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스바루 아웃백 3.6 R

[ 오토카 2010년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크로스컨트리 왜건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차가 볼보 XC70과 아우디 A6 올로드 콰트로다. 하지만 최근 국내에 일본 메이커인 스바루가 진출하면서 이와 비슷한 성격의 차인 아웃백의 존재를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아웃백은 스바루 레가시 왜건을 조금 더 크로스컨트리 스타일로 꾸미고 지상고를 높인 차다. 기본이 되는 레가시도 작은 차는 아니지만 왜건 보디는 차체를 훨씬 커 보이게 만든다. 조금 더 SUV에 가까운 모델인 포레스터와 비슷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위로 붕 뜬 차체가 겉으로 드러나는 레가시 왜건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잘생기고 못생긴 것을 떠나서 현행 모델의 겉모습은 완성도가 높지만 과거의 아웃백에 비하면 개성이 부족하다.

2011-Subaru_Outback-1

실내에서는 레가시 왜건과의 차이점을 찾아내기가 더 어렵다. 실내 분위기는 굵직한 선과 덩어리를 기조로 해 대담한 느낌이다. 미국 시장에 어울리는 대륙적 감각이지만 구석구석 일본식 터치가 빠지지 않는다.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썩 나쁜 수준도 아닌 내장재에서 원가와 분위기를 적당히 조율한 것을 알 수 있다. 금속 느낌의 페인트가 칠해진 장식들이나 값 싸 보이는 우드 그레인은 요즘 국산차에서도 찾기 어려운 수준이다. 과거 스바루 차들에 비해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비슷한 가격대의 다른 일본차들과 비교해도 시각과 촉각의 만족도를 높이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2010 Subaru Outback, 04-10-09, Haefner, The Designory

쿠션이 도톰하고 약간 높이 앉는 앞좌석은 편안하게 장거리 주행하기에 어울린다. 공간이 절대적으로 넓지는 않아도 답답하지 않을 만큼의 여유가 있다. 앞좌석 주변의 여러 수납공간도 비교적 큼직한 편이고 한국형 DMB 오디오 일체형 내비게이션은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역력하다. 뒷좌석은 별다른 편의장비를 찾기 힘들지만 공간 면에서는 탁월하고 시각적으로도 시야가 좋아 시원한 느낌이다. 쿠션 느낌은 앞좌석과 비슷하지만 상대적으로 굴곡이 거의 없어 장거리 주행 때에는 조금 피곤하겠다. 6:4 비율로 나누어 접을 수 있는 등받이는 각도 조절도 된다.

2010 Subaru Outback, 04-09-09, Haefner, The Designory

짐 공간은 기대 이상으로 넓다. 특별하게 꾸미지는 않았지만 마무리는 깔끔하다. 트렁크 바닥이 낮아 짐을 싣고 내리기 쉽고, 바닥 아래에도 구획이 나뉘어진 넓은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왜건의 기본기에 충실하다는 점에서 스바루를 일본의 볼보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크로스오버라면서도 별다른 특색 없이 오히려 정통 왜건에 가까운 담백한 꾸밈새가 이런 장르에 대한 일본식 정의를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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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로 마련된 3.6 R 모델은 짧은 기어 노브와 스티어링 휠 뒤의 변속 패들이 스포티한 인상을 심어주지만 시원스럽게 달리는 느낌을 박진감 수준으로 끌어올리지는 못한다. 큰 배기량의 수평대향 6기통 복서 엔진이 만들어내는 두툼한 토크로 출발 때부터 가뿐한 느낌으로 가속이 이루어진다. 엔진음과 배기음은 엔진회전이 한계까지 오르는 동안 치밀하게 톤이 높아지지만 의외로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꾸준히 차체를 밀어붙이는 토크도 가속에서 스트레스를 잊게 만든다. 5단 AT는 1단에서 토크를 넓게 활용하고 4단과 5단의 간격을 벌여 고속 정속주행 연비를 높이도록 구성되어 있다. 덕분에 시속 100km에서의 엔진 회전수를 1,800rpm(5단)으로 묶어 정속주행 때 소음으로 인한 부담이 적다. 수동 모드에서의 변속반응과 속도는 평범한 수준이고, 패들 조작감이 밋밋한 것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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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중심이 높기 때문에 차체 롤이 비교적 크고 코너에서 무게 중심 이동이 느리게 시작되지만, 취약한 접지력은 스바루의 장기인 대칭형 AWD가 빠르고 확실한 반응으로 충분히 보완한다. 다만 시승차에 쓰인 타이어는 AWD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크다보니 포장도로를 고속으로 달릴 때에는 요철에서 바퀴들이 서로 따로 노는 느낌을 주지만, 잔 충격은 솔직하게, 큰 요철은 너그럽게 대응하기 때문에 승차감이 편안하다. 이런 세팅은 험로로 무대를 옮기면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리고 응답이 고르고 매끄러운 브레이크는 의외의 매력 포인트다. 방음은 전반적으로 잘 되어 있지만 큰 사이드 미러 때문에 생기는 풍절음이 비교적 일찍부터 귀를 자극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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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여야 하지만, 레가시 왜건이라는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GT에 크로스컨트리 기능을 더한 결과인 아웃백은 색다른 방정식을 만든다. 포장도로 위에서는 1+1=1.5, 험로 위에서는 1+1=2.5라는 방정식 말이다. 오래 몰아보지 않아도, 아웃백의 주 무대는 타맥이 아니라 그래블이라는 결론에 쉽게 도달할 수 있다.

평점: 7.0 / 10

담백한 꾸밈새에 시원한 달리기를 갖춘 스바루 아웃백 3.6R은 포장도로 위에서는 1+1=1.5, 험로 위에서는 1+1=2.5라는 색다른 방정식을 만든다.

  • 장점: 편안한 승차감, 넉넉한 실내 및 적재공간, 비포장에서 느낄 수 있는 운전 재미
  • 단점: 미적 감각 없는 디자인, 치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내장재, 불친절한 편의장비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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