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도로 시승] BMW X2 xDrive20i M 스포츠 패키지


평점: 8.5 / 10

돋보이는 점아쉬운 점
– 더 뚜렷해진 쿠페 스타일
– 고급스럽게 꾸민 실내와 풍부한 장비
– 세련되게 조율한 주행 감각
– 조금 아쉬운 연비
– 많이 올라 부담스러워진 값
– 눈 감고 타면 BMW인 줄 모를 듯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쿠페형 SUV를 만든 경험이 가장 풍부한 브랜드는 BMW다. 2007년에 처음 나온 X6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쿠페형 SUV 유행의 시발점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금은 가장 작은 X2, 중간급인 X4, 가장 큰 X6까지 나와 선택의 폭도 넓다.

높은 차체와 좌석에서 비롯되는 넓고 주변을 내려다보는 듯한 시야 같은 특징은 쿠페형 SUV와 일반 SUV의 공통점이다. 그러나 자칫 투박해 보일 수 있는 일반 SUV와 달리, 쿠페형 SUV는 스타일이 상대적으로 날렵하고 개성 있어 보인다. 물론 뒷좌석 머리 공간이나 적재공간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뒷좌석에 사람을 태우거나 많은 양의 짐을 실을 일이 많지 않다면, 쿠페형 SUV에서도 SUV라는 장르의 매력을 느낄 만하다. 그래서 쿠페형 SUV는 크기가 작을수록 스포티한 스타일과 실용성의 균형을 잡기가 어렵다. 작은 크기가 실용성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2세대 BMW X2는 BMW의 가장 작은 쿠페형 SUV다. 가장 먼저 나온 가솔린 엔진 모델 X2 xDrive20i를 시승하면서, BMW가 쿠페형 SUV 만들기로 쌓은 경험에서 얻은 노하우를 새 쿠페형 SUV 막내 모델에 과연 어떻게 반영했는지 확인해 봤다. 

좀 더 뚜렷해진 쿠페 스타일

전 세대 X2는 쿠페형 SUV라기에는 스타일이 좀 애매했다. 형제 모델인 X1과는 달라 보였지만, 짧은 꽁무니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인기 없는 해치백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새 X2는 X1과의 차별화는 물론 쿠페 스타일을 살리는 데도 성공했다. 이는 전 세대보다 20cm 가까이 차체를 늘리면서 지붕이 만들어내는 선과 면이 더 자연스러워진 영향이 크다.

쿠페 분위기를 낸 차체 형태가 아니어도, 새 모델인 만큼 최신 BMW 스타일을 따라 날카롭고 대담한 선을 주로 쓴 겉모습은 전 세대보다 더 날렵하다. 모서리가 뾰족한 그릴 테두리에는 아이코닉 글로우라고 부르는 조명을 넣어 화려함을 더했다. 알맞게 부푼 면에 간결한 선을 넣은 옆 부분은 날렵한 옆 유리와 19인치 휠이 이루는 비례가 안정감을 준다.

특히 BMW의 전형적 디자인 요소들로 채운 앞부분에 비해, 뒷부분은 개성이 뚜렷하다. 넓고 당당한 아래쪽과 날렵한 위쪽이 어우러져 단단한 느낌을 주고, 트렁크의 단순한 면에 한껏 위로 끌어올린 얇은 풀 LED 테일램프는 차체를 한층 더 넓어 보이게 만든다. 특히 아래쪽에 요철을 더한 테일램프 디자인은 다른 BMW 모델들과도 구분되는 X2만의 매력 포인트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실내

겉모습과 달리 실내는 형제 모델인 X1과 기본 구성이 같다. 다만 내장재와 색 구성을 달리해 좀 더 스포티한 분위기를 냈고, SUV치고는 낮게 자리를 잡은 앞좌석이 그런 분위기를 더 뚜렷하게 만든다. 내장재도 차 크기에 비하면 비교적 고급스럽다. 대시보드와 도어 위쪽에 씌운 인조가죽 소재는 위아래를 구분하고 아래쪽에 은은한 기하학적 무늬를 넣어, 대비가 뚜렷한 좌석과 도어 내장재와 어우러져 강렬한 인상을 준다.

대시보드 위에는 12.3인치 크기의 계기판과 10.7인치 크기의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은 하나의 틀 안에 좌우로 나란히 놓았는데,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쓰면서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을 운전자 쪽으로 조금 더 틀어 운전자 중심 차라는 느낌을 준다. 운전석 앞쪽에는 풀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설치되어, 운전 중에 필요한 정보를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다. 지름이 작은 스티어링 휠은 굵은 림이 스포티한 분위기를 더하지만, 손으로 쥘 때의 느낌은 조금 부담스럽다.

내비게이션뿐 아니라 공기 조절과 오디오 등 기능 대부분을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의 터치 인터페이스로 조작하게 만들어, 대시보드는 버튼이 거의 없이 아주 간결한 분위기다. 게다가 앞좌석 사이에 놓인 센터 콘솔은 대시보드와 떨어져 있고 아래가 비어 있어 수납공간으로 활용하기 좋다. 대시보드와 센터 콘솔 사이에 있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 장치는 스마트폰을 놓기도 편하고 고정 장치도 마련되어 있어 안전하다. 공기 조절 기능은 좌우 온도를 따로 조절할 수 있고 좌석 열선 기능도 있지만 통풍 기능은 없다. 실내에 몇 되지 않는 물리적 조작부는 모두 조작감이 뛰어나다.

앞좌석은 가장자리가 도드라져 몸을 잘 잡아주고, 등받이가 높고 앉는 부분 길이를 조절할 수 있어 키 큰 사람이 앉아도 자세를 알맞게 갖추기 좋다. 뒷좌석은 앉는 부분이 앞좌석보다 높고 머리 위 여유 공간이 작은 편이지만, 키가 아주 큰 사람이 아니라면 머리가 천장에 닿을 일은 없어 보인다. 또한 등받이는 각도를 2단계로 조절할 수 있고 40:20:40 비율로 나누어 접을 수 있어, 용도에 따라 알맞게 조절해 활용하기에 좋다. 뒷좌석에도 공기 배출구와 USB C타입 포트 두 개가 있어, 공간과는 별개로 편의성 면에서는 차 크기에 알맞은 꾸밈새를 갖췄다. 트렁크는 바닥이 조금 높지만 길고 넓은 편이다.

편안하고 든든해 부담 없는 달리기

X2 xDrive20i의 달리기를 책임지는 것은 204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2.0 L 가솔린 터보 엔진이다. 듀얼클러치 7단 자동변속기로 전달된 엔진 힘은 주로 앞바퀴로 전달되고, 빨리 가속하거나 빗길 또는 눈길처럼 노면이 미끄러울 때는 뒷바퀴에도 힘을 어느 정도 나누어 주는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차의 크기나 성능을 생각하면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없는 것보다는 있는 쪽이 좀 더 안심할 수 있기는 하다.

고성능 모델이 아닌 데다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차지하는 무게가 있는 만큼 몸으로 느껴지는 성능이 대단히 뛰어나지는 않다. 하지만 덩치나 무게가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여유 있게 속도를 높일 수 있고, 자연스럽게 속도를 높이고 낮추는 느낌이 기분 좋다. 엔진은 진동과 소음 모두 지극히 잘 억제되어 있어, 일부러 엔진 회전수를 고회전 영역까지 끌어올리지 않는 이상 실내는 아주 조용하다. 

다만 고회전 영역에서 액셀러레이터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 브레이크가 좀처럼 듣지 않는데, 스포티한 주행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재가속할 때 부담이 적어 연료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면에서는 수긍할 만하다. 그럼에도 차급에 비하면 비교적 낮은 연비는 조금 아쉽다. 공인 복합연비는 10.8 km/L고, 252.1 km 거리를 시승하는 동안 기록한 평균 연비는 트립 컴퓨터 기준으로 11.5 km/L였다.

스티어링 감각과 승차감도 부드럽고 편안하다. 어느 쪽이든 운전자의 조작에 빠르게 반응하지만 급하거나 거칠지 않고, 커브에서 차체 기울어짐의 변화나 앞뒤 움직임의 균형도 뛰어나다. 과속방지턱이나 요철에서도 좀처럼 튀는 느낌이 없다. 그러나 더 돋보이는 쪽은 변속기와 브레이크의 조율이다. 듀얼클러치 7단 자동변속기는 정지 직전과 직후를 빼면 변속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고, 브레이크는 속도와 페달을 밟는 세기와 관계없이 아주 매끄럽게 차의 속도를 줄인다. 

매끄럽게 반응하는 동력계와 섀시가 어우러진 덕분에 전체적으로 다루기 좋고, 차급을 생각하면 주행 질감을 꽤 고급스럽게 다듬은 느낌이다. 다만 달리기의 세련미가 뛰어난 것은 사실인데, 주행 감각에서 BMW의 개성을 느낄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망설이게 된다. 어쨌든 크기가 작으면서도 프리미엄 브랜드에 어울리는 여유와 적당한 스포티함을 고루 갖췄다는 점은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풍부한 주행 보조 및 운전 편의 기능

주행 보조와 운전 편의 기능은 아쉽지 않을 만큼 잘 갖췄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에는 정차 후 재출발 기능이 포함되어 있고, 차로 이탈 방지 보조 및 차로 중앙 유지 보조 기능은 물론이고 차로 변경 보조 기능도 설치되어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의 가감속은 전반적으로 부드럽게 이루어지고 저속에서도 정지 직전과 직후를 빼면 거친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스티어링 시스템에 개입하는 기능들도 자연스러운데, 특히 차로 변경 보조 기능의 매끄러운 작동이 인상적이다. 서라운드 뷰와 주차 경로를 기억해 후진할 때 자동으로 들어온 경로를 거슬러 나가는 기능도 편리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최신 BMW OS 9로, 주행 모드와 실내조명 및 선루프 등 실내 환경을 종합적으로 개인화 설정할 수 있는 마이 모드(MY MODES)와 홈 화면 맞춤 설정, 추가 앱 설치 및 차내 게임이나 스트리밍 서비스 사용 등 다양한 기능을 쓸 수 있다. 설정 과정이 조금 번거롭지만, 한 번 설정한 뒤에는 여러 기능을 한 번에 쉽고 빠르게 불러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등 스마트폰 프로젝션 기능도 쓸 수 있지만, 스마트폰 연동 없이 BMW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고유의 인터페이스에 티맵(TMAP) 정보를 활용한 내비게이션을 쓸 수 있는 점도 편리하다. 부분적으로 증강현실 내비게이션도 구현된다. 그럼에도 세부 메뉴와 기능이 많아, 특정 기능을 찾아 쓰기가 번거로운 경우가 생긴다는 한계가 있다.

좋아진 만큼 비싸진 값

세련된 주행 감각, 비교적 고급스러운 꾸밈새와 넉넉하게 담은 장비 등 기본기에서 상품성까지 두루 잘 갖춘 차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게다가 전 세대에서 조금 아쉬웠던 스타일의 차별화를 확실하게 하면서도 실용성을 어느 정도 수준까지 끌어올린 점도 이번 세대 X2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담은 것이 많아진 만큼 값도 비싸서, 기본값이 전 세대 같은 트림 모델보다 10% 이상 올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동안 심했던 차값 인플레이션도 이제는 진정세로 돌아서고 있는데, 그런 점과 함께 프리미엄 브랜드 차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엔트리급 SUV로는 조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그러나 국내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브랜드 차에서 기대하는 장비 수준에 맞추려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그리고 실제 경험해 보니 몇 가지 더해지면 좋겠는 기능들도 있기는 하지만, 비싸진 값에 어울릴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된 만큼 구매를 놓고 저울질할 소비자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 상세 제원 ]

BMW X2 xDrive20i M 스포츠 패키지
차체형식
공차중량
5도어 5인승 해치백
1,718 kg
길이x너비x높이
휠베이스
트랙 앞, 뒤
서스펜션 형식 앞, 뒤
브레이크 형식 앞, 뒤
4,555×1,830×1,590 mm
2,690 mm
1,580 mm, 1,585 mm
맥퍼슨 스트럿, 멀티링크
모두 벤틸레이티드 디스크
엔진 형식
최고출력
최대토크
연료탱크 용량
I4 2.0 L (1,998 cc) 가솔린 터보 엔진
204 마력/5,000~6,500 rpm
30.6 kg・m/1,450~4,500 rpm
54 L
변속기
굴림방식
타이어 규격 앞, 뒤 (시승차)
듀얼클러치 자동 7단 (DCT)
네바퀴굴림 (AWD)
모두 245/45 R19
연비 – 복합 (도심, 고속도로)
CO2 배출량
에너지소비효율
10.8 km/L (9.4 km/L, 13.1 km/L)
156 g/km
4등급
기본값
시승차 값
6,830만 원
* 일부 수치는 국외 자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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