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기아 K5 하이브리드

[ 모터 매거진 2011년 6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본격적인 첫 국산 하이브리드 승용차인 K5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일반 K5에서 경험할 수 있는 승차감과 편의성을 고스란히 가져왔고, 이질감이 적은 주행감각이 특징이다. 강력한 EV 모드에 힘입어 연료절감 효과는 뛰어나다. 물론 그만큼 값은 비싸다

본격적인 첫 국산 하이브리드 승용차가 나왔다. 현대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함께 개발된 기아 K5 하이브리드가 그 주인공이다. ‘본격적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앞서 나온 현대 아반떼/기아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 때문이다. 이들은 보편성이 떨어지는 LPG 연료를 쓰고, 소극적인 연비향상 기술을 더한 마일드 하이브리드이기 때문이다. 

K5 하이브리드는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함께 미국 시장에도 수출된다. 이미 시장에 동급 하이브리드 세단이 여럿 포진하고 있는 시장이다. 앞서 나온 차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술력을 독자적으로 확보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시장 진입이 늦기 때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 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동급이라 하더라도 경쟁 수입 하이브리드의 값이 만만치 않다. K5 하이브리드의 데뷔는 국내에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셈이다.

K5 하이브리드는 앞모습까지 대대적으로 뜯어고친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비하면 보수적으로 치장했다. 언뜻 보아서는 일반 K5와의 차이를 쉽게 확인하기 어렵다. 앞서 선보인 현대 아반떼/기아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의 치장과 비교해도 화려함이 덜하다. 호평을 얻고 있는 디자인에 더 손대는 것이 옳지 않다는 판단에서 차별화를 자제했다는 것이 기아 측의 설명이다.

실내에서도 하이브리드 시스템 때문에 차에 탄 사람이 손해 보는 부분은 없다. 장비와 공간 모두 여느 K5와 다를 바 없다. 오히려 휘발유 모델 대비 업그레이드된 부분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슈퍼비전 계기판 가운데에는 일반 K5보다 큰 4.2인치 LCD 화면이 있어 다양한 주행관련 정보를 보여준다. 대시보드 중앙의 내비게이션 화면도 하이브리드 전용 화면이 있다. 주행상태의 친환경 정도가 두 가지(ECO 레벨)로 표시되고, 시스템의 에너지 흐름도와 연비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일반 K5에서 피아노 블랙 그레인으로 처리되는 부분은 카본 느낌의 장식으로 바뀌었다. 특별하다기보다 고급화되었다는 느낌이 크다.

엔진룸에서도 전기계통을 뜻하는 오렌지색 배선을 빼면 눈에 띄는 차이는 거의 없다. 2.0L 휘발유 엔진에 모터를 결합한 형태이고 모터가 특별히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모터에 전원을 공급하는 배터리는 트렁크 안쪽, 뒷좌석 등받이 뒤편에 마련되어 있다. 어느 정도 공간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뒷좌석 등받이의 스키스루 도어를 쓸 수 있도록 배치해 실용성에 대해 어느 정도 배려하고 있다. 기타 다른 전기장치에 전력을 공급하는 12V 배터리는 트렁크의 동반석쪽 벽 안쪽에 배치해 놓았다.

이 차의 핵심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도요타 프리우스의 HSD 방식이나 혼다의 IMA, 닛산 방식과도 다른 현대기아 고유의 방식이다. 그리고 그 구성에서 독특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현대기아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경험이 많은 메이커들에 비해 뒤늦게 이 영역에 뛰어들었다. 이미 특허가 등록된 기술을 피해야 로열티를 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고민과 시도를 해야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기아는 K5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풀 하이브리드라고 주장한다. 모터와 엔진이 함께, 또는 어느 하나만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엔진과 모터, 변속기와 차축이 일렬로 놓인 구성만 놓고 본다면 직렬이지만, 하이브리드 개념에서는 요소의 배치와 시스템 분류는 관계가 별로 없다.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모터가 위치한다는 점은 혼다 및 닛산 방식과 비슷하다. 그러나 엔진과 모터 사이에 클러치가 있어, 필요할 때마다 엔진 동력을 연결하고 뗀다는 점이 특이하다. 간단히 말하자면 모터가 들어 있는 것을 빼면 일반 휘발유 엔진 차와 거의 비슷하다. 변속기도 통상적인 6단 자동을 쓴다. 대신 모터는 항상 변속기와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고 모터에서 나오는 동력이 항상 변속기로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전력공급이 되지 않으면 자유롭게 회전하는 브러시리스 모터를 사용함으로써 클러치 없이도 모터가 동력을 만들거나 만들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기아가 K5 하이브리드를 내놓으며 가장 크게 염두에 둔 차는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다. 현재 국내에도 판매되고 있는 모델이다. 시승 전 설명회에서도 캠리 하이브리드와 비교한 자료가 수시로 거론되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차이만큼 중요한 것이 배터리인데, K5 하이브리드에는 LG화학에서 만든 리튬이온 폴리머(Li-ion polymer) 배터리가 쓰인다. 5.3Ah에 270V로 1.431kWh의 용량을 갖는다. 캠리 하이브리드에는 6.3Ah에 244.8V로 1.591kWh의 용량을 갖는 니켈-수소(Ni-MH) 배터리가 쓰인다.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는 에너지 저장 밀도가 Ni-MH 배터리에 비해 높고, 저온 성능이 뛰어나면서 메모리 효과가 적은 것도 장점이다. 2.4L 엔진을 쓰는 캠리 하이브리드(196마력)와 2.0L 엔진을 쓰는 K5 하이브리드(191마력)의 수치상 시스템 출력 차이가 크지 않은 것도 인상적이다.

주행감각에서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승차감은 부드러운 듯 차분하다. 현대기아 중형차의 보편적인 승차감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강렬한 스타일만큼 잘 달리고 잘 받쳐주는 느낌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고 늘어난 무게가 크게 부담스럽지도 않다. 고속 코너에서 약간 차체 뒤쪽의 움직임이 어색해지기는 하지만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이미 휘발유 및 LPG 모델이 판매되고 있는 만큼 K5에서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감각과 큰 차이가 나게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파워트레인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휘발유 모델의 세타 II와는 다른, 신개발 누우 엔진이 올라간다는 점이다. 이 엔진에는 연비향상을 위한 앳킨슨 사이클(Atkinson cycle) 설계가 반영되어 있다. 흡기밸브가 열리는 시간을 늘려 유효 압축비를 떨어뜨림으로써 연료소비를 줄이는 기술이다. 하지만 가속반응이나 회전질감 등 엔진만의 특성을 따로 파악하기는 힘들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에는 무조건 전기 모드로 주행한다. 도요타 방식의 하이브리드 시스템보다도 전기 상태가 유지되는 속도영역이 높은 것이 흥미롭다. 시속 60km 정도가 되어도 시동이 걸리지 않은 채 차가 움직인다. 물론 조건이 뒤따른다. 배터리가 충분히 충전되어 있고, 가속이 부드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모터만으로 바퀴를 굴릴 때에는 계기판에 녹색 EV 모드 확인등이 켜진다. 시동이 걸려 있지 않을 때에는 차 밖에서도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K5 하이브리드에는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이 들어간다. 이 시스템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20km까지의 속도 영역에서 기어 레버가 D, N, R 위치에 있으면서 엔진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작동한다.

모터의 출력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전기 모드에서도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좀처럼 들지 않는다. 모터의 특성상 회전속도에 상관없이 토크를 최대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쉽다 싶어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으면 곧바로 엔진이 개입한다. 주행 중 시동이 걸릴 때에는 시동이 걸렸다는 사실은 확실히 알 수 있지만 시동으로 인한 진동은 거의 없다. EV 모드에서도 엔진 시동이 걸려 있는 상태일 때가 있다. 배터리 충전을 위해 엔진이 작동하는 것이다. 다만 주행 중에는 시동이 걸려 있지 않아도 가는 작동음이 꾸준히 들린다. 에어컨을 꺼도 같은 소리가 계속 나는 것을 보면 모터 관련 소음으로 추정된다.

고속에서도 전기 모드 주행이 가능하다는 점은 매력이지만, 일정 속도 이상을 유지하면 전기 모드가 유지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고속 정속 주행 때 전기 모드의 도움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은 대다수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한계다. K5 하이브리드도 마찬가지 단점을 안고 있다. 게다가 배터리 소모는 빠른데 충전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충전도, 방전도 빠른 도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는 대조적이다.

대부분의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K5 하이브리드에도 감속 에너지를 발전에 이용하는 에너지 회생기능이 있다. 일부 다른 하이브리드 카들 가운데에는 이 기능이 작동할 때 뒤에서 잡아끄는 느낌이 뚜렷한 것들도 있다. K5는 상대적으로 그런 느낌이 적다. 작동위화감은 적지만, 주행 중 충전이 쉽지 않은 것을 보면 이 기능의 효율이 그리 높지 않다고 짐작하게 된다.

일산 킨텍스에서 자유로를 거슬러 올라가 임진각에 도착하는 구간에서 얻은 평균 연비는 20.3km/L. 최대한 부드럽게 주행했지만 일부러 연비를 높이기 위해 애쓰지 않았음에도 비교적 좋은 연비가 나왔다. 같은 코스를 달린 다른 차들 가운데에는 25km/L가 넘는 연비를 기록한 것도 있었다. 정부공인연비는 21.0km/L이지만, 같은 코스에서 일상적으로 달린다면 16~17km/L 정도의 연비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단히 뛰어난 수치는 아니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시스템 추가로 늘어난 무게(정부공인연비 기준으로는 155kg 차이)를 생각하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수치다. 같은 배기량의 휘발유 엔진 차보다는 뚜렷한 연료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다. 특히 시내 주행이 잦다면 스톱-스타트 기능으로 인해 연비 차이는 더 확실하게 드러날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트림 구성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고급 트림 중심으로 구성된다. 값이 3,068만 원(럭셔리)부터 3,338만 원(노블레스)이고, 최고급 모델에 풀 옵션을 더하면 3,555만 원이다. 세제혜택을 감안하면 같은 트림의 2.0L 휘발유 엔진 모델보다 330만~470만 원 정도 높은 가격이다. 경제성이 중시되는 하이브리드 모델에 이런 트림 구성은 썩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수익성과 이미지를 고려한 전략이고, 소비자들에게는 어느 정도 먹혀들 것이 분명하다. 휘발유 모델과의 가격차는 3년 정도 몰면 절약되는 연료비로 상쇄될 수 있다는 것이 기아의 계산이다. 한편으로는 그냥 K5에 디젤 엔진을 얹어 내놓는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좀 더 저렴하면서도 경제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성을 위해 편리함과 편안함을 희생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K5 하이브리드 같은 차들의 장점이다. 물론 더 철저한 감량이나 손질을 통해 경제성을 더 강화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차를 만들려면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가격대에서 멀어지거나 쾌적성을 희생시켜야 할 것이 뻔하다. 기아는 소비자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을 모두 노릴 수 있는 타협점을 잘 찾아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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