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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3월 한겨레 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5년여 공백기를 거쳐 한국에 다시 진출한 푸조가 5월께 내놓을 ‘206CC’는 독특한 콘셉트로 유럽 데뷔 때부터 화제를 모은 차다.

모델명인 206CC에서 CC는 ‘쿠페 카브리올레’의 약자다. 쿠페는 문이 2개이고 지붕이 고정돼 있으며 트렁크가 두드러진 스타일의 스포티한 차를 말하는 것이고, 카브리올레는 흔히 컨버터블이라고 얘기하는, 지붕을 접어 실내를 개방시킬 수 있는 오픈카를 말한다. 푸조 206CC는 이 두가지 스타일을 하나의 차로 구현한 재미있는 차다.

버튼을 누르면 철제 지붕이 자동으로 트렁크 안으로 접혀 들어가게 해주는 장치 덕분이다. 운전석에 앉아 지붕 앞쪽의 좌우에 있는 걸쇠를 풀어주고 좌석 사이에 있는 버튼을 당기면 머리 위를 가로막고 있던 지붕이 움직여 불과 20여초 만에 트렁크로 접혀 들어간다. 메르세데스 벤츠나 렉서스 같은 고급차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치를 대중적인 소형차에 적용시킨 것은 이 차가 처음이다.

승차감은 단단하다기보다는 절제된 부드러움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지붕을 씌운 상태에서 달리다 보면 울퉁불퉁한 길을 지날 때 머리 위에서 약간의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다. 당차면서도 귀여운 느낌의 겉모습처럼, 실내도 아기자기하고 균형잡힌 디자인이 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내장재는 대중적 소형차에 어울릴 만한 것들이지만, 젊은 색상과 계기판, 기어 레버 주변의 장식 등이 차를 값싸보이지 않게 한다.

유럽에는 2.0리터 엔진이 얹힌 모델도 판매되지만 국내에는 기본형에 가까운 1.6리터 엔진 모델이 수입된다. 지붕이 열리는 것을 고려해 차체가 비틀리지 않도록 차체를 보강해 무게가 비교적 무겁다.

4단 자동변속기는 계단식으로 조작하게 돼 있다. 처음 출발할 때는 가속이 조금 답답한 듯하지만, 일단 속도가 붙고 나면 그런 느낌은 사라진다. 자동변속기치고는 화끈한 엔진 브레이크도 인상적이다. 서울 근교의 고갯길을 오르내리는 동안은 엔진과 변속기가 언짢은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도심에서의 일상적인 주행으로 돌아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 순한 양으로 변하는 것이 마치 새침데기 아가씨 같다.

수입차로서는 비교적 싼 가격으로 스타일과 재미를 동시에 얻을 수 있기에 좁은 실내도 참을 만하다. 지나치게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의외로 많은 즐거움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생기발랄한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