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토카 한국판 2010년 8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잘 만든 차, 좋은 차가 공들여 만든 만큼 잘 팔리면 얼마나 좋을까만, 시장이 항상 메이커의 생각만큼 움직여 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브랜드 선호도의 편중현상이 심한 편이라, 어떤 차를 내놓든 늘 조금은 손해를 보며 시작하는 메이커들이 있다. 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메이커로 GM대우를 들 수 있다. 물론 GM대우가 외적인 문제들로만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국내 메이커들 대부분 그렇지만, GM대우 역시 내적인 문제들도 손해에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최근 GM대우는 9월부터 판매를 시작할 예정인 준대형차 알페온을 국내에서 생산한다고 발표했다. 일견 반가운 얘기긴 하지만, 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조금 걱정스러운 부분들도 눈에 뜨인다. 9월부터 판매할 차의 생산이 8월부터 시작된다는 것은 그러려니 할 수도 있다. 적지 않은 메이커들이 생산차종 변경을 위한 생산라인 정비를 여름휴가 기간 중에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개 1달 정도 여유 생산기간을 두면 재고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 수급에 별 문제가 없다.

 물론 국내 시장에 맞는 조율과 소비자들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생산은 바람직하다. 걱정되는 부분은 이런 당연한 내용들이 발표된 시기다. 7월 중순이 되어서야 9월부터 판매될 차가 8월에 국내에서 생산을 시작한다는 얘기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사전 준비가 있기야 했겠지만, 그 준비가 충분했을지 궁금해지게 된다. GM대우의 다른 차들과 달리 알페온은 처음부터 국내에서 주도적으로 개발된 차가 아니기 때문에, 완벽한 부품수급과 품질관리가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된다.

또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과연 알페온이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에 잘 맞을까’ 하는 점이다. 부산 모터쇼 이후 우연한 기회에 국내 판매용으로 마련된 차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처음 사진으로 알페온의 원형인 뷰익 라크로스를 보았을 때부터 한결같은 것은 실내 디자인이 운전자 중심이고, 전반적으로 타이트한 감성으로 꾸며졌다는 점이다. 이런 성향의 디자인은 국내 시장에서 소형이나 준중형, 중형급까지는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겠지만, 준대형급에서는 전례가 없었다.

국내 준대형급 시장은 사실 현대 그랜저의 독무대였고, 르노삼성 SM7이 나름의 자리를 지키는 가운데 기아 K7이 가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을 비롯해 수입차 가운데 비슷한 차급에서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던 렉서스 ES 같은 차들의 실내 디자인을 보자. 이들은 고급스러운 소재와 꾸밈새만 갖춘 것이 아니라, 공간적으로 넉넉한 느낌이 들도록 단순하게 디자인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알페온은 실내 분위기가 상당히 스포티하다. 운전자와 동반석 탑승자를 감싸는 분위기여서, 언뜻 넉넉하다는 느낌을 주기 힘들어 보인다. 

스포티한 디자인이 점점 대형차 쪽으로 번져나가고 있는 것이 요즘의 추세이기 때문에 알페온의 실내 디자인이 새로운 반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보수적인 성향이 짙은 국내 시장에서 과연 먹혀들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되는 것은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GM대우는 대우 시절 이후로 준대형 이상급 차가 거의 없었고, 베리타스를 수입해 팔면서도 마케팅 활동이 성공을 거둔 일이 없다. 

GM대우가 너무 오랫동안 비워온 시장이라 잘 하지 않으면 쉽게 풀어나가기 어렵다. 베리타스는 장점만큼 국내 시장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단점들도 적지 않았기 때문에 그러려니 할 수도 있지만, 국내에서 생산하는 알페온은 그렇지 않다. 알페온에 반영된 최신 트렌드를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 판매로 이어나갈 수 있는 마케팅적 뒷받침이 충분히 이루어진다면 아마도 필자가 하고 있는 여러 걱정들은 한 방에 날아갈 것이다. 마음은 급하겠지만, 돌다리도 두드려서 건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