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콘텐츠는 르노코리아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 ]
애호가들 사이에서 프랑스 차들은 달리기 감성이 남다르기로 유명합니다. 특히 코너링 때의 민첩한 ‘손맛’을 중심으로 운전자에게 역동적 느낌을 주는 특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 매력인데요. 이는 도로 환경의 영향이 큽니다. 옛 시가지에는 돌이 깔린 길이 있는가 하면 알프스와 지중해 주변 산지에는 구불구불한 길이 한없이 이어지고, 도시와 도시 사이에는 제한속도가 시속 130km인 고속도로가 깔려 있는 등 도로가 변화무쌍하죠. 그런 환경을 두루 겪어야 하는 차를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승차감과 핸들링의 균형을 중시하는 설계가 대부분의 차에 기본으로 반영됩니다.
거기에 모터스포츠 문화가 일찍 뿌리내린 점도 잘 달리는 차가 만들어지는 배경이 되었는데요. 세계 최초의 자동차 경주로 일컬어지는 1894년의 파리-루앙 레이스가 열린 곳도 프랑스였습니다. 자동차 역사 초기에 성능과 내구성 입증을 통해 비교우위를 내세우려는 여러 자동차 업체가 모터스포츠를 적극 활용하면서, 사람들에게 볼 거리를 제공하고 자동차에 대한 관심과 애착을 키운 결과죠. 초기에 주로 도시간 경주 형태를 띠었던 자동차 경주는 나중에 전용 트랙에서 열리는 서킷 레이스, 정해진 지점들 사이를 달리는 랠리 등 다양한 형태로 갈라지는데요. 프랑스에서는 그런 경주가 모두 큰 인기를 얻었고 지금도 좋아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르노도 브랜드의 역사에서 모터스포츠 참여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요. 창업자 르노 형제 가운데 둘째인 마르셀(Marcel Renault)과 막내인 루이(Louis Renault)부터 직접 차를 몰고 종종 경주에 출전하곤 했습니다. 마르셀 르노는 1902년 파리-비엔나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고요. 다만 마르셀 르노는 1903년 파리-마드리드 경주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나는데요. 이 경주에서 있었던 일련의 사고들은 서킷 경주가 활성화되는 데 큰 영향을 줬다는 점이 르노로서는 아이러니입니다. 물론 이후에도 르노는 다양한 경주에 출전해 여러 차례 좋은 성적을 거뒀고, 속도기록 도전에 나서기도 합니다.
2차대전 이후로는 양산차 기반의 고성능 모델들로 주목을 받았는데요. 튜너인 아메디 고르디니(Amédée Gordini)와 협력해 만든 고르디니 시리즈가 여러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이름을 높입니다. 특히 세단인 8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8 고르디니는 랠리, 힐 클라임 등 다양한 경주에서 활약했고, 그 덕분에 1966년에는 현대적 원메이크 경주의 효시라 할 수 있는 르노 8 고르디니 컵이 열리기도 합니다. 8 고르디니의 성공에 힘입어 고르디니 시리즈는 12 고르디니, 17 고르디니 등으로 이어졌고요.

나아가 17 고르디니에 쓰인 엔진을 활용한 1인승 경주차인 포뮬러 르노가 만들어져, 1971년에 프랑스부터 포뮬러 르노 선수권 대회가 열리기 시작합니다. 포뮬러 르노는 차츰 인기를 얻어 저변 확대와 더불어 한층 더 높은 수준의 포뮬러 경주로 진출할 인재들이 거쳐가는 과정이 되었는데요. 나중에 포뮬러 원(F1) 챔피언이 되는 알랭 프로스트(Alain Prost), 세바스티안 페텔(Sevastian Vettel), 키미 라이코넨(Kimi Raikonnen), 루이스 해밀턴(Louis Hamilton)도 포뮬러 르노를 거쳐 갔습니다.
1973년에 스포츠카 업체인 알핀(Alpine)을 인수하면서 르노의 고성능 양산차 개발과 경주 출전은 한층 더 발전합니다. 새로 개발한 V6 엔진을 바탕으로 르망 24시간 경주로 유명한 세계 스포츠카 선수권(WSC)에 도전하는가 하면, 1976년에는 아예 모터스포츠 전담 부서인 르노 스포츠(Renault Sport)를 만들고 1977년에는 F1에 진출하기에 이르죠. 르노의 F1 출전은 역사적 의미가 큰데요. 바로 F1 역사상 처음으로 터보 엔진을 얹은 경주차를 투입했다는 점입니다.

초기 터보 엔진은 기술적 문제가 있었지만, 꾸준한 개선을 통해 1978년 르망 24시간에서 알핀 르노 A442B 경주차가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이듬해 프랑스 그랑프리에서는 트윈터보 엔진으로 업그레이드한 경주차를 투입해 F1에서도 첫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소형 해치백 5을 미드엔진 구조로 마개조하고 엔진에 터보를 더한 5 터보는 1981년에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우승하며 터보 엔진의 잠재력을 입증했습니다.
이후 르노는 F1에 엔진 공급업체와 팀으로 꾸준히 출전했고, 2021년에는 알핀 브랜드를 앞세워 BWT 알핀 F1 팀을 꾸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르노는 직접 F1 팀을 꾸려 출전한 시기에 두 차례 컨스트럭터 챔피언이 된 것을 비롯해 로터스, 윌리넘즈, 베네통, 레드불 등에 엔진을 공급해 챔피언 자리에 오르는 데 기여했고, 아이르통 세나(Ayrton Senna), 알랭 프로스트(Alain Prost), 나이젤 만셀(Nigel Mansell), 데이먼 힐(Damon Hill), 자크 빌르너브(Jacques Villeneuve), 미카엘 슈마허(Michal Schumacher), 페르난도 알론소(Fernando Alonso), 세바스티안 페텔 등 선수들이 르노 엔진을 얹은 F1 경주차로 드라이버 챔피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양산 고성능 모델들도 꾸준히 내놓았는데요. 1993년에 윌리엄즈 F1 팀과 협업해 만든 클리오 윌리엄즈를 시발점으로 본격적으로 양산 고성능 모델들을 내놓게 됩니다. 르노 5 터보의 개념을 이어받아 2001년에 나온 클리오 V6 RS는 특히 주목을 받았고, 이후 클리오, 메간의 르노 스포트 모델들은 르노식 핫 해치의 매운 맛을 잘 보여줬습니다. 특히 메간 르노 스포츠는 네 세대에 걸쳐 앞바퀴굴림 승용차 뉘르부르크링 랩타임 기록을 갈아치울 만큼 대단한 실력을 보여줬고요.
알핀 브랜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원래 르노 차를 개조한 스포츠카를 내놓는 독립 브랜드였던 알핀은 1973년 처음 열린 세계 랠리 선수권(WRC)에서 A110으로 첫 챔피언에 오르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는데요. 당시 A110의 멋진 디자인은 나중에 알핀 브랜드가 부활하며 현대적으로 다시 만들어진 신형 A110의 뿌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신형 A110은 우리나라에서 열리고 있는 원메이크 레이스에서도 활약하고 있죠. 그리고 1973년에 르노가 인수한 뒤에도 르노-알핀 브랜드로 A310, GTA, A610 등 멋진 스타일의 스포츠카들을 1993년까지 내놓은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르노는 참여하지 않은 장르가 드물 정도로 많은 경험이 있습니다. 첫 전기차 포뮬러 경주인 포뮬러 E에도 출전한 바 있고, 최근에는 알핀을 통해 세계 내구 선수권(WEC) 최상위 하이퍼카 클래스에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르노는 풀뿌리 모터스포츠를 살찌우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는 브랜드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클리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경주차들은 유럽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원메이크 레이스의 주인공이기도 하고, 프로 및 아마추어 랠리에서도 인기 있는 모델 중 하나입니다. 포뮬러 르노 경주도 꾸준히 열려 프로 레이서들의 성장을 돕고 있고요.
모터스포츠는 양산차로의 기술 이전을 위한 시험대 역할이 큰데요. 르노는 이미 1970년대 말부터 경주차로 얻은 터보 기술을 빠르게 양산차로 적용합니다. 오래지 않아 거의 모든 양산차 라인업에 터보 엔진을 추가했고, 1984년에는 유럽 전체에서 판매된 터보 엔진 승용차의 10%가 르노 엠블럼을 달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도 내연기관에는 다운사이징 엔진에 최적화된 터보 기술과 엔진 효율 및 성능 향상을 위한 연료분사, 부품 가공 기술, 하이브리드 기술 등이, 그리고 5 E-Tech의 고성능 버전인 알핀 A290과 세닉 E-Tech의 형제 고성능 모델인 A390에는 전기 양산 고성능 모델에도 모터스포츠에서의 노하우가 반영되고 있고요. 이쯤 되면 르노를 ‘달리기에 진심’인 브랜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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