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간 자동차생활 2008년 1월호에 쓴 글입니다 ]

유럽차들이 독식하던 럭셔리 세단 시장에 일본 차가 뛰어든 지는 그리 오래지 않았다. 기함 LS를 제외하면 제대로 겨룰 수 있는 차는 렉서스 라인업에는 GS 뿐이었다. 1993년에 나온 GS는 주지아로 디자인과 뒷바퀴굴림 구동계, 토요타 특유의 높은 품질을 앞세워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V6 엔진 뿐이었던 GS는 유럽 스포츠 세단에 견줄 수 있는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2세대 모델로 넘어가면서 LS의 V8 4.0L 300마력 엔진을 얹은 뒤에야 GS는 제대로 된 스포츠 세단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GS는 아랫급에 V6, 윗급에 V8 엔진을 얹어 실용성과 고성능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모두 끌어안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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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GS는 3세대 모델로 지난 2005년에 데뷔했다. 2006년 V6 엔진의 배기량에 3.0L에서 3.5L로 올라간 데 이어 이번에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2008년형 모델이 나오면서 V8 엔진의 배기량도 4.3L에서 4.6L로 올라갔다. 물론 선대 모델들과 마찬가지로 GS의 V8 엔진은 윗급인 LS의 것을 다운그레이드한 것이다. 최고출력은 LS460의 380마력에서 33마력 낮아진 347마력이지만, 이전의 GS430(283마력)에 비하면 64마력이나 높아졌다. 게다가 LS460에 세계 처음으로 쓰인 8단 자동변속기는 그대로 물려받았다. 미국과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럭셔리 브랜드 중 하나인 렉서스의 2인자에 어울리는 꾸밈새를 갖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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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늘 만나는 GS460를 이해하는 핵심 포인트는 페이스리프트와 엔진 및 변속기의 변화다. 2세대부터는 토요타가 자체적으로 디자인하고 있는 GS이지만, 최신 모델인 3세대에서도 주지아로의 느낌이 살아있는 것은 그만큼 주지아로가 차의 성격에 잘 맞는 디자인을 했다는 뜻일 것이다. 커보이면서도 스포티한 디자인이 나오기 쉽지 않은데, GS는 두 가지 색깔이 잘 어우러지고 있다. 물론 품격보다는 스타일이 우선시되고 있다. 품격은 LS에게, 스타일은 GS에게 더 큰 비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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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의 페이스리프트는 변화가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외부보다 실내가 더 그렇다. 일단 얘기를 한 번 듣고 나서 둘러봐야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 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사소하게 느껴지는 변화들은 페이스리프트 전에 2% 부족했던 것들이어서, 변화를 깨닫고 나면 무척 반갑게 느껴지지만 이내 익숙해져버릴 것들이 대부분이다. 앞 범퍼와 공기 흡입구, 라디에이터 그릴 주변에 변화가 있었지만 차의 인상은 거의 변함이 없다. 사이드 미러에 더해진 방향지시등과 디자인이 달라진 휠 역시 차의 분위기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좋게 얘기하면 알찬 변화이고, 나쁘게 얘기하면 애는 썼지만 생색은 나지 않는 변화다. 다만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시작해 안쪽 헤드램프를 날아가는 깃털처럼 화려하게 감싸는 선은 진화된 L-피네스 디자인의 증거다. 이처럼 화려한 선들은 앞으로 나올 렉서스 모델들에서는 한층 더 강조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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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아주 고급스럽다. 풍부한 양감을 깔끔한 선으로 정리한 대시보드, 절제된 느낌의 큰 곡선들이 휘감고 있는 도어 트림은 다른 럭셔리 브랜드는 물론 렉서스의 다른 모델들과 비교해도 훨씬 화려하다. 자주 쓰게되는 것들을 가지런히 모아놓은 센터 페시아의 버튼들도 편리하다. 자주 쓸 일이 없는 미러 조절장치 등 자잘한 조절기능들은 누르면 열리고 닫히는 대시보드 아래쪽 작은 선반 안에 몰아넣었다. 스마트키에 버튼식 시동기능, 한국형 내비게이션이 달린 대형 터치스크린 모니터 등 장비들도 무척 화려하다. 14개 스피커의 마크 레빈슨 오디오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크로노그래프 스타일로 표면을 가공한 계기판. 특수가공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줄 뿐 아니라 가변 투명렌즈까지 더해져 시인성도 탁월하다. 후진 때 차체 뒤쪽을 카메라가 비춰주는 것도 신선하지는 않지만 반가운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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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과 장비에서 화려함이 넘치는 앞좌석에 비해 뒷좌석 꾸밈새는 딱히 눈에 띄는 장비 없이 평범한 패밀리 세단 수준에 머문다. 공간 면에서도 앞좌석 중심의 차의 특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어깨 아래 공간은 넉넉하지만 위로는 답답한 편.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을 내세우는 차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GS 역시 표면적으로 부각하지는 않았지만 쇼퍼 드리븐카가 아니라는 토요타의 의도는 분명하다. 그럴만 하니까 그렇게 한 것이다. 실내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면적이 넓은 우드 그레인은 광택이 조금 지나친 감이 있고,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검색과 경로안내 기능의 직관성이 조금 떨어진다는 점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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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감각은 시종일관 편안하다. 접지력은 상당히 우수한 편. 서스펜션의 상하 움직임이 비교적 큰 편인데도 끈끈하게 노면을 따르는 느낌은 저속에서든 고속에서든 안정감을 준다. GS460에 달려있는 인공지능 가변 서스펜션(AVS)는 주행조건에 따라 서스펜션 반응이 4단계로 조절된다. 운전자의 취향에 따라 스포트 모드를 선택할 수 있지만, 모드별 변화가 적은 것인지 워낙 매끄러워서인지 모르겠으나 예민한 사람이 아니면 세팅에 따른 차이를 거의 느끼기 어렵다.

스티어링 반응은 거의 뉴트럴에 가까운 언더 스티어다. 딱히 FR차다운 주행특성을 보이지는 않는다. 다루기 까다롭지 않은 것이 렉서스 차가 가져야 할 다이내미즘의 제1 덕목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정밀하게 계산된 지오메트리 특성과 함께 가변 기어비의 전동 파워 스티어링이 가세해 속도가 달라지거나 회전하고 있는 도중에도 스티어링 감각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 가변 기어비 스티어링은 속도에 따라 스티어링 기어비를 바꾸는 장치다. 저속에서는 가볍고 부드럽게, 고속에서는 더 묵직하고 정교하게 움직이도록 했다. 그러나 여전히 독일차의 깔끔하고 민첩한 핸들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운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지루할 정도로 속속들이 부드러운 세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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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한대로 GS460은 V8 4.6L 엔진이 내는 347마력의 힘이 8단 자동변속기를 거쳐 뒷바퀴로 전달된다. 최대토크(46.9kgm)는 4,100rpm에서 나오지만 큰 배기량 덕에 낮은 회전수에서도 꾸준한 가속이 이루어진다. 변속기는 수동 모드가 있어 레버를 앞뒤로 움직이면 기어를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 6단에서 3,000rpm이면 이미 시속 120km가 넘어서 버리기 때문에, 수동 모드에서는 6단 이상 쓸 일이 없다. 변속기에서 동력이 새는 느낌은 거의 없지만, 간혹 가속 중 약간 거칠게 변속되는 것이 거슬린다. 사소한 옥의 티를 빼면 기어의 단수가 많다던가 변속이 자주 이루어진다던가 하는 점을 운전자는 쉽게 눈치챌 수 없다. 너무 매끄러운 가속은 운전의 재미를 떨어뜨린다. 약간 답답하게 가속되는 느낌을 주는데 속도계의 바늘은 이미 한참 앞서 나가고 있다. 잘 달리는 차가 잘 달리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대다수 사람에게는 심리적 안정감을, 소수의 사람에게는 과속을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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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량이나 출력에 비해 평범하다할 정도의 모습을 보이던 GS460의 운동특성에 대한 종합적인 결론은 브레이크를 밟을 때 얻게 된다. 페달과 브레이크 실린더 사이를 전기 신호로 연결하는 브레이크 바이 와이어 시스템의 영향도 있겠지만, 처음에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던 브레이크는 이내 정교함을 잃는다. 차의 무게감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스티어링, 스로틀을 통합제어해 최적의 주행안정성을 이끌어내는 통합형 전자제어 주행안정장치(VDIM)의 개입시점이 빠른 것도 이런 차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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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는 렉서스 GS460에 ‘럭셔리 퍼포먼스 세단’이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0->시속 100km 가속 5.5초라는 수치를 이야기하기에 어울리는 타이틀이다. 그리고 실제로 잘 달린다. 장점이면서 단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운전자에게 너무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잘 달린다. 포지셔닝만 놓고 본다면 성능 면에서 BMW 550i, 메르세데스 벤츠 E500, 아우디 A4 4.2 등과 비교할 수 있어야 하는 차인데도 뭔가 아쉽게 느껴지는 것은 감각적 차이 때문일 것이다. GS460의 한층 커진 엔진과 새로운 변속기는 차의 기계적인 느낌을 희석시키는 데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운전자를 편안하게 해 주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몰아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렉서스만의 특징은 꾸준히 진화하고 있고, 어떤 모델을 골라도 그 특징을 느낄 수 있을만큼 성숙했다는 것을 GS460을 통해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평점: 7.0/10

이 차가 온 몸으로 하는 말은 오로지 이 한 가지 뿐이다. “난 멋지고 잘 달리는 렉서스야.”

  • 좋은 점: 절제된 화려함, 시원한 가속감, 풍부한 안전 및 편의장비
  • 나쁜 점: 실용성이 떨어지는 뒷좌석과 트렁크, 너무 무난하고 부드러운 주행감각, 경쟁력이 떨어지는 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