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Hyundai_ElantraGT-1

[ 한국경제신문 2000년 12월 18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

유럽은 크게 열리는 트렁크 도어와 접을 수 있는 뒷좌석을 가져 여러 가지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해치백이 큰 인기다. 우리나라에서도 보다 실용적인 차를 찾는 고객층이 늘어나고 있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소형급의 차 이외에는 보기 힘들었던 해치백 스타일의 차들이 이제는 점점 윗급으로 폭을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경향에 발맞추어 정통 유럽식 스타일에 여러 부분이 유럽감각으로 다듬어진 아반떼 XD 5도어 해치백 모델이 국내 시장에 첫 선을 보였다. 동급의 경쟁차종인 기아의 스펙트라 윙과 비슷한 시기에 등장해 더욱 관심을 가지고 차를 살펴보았다.

높은 수준의 품질과 성능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아반떼 XD 세단과 근본적으로 같은 뼈대와 구성을 지니고 있는 5도어 해치백 모델은 전반적으로 스포티한 분위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델 명칭부터 기본형인 1.5리터 모델은 스포츠, 고급형인 2.0리터 모델은 레이싱이라는 별칭을 달고 등장했다.

외부 스타일은 유럽 수출형 사양을 그대로 적용하였다. 헤드램프 테두리 부분을 검은색으로 칠하여 차분한 분위기를 도모한 것은 물론, 차체 전체를 두르는 몰딩도 검은색으로 처리하여 사소한 접촉에도 차체의 도장이 벗겨지는 것을 막아 실용성을 강조했다. 뒷 도어 위쪽에서 트렁크 끝부분까지 유연하게 이어진 해치와 넓어진 유리창 면적으로 차의 크기가 세단보다 훨씬 커 보인다. 뒷부분은 국내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디자인으로 날카로운 인상을 준다.

내장의 감성품질은 매우 우수하다. 조립완성도도 국산 자동차의 평균 이상이고, 각종 장비들의 배치도 우수하다. 시각적인 재질감도 상당히 우수해 국산 자동차로서는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이 가장 높게 느껴진다. 다만 아쉬운 점은 전반적인 내장재의 색상에서 고급감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실버 칼라의 대시보드 패널은 재질과 맞지 않아보인다.

실내공간도 세단과 마찬가지로 여유가 있다. 특히 뒷좌석은 세단과 달리 헤드레스트가 따로 마련되어있고, 해치 덕분에 머리 주변의 여유공간이 늘어나 더욱 편리하다. 기본적인 편의장비는 세단과 동일하고, 여기에 해치백 만의 다양한 편의장비들이 추가되어있다.

기능상의 특징은 뒷좌석과 트렁크에 집중되어 있다. 6:4로 나뉘어 따로따로 접을 수 있는 뒷 좌석은 보다 넓은 적재공간을 제공한다. 굳이 뒷 좌석을 접지 않아도 상당히 넓은 트렁크 공간이 자리잡고 있다. 크게 열리는 리어 해치는 내장재로 말끔히 처리되어 방음효과가 우수하고 손잡이가 마련되어 있어 열린 상태에서 쉽게 내려 닫을 수 있다. 트렁크 바닥 부분의 보다 세심한 마무리만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는 다용도 승용차가 될 것이다.

성능상의 특징은 보다 역동적인 감각의 서스펜션으로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세단이 잘 정돈된 느낌에 부드러움이 가미되었다면, 해치백은 서스펜션을 스포티하게 조율하여 당차고 꽉 짜여진 느낌이 든다. 차체 크기와 무게 등의 차이가 있어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국내 유일의 스포츠카인 티뷰론과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을 정도다. 특히 차체의 비틀림을 막아주는 스트럿 타워바가 기본으로 장착되어있어 고속회전시 차체의 안정감을 높여준다.

4단 자동변속기는 복잡한 조작이 필요없게 구성되어있어 사용이 편리하다. 파워 버튼 없이도 보다 즉각적이고 정확한 변속이 가능한 HIVEC 자동변속기는 변속충격도 거의 없고 동력손실도 적게 느껴진다.

시승차의 베타 2.0 DOHC 엔진은 세단과 마찬가지로 티뷰론의 것을 실용적으로 개량하여 여유로운 힘을 낸다. 일상주행영역에서는 조용하지만 엔진 회전수가 매우 높아지면 거친 소리를 낸다. 스포티한 성격의 차에 어느 정도 어울리는 소리가 필요할 듯 하다.

일상적인 주행에서의 진동과 소음은 매우 우수하다. 다만 고속주행시 차 뒤쪽에서 들리는 바람소리는 귀에 거슬린다. 전방시야는 비교적 우수한 편이지만 뒤쪽 시야는 넓은 뒷 유리창에도 불구하고 높게 처리된 트렁크 때문에 비좁게 느껴진다.

유럽지역에서도 큰 관심을 모을 만큼 경쟁력이 있는 승용차를 국내에서 그대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좋아지는 국산차의 품질과 성능만큼, 소비자들의 의식도 개선되고 좋은 차가 많이 팔리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