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터트렌드 2010년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Xbox360 – 포르자 모터스포츠 (Forza Motorsport) 3

Forza-Motorsport-3_Xbox360_cover플스에 그란 투리스모가 있다면 엑스박스에는 포르자 모터스포츠 시리즈가 있다. 최신작인 포르자 모터스포츠 3은 리얼리티 면에서 그란 투리스모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웰 메이드 드라이빙 게임. 그란 투리스모가 ‘드라이빙=생활’을 표방하며 드라이빙 주변요소까지 모두 쓸어 담았다면, 포르자 모터스포츠 3은 드라이빙 그 자체에 집중한 구성이 돋보인다.

일반적으로 게임에서 시각적 사실감을 살리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차의 그래픽 처리이고, 다른 하나는 주변 환경의 그래픽 처리다. 포르자 모터스포츠 3의 강점은 주변 환경의 그래픽 처리가 무척 세련되다는 점이다. 3D 그래픽의 한계는 있지만, 최소한 ‘자연스러움’이라는 측면에서는 매우 좋게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자연광의 느낌은 거북함 없이 무척 편안해서, 주행 중 주변의 풍경의 흐름을 보면 실제 차를 몰 때의 느낌과 무척 비슷하다.

물론 그래픽 처리가 모든 면에서 완벽한 것은 아니어서, 실제 차를 모는 느낌을 한층 키워줄 실내의 재현은 주변 환경을 재현한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게임할 때에는 별로 느낄 일이 없지만, 다시 보기 때 확인할 수 있는 차의 재질감과 반사의 재현도 조금은 아쉬운 부분. 대신 작은 접촉사고도 성실하게(?) 재현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또 하나의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부분은 주행감각. 차의 움직임이 조금은 과장되게 표현된 그란 투리스모와 달리 포르자 모터스포츠 3은 움직임이 적당히 절제되어,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를 자처하는 그란투리스모보다 더 시뮬레이터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사뭇 진지한 분위기의 게임이지만 주행 장면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 포토 모드, 주행기록을 되돌려볼 수 있는 리와인드 모드, 그리고 이전 버전에서도 좋은 평을 얻었던 자작 데칼 꾸미기 등 자잘한 재밋거리도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포르자 모터스포츠 3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차종과 서킷 구성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정말로 진지한 드라이빙 게임에 몰입하고 싶은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닌텐도 Wii – 마리오 카트 (Mario Kart) Wii

mario-kart-wii-box솔직히 얘기하자면, 마리오 카트 Wii는 등장 캐릭터들이 카트를 타고 경쟁할 뿐, 자동차와는 별 상관 없는 캐주얼 게임이다. 닌텐도의 간판 초장수 인기 캐릭터인 마리오 형제가 등장하는 마리오 시리즈는 오랜 세월을 거치며 다양하게 가지치기해, 이제는 시리즈 그 자체가 하나의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마리오 카트 Wii 역시 그냥 마리오 시리즈의 하나로 분류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사실 이 게임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마리오와 친구들의 앙증맞은 모습, 귀여운 아이템과 서로 공격하고 공격받을 때의 장난스런 이펙트는 게임 결과에 상관없이 플레이어들을 웃음짓게 만든다. 그래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쉽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재밋거리가 그것뿐이라면 이 게임에 대한 기사가 모터트렌드의 지면을 차지할 이유가 없다.

우선 조작이 간단하고 게임 진행이 단순하지만, 게임을 해 나갈수록 결코 가볍게만 대할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게임에서 이기는 것이 목표라면 조금은 머리를 굴리기도 해야 한다. 게다가 혼자서 게임기가 만들어낸 경쟁자들과 겨뤄야 하는 상황이라면, 똘똘한 컴퓨터의 치밀한 방해공작을 물리칠 수 있도록 코스에 맞는 캐릭터와 차를 잘 골라야 한다. 게다가 꽤나 입체적인 코스와 얼핏 정신 사나울 수도 있는 주변환경(동물이나 괴물들이 버젓이 코스 위를 걸어 다닌다!)처럼 예상치 못한 변수들도 신경 써야 한다. 특히 내가 아무리 잘 해도 피할 수 없는 방해공작들이 줄기차게 펼쳐지기 때문에, 레벨이 높아질수록 제대로 이기기는 참 힘들다.

그래서 이 게임은 혼자서 게임기를 상대로 경쟁하는 것보다 사람 대 사람으로 즐기는 것이 더 재미있다. 물론 상대에 따라 게임은 훨씬 재미있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어쨌든 자동차 게임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임에는 틀림 없다. 참, 비슷한 느낌의 국산 온라인 게임 카트라이더와의 비교는 참아주시길. 참고 삼아 이야기하자면, 카트라이더보다 마리오 카트의 주행감각이 조금 더 현실적(?)이다.

플레이스테이션 3 (PS3) – 모터 스톰 (Motor Storm) 2

1841938_1.jpg국내에는 저변이 거의 ‘무(無)’에 가깝지만, 해외에서는 탈것을 이용한 익스트림 스포츠의 인기가높다. 익스트림 모터스포츠를 고스란히 게임 화면 위로 옮겨놓은 것이 바로 모터 스톰 2다. 버기 카와 몬스터 트럭 등 자동차뿐 아니라 모터사이클, ATV 등 다양한 탈것들이 고루 등장하는 점도 익스트림 모터스포츠와 비슷하다.

이 게임에서 가장 높게 쳐주고 싶은 부분은 철저하게 비현실적이라는 점. 게임이 펼쳐지는 가상공간에서부터 등장하는 탈것의 디자인이나 특성, 심지어는 ‘탈법’과 ‘폭력’을 자유롭게 실행할 수 있는 점까지 모두 다 비현실적이다. 경쟁자들을 공격하거나 주행을 방해하는 것도 자유이고, 조금 살벌하지만 큰 차를 몬다면 모터사이클이나 ATV를 문자 그대로 ‘밟아버릴’ 수도 있다. 오죽하면 국내 배급사에서 이 게임에 ‘이종격투 레이싱 게임’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을까. 한술 더 떠, 안전운전 계몽차원(?)에서 충돌사고 때에는(특히 모터사이클이나 ATV) 사람이 튕겨져 날아가는 처참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비현실적인 설정이 게임의 재미를 더하는 또 한 가지 요소는 코스다. 시원한 바닷가와 정글이 어우러진 가상의 섬, 삭막한 석산에 펼쳐진 폐허와 붉게 흐르는 용암이 지천인 화산지대 등 현실세계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곳들을 달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기본적인 플레이 방법은 간단하지만, 이 게임 역시 이기는 것이 목적이라면 제법 공을 들여야 한다. 게임 진행 정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차종이 늘어나는데, 코스 특성에 맞게 차종을 전략적으로 잘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주행조건에 맞게 드리프트같은 운전기술과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이는 부스트 기능도 적절히 구사해야 한다. 조작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므로, 짧은 시간 내에 게임 전체를 클리어하기는 쉽지 않을 듯. 하지만 가슴 속의 질주본능과 폭력본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으니, 평소에 받는 스트레스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바로 시작하자. 롸잇 나우.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 (PSP) – 그란 투리스모 (Gran Turismo)

gt2플스용으로 개발된 대표적인 시뮬레이션 지향 드라이빙 게임인 그란 투리스모 시리즈의 PSP판. 플스 콘솔(PS2/PS3)용 그란 투리스모 시리즈는 게임 DVD 한 장으로 모든 내용을 담기 어려울 만큼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지만, PSP용 그란 투리스모는 PSP라는 휴대용 매체의 특성을 반영해 메뉴 및 게임 진행, 그리고 그래픽 처리가 조금 단순해졌다.

가장 큰 특징은 그란 투리스모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마다 괴로워하는 기본적인 트레이닝 코스, 즉 라이선스 모드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뉘르부르그링 노르드슐라이페처럼 콘솔용 그란 투리스모 4에서는 어느 정도 게임이 진행되어야 달릴 수 있는 서킷들을 PSP용에서는 별다른 노력 없이 처음부터 달릴 수 있다. 게임 패키지에도 등장하는 시보레 콜벳 Z06나 엔초 페라리, 람보르기니 쿤타치처럼 그란 투리스모 시리즈에 처음 등장하는 차들도 있어 흥미를 더한다. 경주 성적에 따라 받는 상금을 모아 새차를 구입하는 방식은 PSP용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PSP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이면 인터넷에 연결하지 않아도 쉽게 대전을 펼칠 수도 있으니 분명 콘솔용보다 나은 점도 있다.

PSP의 작은 액정화면 해상도에 맞추다 보니 그래픽 처리의 섬세함이 부족해 아쉬울 뿐, 주변 환경과 차의 재현은 게임을 즐기기에 무리 없는 수준이다. 기본적인 물리특성 처리 소프트웨어가 같아서 그렇겠지만, 주행감각이 콘솔용 그란 투리스모와 별반 차이 없는 것도 매력 중 하나다. 크기와 움직이는 범위가 콘솔용 듀얼쇼크 아날로그 패드보다 훨씬 작은 PSP의 아날로그 패드 조작만 능숙해진다면, 콘솔용 게임의 주행감각을 거의 그대로 즐길 수 있다.

매니아들은 단순해진 구성이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휴대하며 즐기는 재미는 무시할 수 없고, 오히려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면 훨씬 쉽게 그란 투리스모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 운전 자체의 실감과 재미를 추구하는 정통 드라이빙 게임 애호가들의 심심풀이용 게임으로 제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