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터트렌드 2010년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차를 모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과 자신의 차에 탄 사람의 안전을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도로는 자동차의 전유물이 아니기에, 차 밖의 다른 사람들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기술들이 여러분의 차에 쓰이고 있다면, 보행자나 자전거를 탄 사람을 치는 끔찍한 사고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은 줄일 수 있다.

네트워크를 이용한 보행자 충돌 예방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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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실용화 단계에 접어든 것은 아니지만, 보행자 충돌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는 가장 최신의 기술은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형태의 것이다. 자동차에 탑재된 안전 시스템이 보행자나 자전거 이용자가 갖고 있는 송수신장치와 무선 네트워크로 통신 및 감지하여 운전자가 미리 위치를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보행자나 자전거 이용자들이 송수신장치를 항상 휴대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사고의 사전 예방효과가 뛰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행동을 예측하기 어려운 어린이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여러 메이커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BMW가 참여하고 있는 AMULETT 프로젝트에서는 RFID(무선 주파수 식별장치)를, GM과 닛산은 GPS를 이용한 무선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식을 각각 연구하고 있다.

나이트 비전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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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이나 어두운 지역을 지날 때에는 주변의 물체나 움직임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교통량도 적고 가로등도 거의 없는 국도를 비교적 빠른 속도로 달릴 때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시야가 좁아지고, 주변이 어두우면 가까운 곳의 물체도 식별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럴 때를 대비해 만들어진 것이 나이트 비전 시스템이다. 대부분의 나이트 비전 시스템은 열 영상 카메라와 영상분석 소프트웨어를 이용한다. 카메라에 열을 내는 물체가 감지되면 소프트웨어는 물체의 크기와 형태를 분석해 판단하고 운전자에게 미리 경고를 해 준다. 메이커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헤드업 디스플레이나 대시보드의 스크린 상에 물체나 경고 표시를 보이면서 경고음을 내어 주의를 환기시킨다. 이 장비는 2000년에 캐딜락 드빌을 통해 처음 선보였고, 사람을 인식하는 인텔리전트 나이트 비전은 2004년 일본 내수용 혼다 레전드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BMW에는 나이트 비전, 메르세데스-벤츠에는 나이트 뷰 어시스트 플러스 등의 이름으로 쓰이고 있다.

스마트 헤드라이트

DISTRONIC PLUS, 
Bremsassistent PLUS und Nachtsicht-Assistent

야간 안전운전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시야확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인 헤드라이트에도 다양한 최신 기술이 반영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어댑티브 하이빔 어시스트 기술은 상향등을 켜고 주행할 때, 대향차의 눈부심을 줄이도록 헤드라이트의 조사각도와 범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이 있다. 이 기능은 마주 오는 차와 헤드라이트 빛이 겹쳐져 생길 수 있는 물체의 ‘사라짐’ 현상을 줄이기 때문에, 도로 상의 사람이나 물체를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닛산이 개발한 스마트 오토 헤드라이트는 일반 오토 헤드라이트보다 더 민감한 센서와 다양한 밝기 조건에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특히 해 질 무렵이나 해 뜰 무렵의 시야를 더 뚜렷하게 해 준다. 아울러 빗길에서는 와이퍼가 작동하면 자동으로 헤드라이트가 켜지도록 되어 있어, 보행자를 비롯한 주변 환경을 더 잘 확인할 수 있다.

풀 오토 브레이크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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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충돌사고의 상당수는 차가 비교적 낮은 속도로 움직이는 도심에서 일어난다. 이는 운전자의 주의가 쉽게 흐트러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운전자의 대응이 늦거나 충분히 브레이크를 밟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볼보가 개발해 신형 S60부터 쓰기 시작하는 충돌 경고 시스템의 풀 오토 브레이크 기능은 앞서 XC60을 통해 소개된 시티 세이프티의 연장선상에 있는 기술이다. 이 기능은 저속으로 주행할 때 센서가 차의 진행경로에 보행자가 감지되면 우선 경고음과 함께 헤드업 디스플레이에 경고등을 점멸시켜 운전자의 주의를 끈다. 이때 운전자가 빨리 대응하지 않아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면, 차가 즉시 정지할 수 있도록 자동으로 브레이크를 최대 제동력으로 작동시킨다. 이 기능은 시속 20km 이하에서의 충돌은 대부분 피할 수 있고, 더 빠른 속도로 달릴 때에는 충돌 속도를 최대한 낮춰 보행자의 충격량을 최소화한다.

차체 앞부분 형상의 변화

The new BMW 1 Series, Sport Line (06/2011)

유럽은 전체 교통사고 중 보행자 충돌사고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 유럽연합(EU)차원에서 자동차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시행된 규정에 따라, 유럽 자동차 메이커들은 필수적으로 보행자 안전 설계를 시판차에 반영해야 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거의 모든 유럽산 자동차의 앞부분 형상이 뭉툭해지고 있으며, 특히 범퍼의 형상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충돌 전에 운전자가 제동을 하면 차체 앞쪽이 아래로 가라앉기 때문에, 승용차라면 대부분 보닛 위쪽으로 충돌한 사람이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제동을 하지 않았을 때에는 범퍼 형상에 따라 사람이 차체 밑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따라서 최근 출시되고 있는 차들은 충돌 때 운전자의 제동 여부에 관계없이 충돌한 사람이 차 위쪽으로 떨어지도록, 대부분 범퍼 아래쪽이 위쪽보다 앞으로 돌출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보행자가 충돌 후에도 차에 쓰인 다른 안전기술의 보호를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런 변화의 목적이다.

쉽게 변형되는 차체 외부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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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주행 중인 자동차가 보행자와 충돌하면 대부분 범퍼가 보행자의 다리와 부딪치고 그 다음으로 머리를 비롯한 상체가 후드와 펜더 같은 차체 앞부분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때 보행자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은 머리에 가해지는 충격이다. 따라서 차체 앞부분의 주요 구성요소들이 충격을 흡수하는 것이 치명상을 줄일 수 있고, 주요 자동차 메이커들은 이를 위해 차체 앞부분의 주요 요소들을 쉽게 변형되도록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후드 힌지(경첩)와 펜더 지지부, 앞 유리 와이퍼 회전축 등을 충격을 받았을 때 쉽게 변형되도록 만드는 것이 대표적이다. 일부 메이커들은 헤드라이트 고정부나 앞 유리 아래의 카울 부분도 쉽게 변형되도록 만들고 있다. 2001년 볼보를 시작으로 여러 메이커들이 후드와 엔진룸의 주요 부품 사이에 충분한 공간을 두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 비롯되었다. 엔진룸의 부품배치도 가급적 돌출되는 부분이 없도록 조절되고 있다.

멀티 콘/쇼크 콘 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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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 외부 요소들의 변형이 충격의 흡수를 위한 것이라면, 멀티 콘/쇼크 콘 후드는 차와 충돌한 보행자에게 가해지는 충격을 효과적으로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대부분의 후드는 비틀림을 줄이고 충돌사고 때 후드가 차 안으로 밀려들어오지 않도록 안전하게 꺾일 수 있도록 안쪽에 철제 빔 구조가 더해진다. 하지만 이 빔 구조는 보행자가 후드에 부딪쳤을 때에는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멀티 콘/쇼크 콘 후드는 원뿔 형태로 파인 부분이 적절히 배치된 패널이 후드 안쪽의 빔 구조를 대체하는 것으로, 후드의 강성은 높이면서도 전달되는 충격을 후드 전체로 분산시킨다. 이 구조는 알루미늄 전문 업체인 알코아(Alcoa)가 처음 개발한 것으로, 2004년 마쓰다 RX-8부터 쓰이기 시작했고 국산차로는 현대 쏘나타(YF)에 처음으로 쓰였다. 이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다른 형태의 구조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팝 업/액티브 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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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의 충격흡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고안된 것이 팝 업/액티브 후드다. 이 기술은 차체 앞쪽의 센서가 보행자 충돌을 감지하면, 후드 뒤쪽을 위로 들어 올리는 것이다. 이렇게 올라간 후드는 쿠션 역할을 할뿐 아니라, 엔진룸 안쪽 부품에 의한 2차 충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2004년 혼다 레전드, 2005년 재규어 XK, 2006년 시트로앵 C6 등을 통해 등장하기 시작해, 지금은 닛산과 메르세데스-벤츠의 일부 모델에도 쓰이고 있다. 작동방식은 스프링 방식, 에어백 방식, 솔레노이드 방식 등 여러 가지가 있고, 후드가 높아지는 정도 역시 5~10cm로 메이커마다 차이가 있다. 또한 대부분 특정 속도 이상에서만 작동하게 되어 있는데, 이는 충돌한 보행자가 후드에 부딪치지 않았을 때에는 작동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가장 최근에 선보인 메르세데스-벤츠의 액티브 보닛은 충돌 대상이 보행자가 아니어서 후드에 변형이 없을 때에는 운전자가 원위치로 복귀시킬 수 있는 기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