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파나메라 4


[ 오토카 한국판 2010년 10월호에 쓴 글의 원본입니다. ]

힘이 ‘지나치게’ 넘치지는 않을지언정, 생김새를 제외한 다른 모든 부분은 포르쉐의 이름에 전혀 부끄러움을 남기지 않는다

자동차의 기본형 모델을 타보면 대개 뭔가 허전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포르쉐라면 어떨까? 그것도 브랜드 처음으로 시도된 4도어 모델이라면 말이다. 물론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깡통’ 수준의 진짜 기본형 모델은 아니다. 최소한 진짜 기본형 모델인 V6(공식 명칭은 그냥 ‘파나메라’다)에는 없는 AWD는 달려 있으니 말이다. 물론 겉모습에서 일반 V6 모델과의 차이점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더군다나 먼저 판매를 시작한 윗급 모델들에 비하면 조금 점잖은(덜 고급스러운) 꾸밈새이지만, 그들과의 차이도 한눈에 차이를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시작부터 느낌이 좋다.

실내를 먼저 둘러보면 실물을 접하기 전의 선입견은 싹 사라진다. 억지로 뒷자리를 갖다 붙인 2+2 구성이 아니라, 뒷좌석 공간도 앞좌석만큼 넉넉하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특히 뒷좌석 바닥이 낮아 머리 위 공간도 꽤 여유가 있다. 차에 탄 네 사람 가운데 어느 하나 홀대받는 느낌은 들지 않을 것이다. 앞뒤 모두 스포티한 디자인의 시트는 밑바탕이 탄탄하면서도 쿠션의 두께가 두툼해, 장거리 주행에도 몸이 불편할 일은 없어 보인다. 물론 충분히 확보된 뒷좌석 때문에, 옆에서 본 겉모습은 마치 길게 늘려 놓은 고무신 같은 느낌을 준다. 

겉보기에는 좁지 않을까 싶던 분위기의 트렁크 역시 의외의 넉넉함이 놀라움을 안긴다. 골프백을 갖다 대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상당히 바닥이 낮은 편이어서 4명이 여행을 갈 때 필요한 짐은 충분히 실을 수 있는 수준이다. 뒷좌석 등받이를 6:4 비율로 나누어 접을 수 있는 것도 메르세데스 S클래스나 BMW 7시리즈 같은 관념적인 동급 경쟁차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이다.

V6 3.6L 300마력 엔진은 얼핏 폭스바겐에서 가져온 카이엔의 것과 같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파나메라 및 카이엔 상위 모델에 들어가는 자사의 V8을 바탕으로 포르쉐가 직접 만든 새로운 것이다. 엔진 자체로 놓고 보면 빠른 반응과 매끄러운 회전질감이 훌륭하다. 이런 엔진의 만족도를 더 높여주는 것은 효율성과 친환경성이다. 신호대기 등 정지 상태에서 자동으로 시동이 꺼졌다가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면 다시 시동이 걸리는 스톱-스타트 기능은 이미 카이엔에서 먼저 선보였던 것. 직접분사 기술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적 개입을 통해 연비를 높인 것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V6 엔진에 안락함을 강조한 컨셉트인만큼 배기음의 박력이 크지 않은 점은 포르쉐 애호가라면 조금 섭섭해할 부분이다.

7단 PDK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은 낮은 단수의 기어에서 변속 때 약간의 충격이 느껴진다. 특히 스포츠 모드에서의 충격이 큰 편이다. 물론 윗단으로 올라가면 충격은 거의 사라지고, 전체적으로 변속이 빠르고 매끄럽기 때문에 도심주행 때가 아니라면 불만을 느낄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문제는 힘이다. 힘이 넘친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모자라다는 느낌도 전혀 들지 않는다. 어차피 이 모델을 선택할 사람이라면 충분히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예상보다 빠른 가속과 탁월한 접지력에 힘입은 듬직한 핸들링은 대단히 만족스럽다. 스포츠 세단(포르쉐는 4도어 쿠페라고 해야 좋아하겠지만)으로서는 더 바랄 것 없는 주행특성을 보인다. AWD 구동계를 갖췄음에도 뛰어난 회두성 덕분에 운전재미도 쏠쏠하다.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은 묵직한 편이지만, 깔끔하고 매끈한 제동력에서 포르쉐 차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파나메라가 니치 모델임에는 틀림없지만, 분명 파나메라와 고향이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 대형 세단과 비교하는 이들은 있을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포르쉐 라인업에 속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무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평범한 잣대로 재었을 때의 메리트는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물론 직접 몰아보고 내린 결론은, 실제 구매하려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전자의 설득력이 훨씬 크게 작용하리라는 것이다.

평점: 8.0/10

  • 장점: 분위기와 실용성 모두 만족스러운 뒷좌석, 달리고 서고 도는 능력의 탁월한 균형
  • 단점: 틀에 끼워 맞춘 디자인, 진짜 GT를 기대한다면 윗급 모델로 가야

NEW TECH

‘스포츠성’을 가미한 스톱-스타트 기능

포르쉐가 ‘오토 스타트/스탑’이라고 말하는 스톱-스타트 기능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차가 정지하면 시동을 자동으로 껐다가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면 자동으로 다시 시동을 거는 것이다. PDK 변속기를 쓴 모델에 해당되는 이 기능은 연비향상과 이산화탄소 배출량 저감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다만 스톱-스타트 기능이 작동해 엔진이 정지한 상태라도, 오디오와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전기를 계속 사용해 배터리 충전이 필요하게 되면 자동으로 다시 시동이 걸린다. 에어컨 컴프레서의 작동이 필요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파나메라의 스톱-스타트 기능은 포르쉐답게 스포츠 주행을 고려하고 있다. 기어 레버 옆에 있는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기능이 해제되어, 정지 후 출발 때 빠른 재가속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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