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RightFuel-Diesel_Nozzle

[ 오토카 한국판 2008년 5월호에 쓴 글입니다 ]

경유 값이 휘발유 값의 95% 수준에 오른 요즘, 이런 이유 때문에 과연 경제성을 이유로 디젤차를 구입할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신차를 기준으로 디젤차의 값은 비슷한 배기량의 휘발유차보다 더 비싼데, 이 값의 차이를 상쇄시킬 만큼 디젤차가 휘발유차보다 적은 연료비가 드느냐 하는 이야기다.

사실 이 문제는 간단히 ‘그렇다’, ‘아니다’로 답변을 명쾌하게 가르기 힘들다. 논쟁들이 대부분 그렇듯, 둘러싼 변수들 가운데 어떤 것이 중요하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답변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일반 오너들의 이야기나 인터넷 상의 토론을 듣고 보면서 디젤차와 휘발유차의 근본적인 성격차이를 배제한 채 둘 중 한쪽의 장점만을 내세우는 모습을 종종 대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런 논쟁에 대해 언젠가는 한 번쯤 정리해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글이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필자는 디젤차의 경제성을 톡톡히 실감하고 있는 부류의 사람 중 하나다. 필자는 지난해 직장을 옮기면서, 전에 왕복 70km 정도 되었던 출퇴근거리가 지금은 30% 정도 늘어 90km 정도가 되었다. 주행거리만큼 연료비도 늘어나, 전에 타던 1.6L급 휘발유 엔진 준중형 해치백으로 출퇴근을 해 보니 한 달 연료비가 30~35만 원에서 50만 원 이상으로 급격히 치솟았다. 평범한 직장인으로서 감당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비용상승이 아닐 수 없다.

고심 끝에 회사에서 어느 정도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1.6L급 디젤 엔진 준중형 해치백으로 차를 바꾸었다. 전에 몰던 차의 실제 연비는 순정상태 그대로 탔음에도 11~13km/L정도였지만 새로 구입한 디젤차는 ECU와 흡배기, 광폭 타이어와 대형 휠 등 튜닝을 거친 뒤에도 15~16km/L의 실제연비를 보이고 있다. 덕분에 월 연료비 지출은 옛 직장에 다닐 때와 비슷한 30만 원 대로 돌아갔다.

필자가 구입한 디젤 승용차는 같은 등급의 휘발유 차보다 새차 값이 250만 원 비쌌다. 현재 휘발유 값과 경유 값의 차이는 L당 100원 정도. 한 달에 2,500km 정도 주행하면서 소비하는 연료량은 약 160L이다. 만약 같은 연비의 휘발유 차를 탄다면 한 달에 16만 원의 연료비가 더 들테지만, 비슷한 배기량의 휘발유 차가 실제로는 13km/L 정도의 연비를 낼 것이므로 소비 연료량은 190L, 연료비 차이는 19만 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1년 2개월 정도면 연료비 차이로 비싼 차값을 상쇄시킬 수 있다.

이처럼, 디젤차의 경제성은 시간에 비해 많은 거리를 달릴 때 두드러진다. 반면 시간에 비해 주행거리가 짧을수록 디젤차의 경제성은 급속도로 그 빛을 잃는다. 필자의 차로 한 달에 1,000km 정도 주행한다면 휘발유 차와의 연료비 차이는 6만5,000원 정도로 줄어 차값 차이를 상쇄시키려면 3년 2개월 이상이 걸린다. 그리고 엔진 배기량이 커질수록 연료비 차이도 점점 줄어든다. 평소 동네에 장보러 다니는 정도로만 차를 쓰면서 2,000cc 이상급 차가 필요하다면 굳이 디젤 차를 살 필요는 없다. 연비 차이가 더 작은 자동변속기 차라면 더더욱 그렇다.

유럽에서 디젤 승용차가 유난히 인기를 끄는 이유는 그들이 많이 달리기 때문에 경제성을 쉽게 실감할 수 있어서다. 소비자들은 붐비는 도심에서 짧은 거리만 오가는 디젤 차는 경제성도 떨어질 뿐 아니라 대기오염 면에서도 좋지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두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