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토카 한국판 2010년 6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지난 달 열린 부산국제모터쇼에 다녀왔다. 예상했던 대로 ‘국제모터쇼’라는 타이틀에 어울리지 않게 싱거운 내용이었지만, 의외의 즐거움도 있었다. 월드 프리미어는 아니지만 국내 소비자들이 기대하고 있던 차 중 하나인 기아 K5의 실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즐거움 중 하나였다. 일찌감치 뉴욕 모터쇼에서 처음 소개되었기 때문에 이미 K5의 실내외 사진은 보도자료로 배포된 지 오래다. 사진상으로는 깔끔한 선, 간결한 곡면과 스포티한 차체 비례가 매력적이어서 인상 깊었다. 다만 간혹 사진과 실제 차의 느낌이 다를 때도 있기 때문에 실제 차를 보는 것에 대한 기대가 컸다.

K5의 실물을 보니 페터 슈라이어 부임 이후 가닥을 잡기 시작한 기아의 디자인 흐름이 제 궤도에 들어섰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슈라이어의 입김이 작용해 나온 이전 모델들과 달리 겉모습의 스포티한 이미지가 실내에도 잘 살아 있었다. 전시된 차가 고급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일관성’이라는 면에서 높이 평가할 수 있었다. 국내 시장에서 준중형급과 함께 가장 중요한 차급인 중형차에 해당하는 모델로, 오랫동안 해당 차급 1위를 놓치지 않은 현대 쏘나타라는 강적을 상대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신경을 쓴 흔적도 역력했다. 차에 대한 깊이 있는 평가는 직접 도로에서 달리며 K5를 경험해 봐야 할 수 있겠지만, 최소한 ‘동적 평가’가 아닌 ‘정적 평가’에서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런데 K5가 K라는 이니셜과 차급을 뜻하는 숫자를 결합한 기아의 새로운 모델 이름이 붙은 두 번째 모델이다 보니, 불현 듯 같은 이름짓기 방법이 처음으로 쓰인 윗급 모델 K7 생각이 들었다. K7의 겉모습은 선 처리에서는 성공했지만 면 처리에서 아쉬움이 든다. K5의 겉모습이 덩어리를 깎아 만든 느낌이라면 K7은 덩어리에 살을 붙인 느낌이다. 기아에 영입되기 이전부터 보아왔던 슈라이어 풍의 차체 디자인은 물론이고, ‘직선의 단순화’라는 기아의 디자인 철학(이라기보다 개념이라고 하는 것이 옳겠지만)이 주는 느낌과도 차이가 있다. 실내, 특히 대시보드 역시 아랫급인 K5보다 겉모습과의 디자인 통일성도 부족해 보이고 소재선정에서도 아쉬움이 크다. 왠지 성급하게 마무리되어 서둘러 내놓은 느낌이다. 

과정이야 어쨌든 결과물만을 놓고 보면,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직까지 기아차 디자인에 윗분들 입김이 작용하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생겼다. ‘카더라 통신’인지도 모르겠지만 슈라이어 씨가 K7 디자인을 아쉽게 생각한다는 이야기도 인터넷에 흘러다니니 말이다. 준대형급쯤 되면 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기준은 아랫급 모델과는 사뭇 달라진다. 차의 존재감, 달리 말하자면 격조 있는 분위기가 중시된다. 스포티한 디자인 기조를 따르자면 상당히 세련된 처리가 필요하다. 필자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은 슈라이어 휘하 기아 디자인팀이 충분히 그런 처리를 할 수 있으면서도 왠지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못한 느낌이 들었던 게다. 더욱이 완성도 높은 K5가 나오고 나니 그런 심증은 더 굳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디자인으로 승부하겠다는 기아에서 설마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을까’라고 넘어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물론 K7이 국내외 시장에서 기아의 수익이나 이미지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윗선’에서 디자인까지 매우 조심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잘 달리고 있는 말에게 지나치게 채찍질을 하지는 않길 바랄 뿐이다. 하긴 오피러스에서 K7으로의 디자인 변화를 생각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