비포장 도로에서 운전자의 부담과 높아진 차체가 주는 외모의 이질감을 모두 최소화했다.

실내는 겉모습처럼 유연한 곡선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스위치와 조절장치 등 세부 요소와는 별개로, 전체적인 분위기는 인피니티 특유의 것 그대로다. 대시보드 위와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부분은 가죽을 절묘하게 분할해 독특한 곡선과 곡면을 살렸다. Q30과 마찬가지로 천장은 낮지만 좌석은 높고, 거기에 지상고까지 높아서 운전석에 앉아 앞을 바라보면 SUV 느낌이 뚜렷하다. 좌석은 Q30과 달리 헤드레스트와 등받이가 분리되어 있고 몸을 좀 더 넉넉하게 잡아줘 편안하다.

Q30과 같은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에서 비롯되는 상쾌하고 매끄러운 가속감은 QX30의 매력 중 하나다. 211마력인 최고출력보다 1,200rpm부터 4,000rpm까지 고르게 쏟아져 나오는 35.7kg・m의 풍성한 토크가 가속을 부추기는 주역이다. 액티브 사운드 크리에이터는 주행 모드에 따라 엔진 소리가 주는 자극을 더 키운다. 반면 차가 서있을 때에는 실내가 무척 조용하다. 특히 엔진 진동이 아주 작아서, 인텔리전트 스톱 앤 스타트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때에도 잔잔히 들려오는 엔진 소리와 엔진 회전계 바늘 위치를 빼면 시동이 걸려있는 지 좀처럼 느끼기 어렵다.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변속 충격을 한껏 누그러뜨려 듀얼클러치라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을 정도다. 작고 가볍게 움직이는 기어 레버 옆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면 세 가지 주행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에코 모드에서도 가속감은 답답하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고, 스포트 모드에서는 토크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엔진 회전수를 높이 끌고가면서 가속의 재미를 더한다. 매뉴얼 모드에서는 스티어링 휠 뒤에 있는 변속 패들을 활용해 좀 더 적극적으로 운전할 수 있다.

민첩함을 조금 누그러뜨리기는 하지만, QX30에 들어간 인텔리전트 AWD 시스템은 주행안정성을 든든히 뒷받침 한다. 이 시스템은 보통 때 앞바퀴 중심으로 구동력을 전달하다가, 가속하는 정도나 접지력에 변화가 생기면 뒷바퀴로 보내는 구동력의 비율을 빠르고 자연스럽게 높인다. 능동적인 구동력 배분은 차체와 더불어 높아진 무게중심 때문에 커지는 차체의 기울어짐을 상쇄하는 역할도 한다. 인텔리전트 AWD 시스템이 더해지면서 차 전체 무게는 Q30보다 70kg 남짓 늘어났지만, 남자 어른 한 명 더 태운 정도의 부담에 크게 좌우되지 않을 정도로 힘은 충분하다.

스티어링 감각은 자연스럽고 직관적이다. 차체가 높은 만큼 코너에서 비슷한 성격의 해치백이나 세단보다 차체가 옆으로 좀 더 기울기는 하지만, 위아래나 앞뒤가 따로 노는 느낌 없이 일체감 있게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만큼 고르고 차분하게 방향을 바꾼다. 노면이 지나치게 거칠지 않은 한, 승차감은 적당한 여유와 탄탄함의 균형을 잘 보여준다. 잘 정돈된 섀시에서 비롯되는 담백한 몸놀림에 시원시원한 동력계가 합세해 만들어내는 주행감각은 QX30을 비슷한 크기의 콤팩트 SUV를 비교하는 무대에서 스포티한 쪽에 놓기에 충분하다.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앞좌석 위주로 공간을 구성한 탓에 뒷좌석은 조금 답답하다. 그러나 6:4 비율로 나누어 접을 수 있는 뒷좌석을 최대한 활용하면 두 사람을 위한 여행에 필요한 짐 정도는 가볍게 실을 수 있다. 7인치 터치스크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계기판의 다기능 디스플레이와 연동되는 부분이 적고, 화면 디자인과 메뉴 구성이 신선하거나 잘 정리된 편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능을 센터 콘솔에 있는 로터리 컨트롤러와 버튼으로도 다룰 수 있고, 국내에서 따로 설치한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인터페이스와 조작방법이 익숙해 누구나 쓰기 편리하다. 다른 인피니티에서도 그렇듯, 보스 10 스피커 프리미엄 오디오 시스템은 제법 잘 조율된 소리를 낸다.

안전장비도 잘 갖췄다. 기본 트림인 에센셜부터 전방 충돌 경고와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 전후방 주차 센서가 기본으로 들어가고, 상위 트림인 프로어시스트에는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 이동물체 감지 기능이 포함된 어라운드 뷰 모니터와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자동 주차 기능인 인텔리전트 파크 어시스트 등이 추가된다.

QX30은 혈통이 달라도 인피니티 SUV의 유전자가 확실히 담겨 있다. 작지만 옹골지고, 달리기에는 특유의 마초 냄새도 은근히 배어있다. 이런 성격의 콤팩트 SUV는 흔치 않다. 인피니티다움과 콤팩트다움. 그 두 가지를 하나의 차에 뚜렷하게 표현한 것만으로도 QX30은 특별하고, 프리미엄 콤팩트 SUV라는 장르에 어울리는 존재감을 갖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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