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모형 리뷰 – 라스타 1/18 페라리 FXX-K 에보

2022년 9월, 페라리 푸로산게 글로벌 공개 행사를 위해 이탈리아 마라넬로를 방문했습니다. 행사 전후로 페라리 측에서는 방문한 기자들에게 페라리 공장 및 박물관 등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는데요. 그 중 하나로 페라리가 코르세 클리엔티(Corse Clienti, 커스토머 레이싱) 프로그램을 위해 본사 건물 뒤편의 피오라노 트랙 옆에 새로 지은 건물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페라리 코르세 클리엔티 프로그램을 상징하는 휘장

코르세 클리엔티는 페라리가 VIP 고객들을 위해 마련한 프로그램입니다. 프로그램에 따라 고객들은 옛 F1 경주차들이나 트랙 전용 경주차인 XX 모델들을 직접 몰아볼 수도 있죠. 차들은 페라리가 관리와 운영을 하고 구매자들은 페라리가 스케줄을 잡으면 참여 여부를 결정해 트랙에 나가 차를 몰기만 하면 됩니다. 프로 레이서가 아니라도 프로처럼 차들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프로그램 참여 자격은 아주 까다로와서, 이미 몇 대의 페라리를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거액의 프로그램 비용도 지불해야 합니다.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도 공개하지 않고, 오직 상담을 통해서만 알 수 있습니다. 아무나 경험할 수는 없는 셈이죠.

페라리 코르세 클리엔티 프로그램 중 하나인 XX 프로그램에 쓰이고 있는 FXX-K 에보

2018년 3월에 방문했을 때에는 F1 경주차들과 XX 프로그램용 차들이 옛 창고 건물에 나뉘어 보관되어있었는데요. 이번에는 새 건물 2층과 3층에 차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차들은 건물 내에서 관리와 유지 보수를 받고, 필요할 때에는 곧바로 옆에 있는 피오라노 트랙을 달릴 수도 있습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직접 방문해서 차를 볼 수도 있고,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이 차를 둘러보고 상담도 받을 수 있고요. 물론 보유한 차를 매매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보관 중인 차들은 개인이 보유한 것이어서 보안이 이루어지고, 저같은 기자들은 설명만 듣고 눈으로 볼 수만 있을 뿐 현장에서 사진이나 영상도 찍을 수 없습니다.

이탈리아 마라넬로에 있는 페라리 박물관에 전시된 FXX-K 에보

이번 방문 때 특히 눈길을 끈 차는 FXX 프로그램에 쓰이는 최신 모델인 FXX-K 에보였습니다. 2017년에 첫선을 보였으니 아주 새 모델은 아니지만, 실물을 접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일 만큼 흔치도 않고 쉽게 공개되지도 않는 모델이죠. 현장에 전시된 차들 가운데에는 XX 프로그램 첫 모델인 엔초 페라리 기반의 FXX와 599 XX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보다 더 발전되고 현대적인 모습인 FXX-K와 FXX-K 에보가 더 강렬한 인상을 줬습니다. 다행히 마라넬로에 있는 페라리 박물관에도 FXX-K 에보 한 대가 전시되어 있어, 그 차의 사진은 찍을 수 있었습니다.

페라리 FXX-K와 FXX-K 에보의 바탕이 된 라페라리

FXX-K 에보와 전신인 FXX-K는 2013년에 공개된 페라리의 첫 하이브리드 하이퍼카, 라페라리(LaFerrari)를 트랙 주행에 맞춰 경주차 성격에 가깝게 발전시킨 모델입니다. FXX-K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40대가 만들어졌고, 그 발전형인 FXX-K 에보는 2017년부터 지금까지 만들어지고 있으며 생산 대수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화려한 에어로 파츠가 페라리 FXX-K 에보의 가장 돋보이는 점 중 하나

라페라리는 V12 6.3L 엔진에 감속 에너지 회수 기능이 있는 전기 모터를 결합해 1,00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데요. 라페라리를 바탕으로 만든 FXX-K는 최고출력이 1,050마력에 이릅니다. FXX-K 에보는 차체 무게를 줄이고 공기역학 특성을 개선하는 등 한층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트랙을 달릴 수 있게 만들었죠. 일반 도로 주행이 가능한 라페라리와 달리, 도로 주행에 필요한 법규나 요소들을 모두 걷어냈기 때문에 스포츠카를 닮은 경주차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라페라리보다 더 화려하고 복잡한 차체 앞뒤의 공기역학 요소들만 봐도 박력이 넘칩니다. 최신 페라리보다는 클래식 페라리를 더 좋아하는 제가 봐도 멋지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죠.

마침 집에 몇 년 전에 사두었던 중국 완구 업체 라스타의 FXX-K 에보 RC 조립 키트가 있다는 생각이 났습니다. 귀국하면 꺼내어 만들어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2022년 말에야 손을 댈 수가 있었습니다. 시중 대형할인점에서 2만 원대에 샀던 기억이 나는데, 요즘은 구하기가 어려워 보입니다. 프라모델이 취미였던 저로서는 만드는 재미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샀는데, 아무래도 완구 성격이 강한 제품이어서 일반 소비자들은 완제품을 더 잘 사는 모양입니다. 안 팔리는 물건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과정이겠죠.

축소 비율은 1:18입니다. 일반적인 자동차 프라모델 표준 축척이 1:24니까 쉽게 접할 수 있는 프라모델보다는 덩치가 좀 크죠. 그만큼 박스도 크고요. 나름 정식 수입 모델이라 한글화된 설명서가 제법 두툼한 두께로 들어가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순수 모형이 아닌 RC라서 엔진룸을 비롯해 여러 부분이 단순화되었을 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 RC 조종기는 다른 RC 완구에서 봤던 것들과 비슷한 모양이었습니다. 차 안에 설치하는 RC 신호 수신부와 구동계 및 스티어링 계통, 배터리 박스, 배선은 쉽게 구분해서 조립할 수 있도록 부품별로 포장이 되어 있고요. 부품들은 따로 접착제를 쓰지 않고도 끼워 맞춰 결합할 수 있는 스냅식 결합 구성입니다.

실내 바닥과 엔진룸 및 주변을 재현한 하체 위쪽 부품
가동부 관련 부품이 들어가는 하체 아래쪽 부품

나름 실내 재현에도 신경을 쓴 듯, 전기 및 기계 부분을 설치하는 하체 부품이 실내 구조의 뼈대 역할을 하는 부품과 분리되어 샌드위치 식으로 결합하도록 되어 있는 것도 흥미로왔습니다.

데칼은 프라모델에서 흔한 습식이 아니라 그냥 떼어 붙이면 되는 스티커입니다. 인쇄 상태가 나쁘지는 않은데, 막상 붙이다 보니 두께가 야주 얇지 않으면서 재질이 질겨서 곡면에 잘 달라붙지 않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그러면서 접착제는 점도가 높아서 위치 잡기가 좀 어려웠고요.

차체는 모형화의 바탕이 된 54번 차를 재현하면서 부품을 빨간색으로 사출했습니다. 일반 프라모델에 비해 부품이 꽤 두꺼운 편이고 재질이 좀 더 딱딱합니다. 대신 차체의 오묘하고 복잡한 곡선을 살리기 위해 상당히 신경써서 부품을 분할한 느낌이 듭니다. 일단은 그냥 만들어봤는데, 다 만들고 나니 아무래도 칠을 하는 쪽이 나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붕이나 도어 위쪽, 앞뒤 스포일러, 사이드 미러 등 실차에서 카본 재질이 그대로 노출된 부분은 검은색 부품에 가는 사선을 넣어 아주 단순하게 질감을 표현했습니다. 그냥 보기에는 나쁘지 않은데, 나중에 스티커를 붙일 때에는 밀착이 잘 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선을 양각이 아닌 음각으로 넣었다면 좀 나았을 텐데, 그런 것까지 신경 쓰자니 금형 가공 비용이 쓸데없이 많이 들어갔겠죠. 근본적인 성격이 완구인 제품이니까 이 정도 선에서 타협한 듯합니다.

투명 부품은 사출 상태는 깔끔합니다. 다만 스냅식 설계 때문에 끼워 맞추는 부분이 커서 조립 후에도 티가 나는 것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알루미늄 색 코팅(멕기) 부품은 코팅 상태는 나쁘지 않은데 사이드 미러는 광택이 너무 없습니다. 이것도 일단 그냥 조립했지만 알루미늄 포일이라도 잘라 붙이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내 부품 구성은 아주 단순합니다. 실차에서 카본 재질을 쓴 부분들을 차체 외부 부품들처럼 표면 가공을 하지 않았지만 형태 재현은 투박하게나마 잘 했고요. 조립도 아주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스티커 붙이기가 좀 불편할 뿐, 최소한의 부품으로 최대한 효과를 낼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이 부분 역시 살짝 디테일을 더하거나 칠을 하면 훨씬 더 그럴싸하게 보완할 수 있을 듯합니다.

오묘한 차체 형태와 차체 색 구분, 조립성과 움직임까지 모두 고려해 아주 복잡하게 만들어진 탓에 조립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도어입니다. 바깥쪽 부분을 먼저 조립하고 안쪽 부분을 끼운 다음에 차체에 결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요. 버터플라이 도어의 가동 구조를 살리기 위해 경첩에 해당하는 부분도 실차와 비슷한 위치에 재현해 놓았는데, 강도 때문에 투박하게 만든 건 그렇다 쳐도 위치 맞춰 조립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실차에서 카본 재질이 드러나 있는 후드와 앞쪽에서 들어온 공기를 위로 뽑아내는 팬도 겉에서 볼 수 있는 부품이어서 무늬만이라도 재현해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팬 날개가 대칭인 것에는 신경을 썼네요.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커버 아래로 살짝 드러나는 엔진룸도 눈에 보이는 부분만 재현해 놓았습니다. 지극히 밋밋한 부품 구성인데 ‘Ferrari’ 스티커를 붙여 놓으니 그래도 좀 있어 보이긴 합니다.

어떤 부분들은 신통할 정도로 재현을 잘 해놨는데도 ‘어쩔 수 없는 완구구나’라고 느끼게 되는 부분이 휠과 타이어입니다. 타이어는 트레드 패턴을 넣었는데 좌우 구분이 없어서 조립 후에는 패턴이 반대 방향이 되고요. 휠 안쪽으로 보이는 브레이크 디스크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바퀴와 함께 회전하기까지 하죠. 브레이크 디스크만이라도 개조하고 가공해서 최소한 방향만이라도 제대로 만들껄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배터리, 컨트롤러, 전기 모터, 스티어링용 서보 모터 등은 각각 반조립 부품으로 들어 있어, 알맞은 자리에 끼워 넣고 배선을 연결하면 됩니다. 배선도 커넥터를 색과 모양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배선을 고정할 수 있는 핀도 알맞은 위치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배터리는 본체와 조종기 모두 1.5V AA 규격 건전지를 쓰고요. 본체에는 세 개, 조종기에는 두 개가 들어갑니다.

실내와 차체 조립이 끝난 뒤, 완성된 하체에 끼우면 조립 자체는 끝입니다.

하지만 조립이 끝났다고 다 끝난 건 아닙니다. 리버리 스티커를 붙어야 완성이죠. 차체 외부 스티커를 붙이는 데에도 시간이 제법 걸립니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스티커 특성상 붙이기가 그리 쉽지가 않아서 말이죠. 그리고 칠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장난감 같은 느낌을 덜기 위해서라도 스티커는 붙이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해서 약 네 시간의 조립 과정을 거쳐 완성한 모습이 아래 사진입니다.

버터플라이식 도어는 제대로 조립하고 나면 각도에 맞춰 잘 열립니다. 옆 유리가 없는 이유도 손가락을 넣어 열고 닫기 쉬우라고 그렇게 한 것이죠. 대신 버킷 시트의 머리 옆부분이 돌출된 것을 도어 안쪽 부품과 일체형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실차와는 좀 다릅니다.

아주 세련되게 재현하지는 않았지만, 차체 뒷부분을 들어올려 엔진룸을 볼 수 있게 만든 것도 재미있습니다. 작정하고 개조하지 않으면 실물 느낌이 크게 들지 않는 부분인데 말입니다.

그래도 실제 차의 형태를 비교적 잘 살려, 간단한 조립만으로 분위기 있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평가를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완구 기준으로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작동완구긴 하지만, 움직이기보다는 서 있는 시간이 많을테니(실제 차도 그렇죠) 완구라도 실차를 잘 재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싼 값에 쓸만한 물건을 건진 것 같아 뿌듯합니다. 집에서 이 모형을 볼 때마다 실차를 봤을 때의 감동이 새록새록 떠오르겠죠. 전만큼 이 제품을 시중에서 쉽게 구하기는 어려울 듯 하지만, 나중에라도 하나 더 구해서 만들 때에는 칠도 하고 디테일 업 작업도 해서 좀 더 멋지게 완성해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 제품 개요 ]

브랜드: 라스타 (Raster)제품명: 페라리 FXX-K 에보 (Ferrari FXX-K Evo) DIY 시리즈
스케일: 1/18부품수: 84개
장점: 비교적 정교한 내외부 재현, 형태를 잘 살린 부품 분할단점: 재질이 질겨 곡면에 잘 붙지 않는 스티커, 정밀도가 떨어지는 가동부 디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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