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Peugeot_407-01

[ 동아일보 2004년 2월 2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

사람들이 차를 평가할 때 “그 차는 승차감이 좋더라”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승차감은 감각적인 측면이 커서 사람마다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승차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다소 부수적인 요소를 가지고 승차감을 평가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승차감이란 차가 달릴 때에 느껴지는 흔들림, 특히 위아래 방향의 진동이 기분 좋은 것이냐 아니냐다.

이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스펜션이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가’ 하는 것이다. 서스펜션은 일종의 충격 흡수 구조로, 일본식 한자어로는 ‘현가(懸架)장치’라고 한다. 제대로 된 우리말이 없어 아쉽다. 도로는 불규칙적이고 수없이 많은 요철의 연속이다. 이런 요철에 자동차가 직접적으로 반응한다면, 끊임없는 진동 때문에 탑승자는 무척 불쾌할 것이다. 그렇다고 진동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공중에 떠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

차에 탄 사람이 기분 나쁘지 않도록 서스펜션의 구성 요소를 조절하는 것이 좋은 승차감을 얻는 방법이다. 차를 설계할 때에는 먼저 차의 움직임에 관한 특성이나 요소들을 수치화한 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상현실에서 승차감을 평가한다. 그러나 역시 실제 차를 타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최종적인 평가와 마무리는 테스트 드라이버들의 감각에 의존한다.

서스펜션의 설계와 조절에는 깊이 있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긴 역사를 가진 회사들의 노하우를 따라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후발 메이커들은 이런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소비자들의 감성에 보다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부분에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실내의 정숙성을 높이거나 의자의 쿠션을 더욱 편안하게 만드는 등의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승차감을 간접적으로 좋게 해 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역시 좋은 승차감은 근본적으로 좋은 서스펜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