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 RS4 Avant

[2001년 1월 월간 비테스에 실린 글입니다]

한 5년쯤 전만 해도 장래의 소원이 나이 40대 중반쯤 되었을 때 여섯 종류의 차를 갖는 것이었다. 출퇴근할 때 쓸 경차, 마눌님 쇼핑 및 간단한 나들이 용으로 쓸 중소형 왜건, 주말에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오프로더, 자연이 지루하다 싶을 때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경량 소형 스포츠카, 여기에 조금 사치를 덧붙여 0→시속 100km 가속 5초 대의 GT급 스포츠카와 럭셔리 스포츠 세단. 이 정도면 매일매일 골고루 돌아가면서 자동차의 있는 재미, 없는 재미를 모두 맛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러다가 한 3년쯤 전이 되니까 다재다능한 차들이 늘어나, 한 네 대쯤만 있어도 해결이 될 것 같았다. 중소형 왜건과 경차, 그리고 경량 소형 스포츠카는 각각의 특성을 고루 갖추고 있으면서 각각의 차 등급에 중간쯤 위치하는 소형 스포츠 해치백 골프 VR6 하나면 충분히 해결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순수한 오프로더의 정신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지프 랭글러, 혈통 있고 떡대 좋고 잘 나가는 닛산 스카이라인 GT-R, 궁극의 고급 패밀리 스포츠 세단 BMW 540i만 갖춘다면……. 이 얼마나 환상적인 라인업인가! 이 때까지만 해도 상상하는 것 자체가 즐거울 때였다. 세상 물을 덜 먹었을 때니까.

시간이 조금 더 흘러 사회생활을 하기 시작하고, 내 차를 갖게 되니 얘기가 좀 달라졌다. 애초 출퇴근용으로 생각했던 경차를 다른 모든 용도 – 총각이니 마눌님 쇼핑용은 제외 – 로 다 쓰게 되고, 아침에 가득 채웠던 연료탱크를 저녁때 깔끔하게 비워보기도 하면서 차라는 것이 얼마나 애물단지인가 하는 것을 직접 경험하게 되었다. 차를 많이 갖는다는 게 그저 자기만족에서 나온 허황된 꿈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덕분에 갖고 싶은 차에 대한 기준도 많이 달라졌다. 크로스오버 카라는 장르 파괴의 차들이 쏟아져 나오고, 애초 생각했던 다양한 용도와 나의 욕심을 골고루 충족시킬 수 있는 성격의 차들이 하나둘씩 눈에 뜨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요즘은 단 두 종류의 차만 있으면 되겠다는 행각이 든다. 하나는 소형 럭셔리 스포츠 왜건 아우디 RS4. 이 차 하나면 차의 크기 문제, 짐 공간의 문제, 탈 수 있는 사람 수의 문제, 스포츠성의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된다. 골프 VR6와 BMW 540i, 심지어 닛산 스카이라인 GT-R까지 나의 드림카 라인업에서 지워버릴 수 있다. 아쉽게도, 이 차는 스포츠성을 강조한 나머지 오프로드로는 갈 수가 없다. 그래서 여전히 나의 드림카 라인업에는 아우디 RS4와 함께 오프로더인 지프 랭글러가 포함되어 있다.

크로스오버 카가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도중이니 한 2년쯤 지나고 보면 굳이 이렇게든 저렇게든 두 대의 차를 사지 않아도 될 상황으로 바뀌어있을지도 모른다. 현실적으로 따지고 보면 바람직한 진보지만, 자동차 마니아로서 꿈꿀 수 있는 영역이 좁아지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점점 서글퍼지는, 괴로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