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타이어 Tire Family 2010년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언뜻 처음 보는 생소한 차라 하더라도, 동그란 테두리 안에 세 꼭지 별이 빛나는 엠블럼이 달려 있다면 누구든 쉽게 그 차의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다. 벤츠라는 짧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메르세데스 벤츠가 만든 차라는 것을 말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1886년에 세계에서 처음으로 휘발유 엔진을 쓴 자동차를 개발한 이후 지금까지 줄곧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로 자리매김해 왔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세계 최초의 자동차를 만든 브랜드’라는 거창한 타이틀 때문에 두드러지지 않기는 해도,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자동차의 다양한 분야에 새롭고 앞선 기술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그리고 국내에는 승용차와 대형 트럭만 공식 수입되고 있지만, 벤츠는 도시형 초소형차 스마트와 소형 해치백 A클래스 등 소형차에서 다양한 크기의 밴과 트럭, 대형 버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차종을 두루 거느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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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랜 역사 속에서 벤츠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준, 그리고 잘 보여주고 있는 차종은 역시 대형 럭셔리 세단이다. 이미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일본과 사우디 아라비아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왕실에서 벤츠의 차를 왕실 전용차로 쓸 정도로 고급스러움을 널리 인정받았던 것도 벤츠의 능력이 어떤 부분에서 잘 발휘되어 왔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래서 벤츠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공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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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벤츠가 만드는 차들 가운데 가장 고급스러운 모델은 S 클래스 세단이다. S 클래스라는 이름은 ‘특별한 차급’을 뜻하는 독일어인 ‘Sonderklasse’에서 머릿글자를 가져온 것이다. 벤츠가 S 클래스를 공식적인 모델 이름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1972년 등장한 W116 시리즈부터인데, 그 이전까지는 6기통 엔진을 얹은 모델이라는 뜻으로 세 자리 숫자로 된 모델명 뒤에 S라는 이니셜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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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벤츠는 S 클래스의 뿌리를 1951년 등장한 W187 시리즈라고 말한다. 특별히 소량생산되거나 주문제작하지 않은 순수한 양산 모델 가운데 가장 크고 고급스러운 모델로 본격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것이 W187 시리즈였기 때문이다. 이후로 S 클래스는 세대를 이어 오면서 당대에 어울리는 높은 품격과 품질, 성능과 최신 기술을 고루 담아내어, 늘 대형 럭셔리 세단의 기준이 되어 왔다.

1959년에 첫선을 보인 W112 시리즈는 처음으로 충돌 때 차체구조 앞뒤가 찌그러지면서 탑승공간을 보호하는 충격흡수 차체구조를 비롯해 부드러운 소재로 표면을 처리한 내장재, 3점식 안전벨트 등을 선보여 자동차 안전에 큰 획을 그었다. 또한 1978년에는 ABS를, 1981년에는 운전석 에어백을 양산차에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함으로써 S 클래스는 안락함과 안전성, 성능을 고루 갖춘 럭셔리 세단으로 벤츠를 본격적인 명차 브랜드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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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S 클래스가 편안한 차에 머무르지 않고 뛰어난 성능까지 겸비한 최고의 럭셔리 세단으로 거듭나게 된 데에는 1980년대 후반부터 활발해진 후발 럭셔리 브랜드들의 추격이 큰 영향을 미쳤다. 벤츠와 같은 독일 출신인 BMW는 1987년에 V12 엔진을 얹은 750iL을 내놓았다. 당시 벤츠의 최고급 모델인 560 SEL에는 최고출력이 280마력인 V8 5.6L 엔진이 쓰이고 있었다. 그런데 BMW 750iL의 V12 엔진은 배기량이 5.0L로 560 SEL의 것보다 작았지만, 고급차에서 상징적인 역할이 큰 엔진의 실린더 수가 더 많았고 최고출력도 300마력으로 20마력 이상 높았다.

나아가 1989년 도요타가 렉서스 브랜드를 만들어 럭셔리 세단 시장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 놓았을 때, 브랜드 첫 모델로 내놓은 LS400의 V8 4.0L 엔진은 배기량이 훨씬 작은데도 최고출력은 250마력으로 벤츠 S 클래스 8기통 모델의 출력을 웃돌았다.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닛산의 인피니티 Q45에 쓰인 V8 4.5L 엔진도 최고출력이 280마력에 이르렀다. 고급차 시장의 풋내기인 일본 브랜드 차들에게도 위협을 당하는 입장이 되자, 벤츠는 그동안 힘을 기울이지 않았던 S 클래스의 고성능화에 불을 당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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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벤츠는 1992년 S 클래스에 V12 6.0L 엔진을 얹어 내놓게 된다. 벤츠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양산차에 얹은 V12 엔진인 이 엔진으로 벤츠는 ‘양산차에 얹을 수 있는 가장 많은 기통 엔진’이라는 상징성을 얻은 것은 물론이고, 배기량과 출력에서도 BMW는 물론 다른 럭셔리 브랜드들의 최고급차들을 압도할 수 있었다. 이후 지금까지도 S 클래스의 주력 모델은 V8 엔진을 얹지만, 최고급 모델에는 꼭 V12 엔진이 쓰이고 있다.

다른 브랜드들의 추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에도 벤츠 S 클래스는 최고의 럭셔리 세단으로서 명성과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40여 년 동안 270만 대 이상이 생산되고 팔림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고 판매된 럭셔리 대형 세단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