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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9월 동아일보에 실린 글입니다]

작년 봄, 지방 출장을 나선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를 들렀다. 차를 세워놓고 잠시 쉬고 있는데 뒤쪽에 주차된 차의 운전자가 무언가를 하고 있는것이 눈에 띄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휴지를 물에 적셔 차의 앞쪽 번호판에 붙이고 있었다. 과속단속 카메라에 찍혀도 번호판을 알아볼 수 없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분명했다. 무슨 급한 일이 있어 그러는 것인지 몰라도 의도적으로 번호판을 가리면서까지 과속에의 의지를 분명히 나타내는 사람을 본 것은 그날이 처음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과속단속 카메라의 스트레스에 시달릴 것이다. 불합리한 속도제한 체계나 모호한 표지판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단속카메라에 찍힐 수도 있겠지만 꽉 막힌 도로에서 잃은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소통이 잘 되는 길에서는 무의식적으로 과속을 하게 되는 사람들도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과속단속 카메라를 피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고, ‘카메라에 찍히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달린다’, ‘두 차로의 가운데로 달린다’, ‘앞차에 바짝 붙어 달린다’ 등 나름대로의 연구결과들이 소문이 돼 퍼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정보 대부분은 과거에나 먹혔던 방법이다. 예전보다 성능이 훨씬 좋아진 단속장비들이 과속차량을 잡아내고 있다. 도로에 묻힌 센서가 순식간에 차의 속도를 알아내고 최첨단 카메라가 칠흑 같은 밤에도 또렷하게 사진을 찍는다. 또 도로상에 설치되는 단속장비의 수도 늘고 있다.

앞서 얘기한 운전자는 단속 카메라를 피했을지는 몰라도 사소한 모험에너무 큰 위험을 감수한 셈이다. 만약 그 운전자가 고속도로 순찰대에 적발되었다면, 과속으로 인한 벌금이나 벌점은 물론이고, 번호판을 가린 것은 자동차 관리법 위반사항이기 때문에 최대 1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했을 것이다.

벌금은 그렇다 치고, 과속상태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대부분은 사망으로이어진다. 구체적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사망사고의 80% 정도는 과속으로 인한것이라 한다. 세상 그 무엇과도 목숨은 바꿀 수 없다. 과속단속 카메라에 대한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제한속도를 지키는 안전운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