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대우 매그너스 이글

매그너스 이글은 중형급 승용차로서는 새로운 시도인 스포츠 스타일의 실내외 스타일을 갖추고 있다. 함께 나온 매그너스 클래식과 기본적으로는 같은 구성의 같은 차지만 분위기는 확실히 구별된다. 한겨울 날카로운 바람처럼 차가운 시선으로 매그너스 이글을 바라보았다.

대우 매그너스 (사진은 유럽 수출형 에반다)

멀리서 매그너스를 바라보면 살아있는 이태리 자동차 디자이너의 전설 쥬지아로가 만들어낸 작품답다. 크게 보면 레이아웃은 신형 메르세데스 S 클래스의 에지(Edge) 스타일 버전으로 받아들여질 만큼 세련된 구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선과 볼륨이 모두 강조되어 강렬하면서도 커 보이는 차체는 보는 사람에 따라 평가의 좋고 나쁨이 뚜렷할 만큼 개성이 강하다. 여성적인 분위기의 EF 쏘나타, 그리고 남성적인 분위기의 옵티마를 모두 상대해야 하는 입장에서 이런 개성은 판매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만을 끼치지는 않는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면, 차체 아랫부분을 치장하는 블랙 칼라의 과격하고 날렵한 에어댐과 사이드 스커트가 가장 먼저 눈에 뜨인다. 바디칼라로 처리해도 괜찮았을 부분이지만 붕 떠보였던 매그너스에게 스포티한 인상을 심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였을 것이다. 

에어댐이나 사이드 스커트는 필요한 부분만 따로 만들어 범퍼와 차체에 덧대는 것이 일반적인데, 매그너스 이글은 에어댐을 범퍼와 일체형으로 완전히 새로 만들었다. 이 방식은 완전한 크기의 금형을 새로 만들어 개발비용은 많이 들지만, 소재가 일반 범퍼와 동일해 충격흡수력과 복원력이 높고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세부적으로 자잘한 직선을 남용한 듯한 느낌도 들지만, 도어 측면 몰딩과 함께 검은색으로 처리, 아랫부분이 무거워 보여 스포티한 느낌을 주기에는 제격이다. 

장식적인 요소들 역시 차의 인상을 바꾸는데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검은 바탕의 헤드램프는 일부 매니아들이 직접 손보기도 하는 부분이지만 신뢰도나 마무리 면에서 보다 안전하다. 라디에이터 그릴 내부에도 크롬 라인을 없애고 블랙 칼라의 벌집 무늬를 집어넣었다. 패턴이 조악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전체적인 분위기에 묻혀 그다지 눈에 뜨이지는 않는다.

대우 매그너스 (사진은 유럽 수출형 에반다)

리어램프는 이탈디자인의 매그너스 디자인 초안에서 보여 졌던 둥근 후진등 배치를 채택했다. 여기에 옅은 코팅처리를 더해 애프터마켓 방식의 코팅보다 한결 세련되고 깔끔하다. 새로 디자인한 8스포크 16인치 알로이 휠도 차의 스타일에 맞게 중후하면서도 스포티한 느낌이 든다. 광택이 뒤어난 다이아몬드 커팅 가공에 부분적으로 골드 칼라를 곁들였다.

실내는 우드 그레인 대신 짙은 남색 대리석 무늬의 마블 그레인을 채택했다. 핸들에도 마블 그레인이 위 아래로 자리잡고 있어 ‘결전임박’의 자세로 핸들을 쥔 두 손에 힘이 들어가게 한다. 

내장재의 재질과 색상도 신경을 많이 쓴 듯한 냄새가 풍긴다. 검은색과 회색의 투톤 색상배치로 스포츠 모델에 걸맞는 긴장감을 자아낸다. 회색 계열은 약간의 색도차이로 고급차를 싸구려로 전락시킬 수 있는 색상이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이다. 고심의 결과는 성공적인 듯 하다. 물론 이런 부분은 운전자마다 다르게 평가할 수 있는 ‘취향’의 문제이긴 하지만. 내장재의 조립완성도는 수준급이다. 특히 대시보드 부분은 BMW와 유사하게 단순하면서도 깔끔히 처리해 조립불량의 소지를 없앴다. 

넉넉하고 여유있는 실내공간은 여전하다. 앞 유리가 누워 운전자의 머리 앞 공간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넓은 유리창 때문에 답답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내장재와 같은 색상의 직물시트는 편안한 쿠션을 갖고 있지만 평평한 등받이는 몸을 잡아주는 힘이 부족하다. 여유있는 자세로 운전하는 사람에게는 편안하지만 과격한 몸놀림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운전석에만 장착된 전동조절기능은 작동각도가 비교적 커서 대다수 운전자의 몸에 알맞게 조절할 수 있다.

대우 매그너스 (사진은 유럽 수출형 에반다)

3개의 원 안에 들어있는 흰색 배경의 계기판은 어설픈 튜닝 계기판과 비교할 것이 못된다. 글씨체까지 세심하게 처리하여 자칫 값싸 보일 수 있는 부분을 고급스럽게 다듬었다. 특히 야간주행시 은은한 옥빛을 내어 시인성과 분위기면에서 모두 만족스러웠다.

편의장비는 운전석 쪽에 집중되어있다. 전체적인 장비구성도 간단한 편이고, 대부분 운전자의 눈에 쉽게 뜨이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큼지막한 그래픽에 대형 온도조절 다이얼을 갖추고 있는 자동 공조장치와 AV 시스템을 제외하면 크게 신경 쓸 만한 장치들은 별로 눈에 뜨이지 않는다. 

각종 버튼들은 크고 간단해서 누구나 한두번 사용해 보면 쉽게 작동시킬 수 있다. 선택사양이 늘어날 때마다 이곳 저곳에 버튼을 늘어놓는 동급 타차종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버튼의 누르는 감각까지 부드럽게 처리된 것을 느끼면서 국산차의 수준이 많이 향상되었음을 느꼈다. 몇 군데 나뉘어있는 버튼 무더기들 마다 터치감이 고르지 않은 것이 약간 아쉽게 느껴지지만 크게 신경 쓸 부분은 아니다.

대우 매그너스 (사진은 유럽 수출형 에반다)

5.8인치 대형 LCD 모니터가 장착된 AV 시스템은 화면 뒤쪽에 카세트 데크와 1단 CDP가 내장되어있다. 화면을 키우다 보니 버튼이 작아진 것이 흠이지만 화면상에 큼지막하게 기능에 따른 버튼 이름이 표시되어 혼란을 막아준다. 웬만한 버튼 이름은 한글로 표시해 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오디오 성능은 비교적 괜찮은 편이지만 소리가 깔끔하다 못해 약간은 가볍게 느껴지는 것이 흠이다. 길들이기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라 꼭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데크 성능을 스피커가 따라주지 못하는 것 같다.

2001년형으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새롭게 장착된 편의장비 중에는 음성경고장치도 포함되어있다. 미등이 켜진 채로 키를 뽑았을 때나 주차 브레이크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로 주행을 시작하는 등 운전자가 안전과 관계있는 실수를 했을 때에 어김없이 여성의 목소리가 어디선가 흘러나온다. 지나치게 부드러우면 닭살스럽기 때문일까?(?) 고급차에 하나 둘 씩 선보이기 시작하는 음성경고장치들은 좀 경직된 목소리를 내고, 매그너스 이글도 큰 차이는 없다.

넓은 뒷좌석은 윗급의 대형 세단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편안하다. 적당한 각도로 기울어진 뒷좌석은 뒤쪽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유리창 라인과 어울려 포근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약간 높게 앉는 자세는 메이커에서 차를 설계할 때 실내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다. 매그너스는 이와 함께 뒤쪽 머리공간도 여유있게 해 놓아 성인 3명이 나란히 앉아도 불편하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는다.

대우 매그너스 (사진은 유럽 수출형 에반다)

뒷좌석 가운데에 자리잡은 접이식 팔걸이는 약간은 가벼운 듯 하지만 팔을 편하게 걸치기에는 충분한 너비와 길이를 지니고 있다. 도어 안쪽의 팔걸이와 높이도 비슷해 바른 자세로도 충분히 편안하게 앉을 수 있다. 팔걸이 안쪽에는 트렁크와 통하는 스키 스루 도어가 자리잡고 있다. 여닫기가 쉽고 마무리도 깔끔해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뒷좌석 뒤로 자리한 선반에는 하이 마운티드 스톱램프가 내장된 공기청정기가 달려있다. 공회전시에는 작동소음이 가늘게 들리지만 주행 중에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서울 시내와 변두리의 한적한 도로를 1박 2일간 고루 달리며 성능과 승차감을 살펴보았다. 핸들링은 기존 모델과 크게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 키가 큰 탓에 높게 위치한 무게중심이 회전시 차체 기울기에 영향을 미친다. 큰 덩치 때문에 몸놀림 자체는 약간 둔하게 느껴지지만 의외로 한계영역의 폭이 넓다. 급한 코너링에서 느껴지는 언더스티어는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춘 운전자라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정도다. 경쟁차들과 비교해 보아도 스티어링 감각은 우수한 편이다.

영국의 엔지니어링 전문회사인 로터스에서 손보았다는 서스펜션은 한국취향에 지나치게 맞춘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날렵한 스타일과는 달리 고급차에 맞는 푹신하고 여유로운 승차감을 보인다. 급출발, 급제동시 앞부분이 뜨고 가라앉는 현상이 다른 차들보다 약간 심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쉽다.

대우 매그너스 (사진은 유럽 수출형 에반다)

매그너스 이글은 기존의 매그너스, 그리고 함께 선보인 매그너스 클래식과 마찬가지로 2.0리터 116마력 SOHC 엔진과 2.0리터 147마력 DOHC 엔진을 얹는다. 기존의 대우차 엔진들과 마찬가지로 GM 계열의 호주 홀덴사에서 수입하는 엔진이다. 

이들 엔진은 그 바탕이 제법 오래 되었다. 성능, 진동이나 소음은 꾸준히 개선되어 왔지만, 어느 정도 한계에 도달해 근본적인 아쉬움이 느껴지는 엔진이다. 때문에 대우 뮌헨 연구소에서 새롭게 독자개발한 XS6 직렬 6기통 2.5리터 엔진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이번에도 새로운 엔진은 만날 수가 없었다.

2.0리터 DOHC 엔진은 여유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지만, 경쟁차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차를 끌기에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일상적인 주행에서 주로 사용하는 회전영역에서는 제법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를 내다가 회전수를 높이면 언뜻 듣기에도 좀 튀는 듯한 소리를 내는 것은 형 뻘인 레간자의 D-TEC 엔진과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대우 매그너스 (사진은 유럽 수출형 에반다)

좀 더디다 싶은 가속감은 엔진 출력보다는 기어비 탓으로 보인다. 패밀리 세단다운 넉넉함에 초점을 맞추어 가속이나 승차감 측면에서 모두 부드러움을 추구한 듯 하다. 샤프한 생김새와 다른 여유로움에 약간은 곤혹스럽기까지 하다.

4단 자동 트랜스미션은 급출발 방지장치(BTSi)가 달려있고, 오조작을 방지하기 위해 계단식 변속게이트를 채택했다. 요즘 유행하는 수동변속기처럼 밀고 당기는 식의 자동 변속기만은 못하지만 손목 스냅을 이용해서 기어 레버를 조작하는 것도 특별한 재미거리다. 느끼기 힘들 정도의 변속충격은 근래 나온 중형차들의 기본이다. 가속감은 상당히 깔끔하지만 윗단에서 아랫단으로 내릴 때 걸리는 시간이 반 템포 정도 늦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사용법이 복잡하지 않은 것이 큰 메리트다.

정리하면, 스타일에 걸 맞는 스포티한 서스펜션과 성능이 아쉽게 느껴질 뿐, 가족이 이용하는 중형차로서의 필요한 요소들은 고루 잘 갖추고 있다. 특히 단순하고 사용이 편리한 각종 장치들은 젊은 사람부터 나이 든 사람까지 고루 만족시킬 수 있는 좋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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