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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2003년 6월 23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

자동차가 단순한 운송수단으로서의 의미를 벗어 버린지는 이미 오래다. 자동차는 인간의 생활을 대변하고 생각을 표현하는 매체로 발전하고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의 흐름은 생활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영국의 자동차 전문지 ‘Car’는 ‘재미없는 차는 사지도 마라’고 외친다. 이 구호는 ‘재미있는 차’들에 대한 관심은 물론 인기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재미있는 차’란 어떤 차인가. 외국의 사례를 보면 눈으로 보기에, 사용하기에, 몰고 달리기에 ‘재미있는 차’가 얼마든지 많이 있다. 특히 최근 유럽과 일본에서 등장하는 소형차들은 기존의 통념을 깨는 기발한 스타일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변신로봇이 등장하는 만화를 보고 자란 젊은 세대들을 겨냥해 로봇을 연상시키는 스타일에 다양한 변신 기능까지 갖춘 차들도 있다. ‘재미있는 차’들의 크기와 가격대는 천차만별, 선택의 폭이 참 넓기도 하다.

자동차 생산대수 세계 6위인 우리나라는 어떨까. 수입차와 국산차를 막론하고 세단과 SUV 등 전통적인 형태의 너무나 평범한 차들이 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소비자들의 선택의 기회조차 봉쇄되는 것은 결코 반갑지 못한 일이다. 분명 우리나라 소비자들도 ‘재미있는 차’를 원하고 있다. 자동차를 좀 더 개성있게 손 보는 젊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차의 크기나 스타일을 가지고 운전자의 나이를 짐작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메이커들이 소비자의 만족보다는 한 대라도 더 파는 데에만 집중하는 것도 문제지만 정부도 ‘틈새’ 차량을 만드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세금을 부과하는 데 불편하다는 이유에서다. 자동차는 일상에서 집과 사무실 다음으로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무르는 공간이다. ‘재미있는 차’와 함께할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의 생활도 즐거워질 텐데 자동차 메이커나 정부는 국민의 정신건강에 별로 관심이 없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