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토카 한국판 2010년 11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최근 인터넷을 통해 F1 관련 뉴스를 찾아보다가 발견한 한 기사에서, 현대자동차 그룹 관계자가 했다는 이야기가 관심을 끌었다. F1 코리아 그랑프리 스폰서와 관련해 “친환경과 고효율을 기본 컨셉트로 하는 현대차그룹의 이미지와 맞지 않아 로컬 스폰서로도 참여할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는 것. 국내를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인 현대차 그룹 관계자가 이런 얘기를 했다는 것은 상당히 자극적이다. 발언의 취지가 어찌되었든, 이런 발언은 현대차가 모터스포츠, 특히 F1을 환경친화적이거나 효율적이지 못한 스포츠로 보고 있으며, F1을 통한 홍보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F1 머신만 놓고 본다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라 할 수도 있다. V8 2.4L 엔진을 쓰고 있는 지금의 F1 머신의 연비는 대략 2km/L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한 대의 머신이 그랑프리 결승에서 재급유 없이 완주하는 것을 가정했을 때, 대략 300km를 달리게 되므로 약 150~160L의 연료를 소비하게 된다. 일반 승용차를 기준으로 따지자면 이런 수치는 결코 친환경적인 것이라고 볼 수 없다.

하지만 F1 경주차에 있어 엔진과 연료소비만을 가지고 효율을 논하는 것은 빙산의 일각만을 보는 것이다. 자동차에 있어 친환경 고효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파워트레인 관련 기술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기역학과 복합소재, 경량화 기술과 같은 부분은 자동차에 있어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고, 이 영역에서 F1 머신은 다른 어느 자동차들보다 첨단을 달리고 있다. 게다가 극한의 성능을 발휘하면서도 내구성을 유지하도록 설계되는 F1 머신의 엔진은 높은 수준의 설계와 소재, 생산기술을 필요로 한다. 성능을 중심으로 한 효율에서 F1 머신에 쓰이는 것을 따라갈 수 있는 기술은 거의 없다.

또한 F1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본 사람이라면, F1 규정이 점차 친환경 고효율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엔진 배기량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올해부터는 엔진효율을 강제적으로 높이기 위해 경기 중 재급유도 금지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은 앞으로 더 강화될 예정이어서, F1 팀들은 차차 경주차 엔진을 높은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연비를 높이는 쪽으로 개발하게 된다.

세계적인 경제난과 경기침체로 F1에 참가했던 여러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이 철수한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메르세데스-벤츠와 르노, 페라리는 여전히 F1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개별적으로 엔진이나 섀시를 공급하는 업체들 역시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쟁쟁한 실력을 과시하고 있는 자동차 전문 엔지니어링 업체들이다. 이들이 친환경 고효율이라는 트렌드를 읽지 못해서 F1에 전력투구를 하고 있는 것일까?

기사를 위해 인터뷰한 현대차 그룹 관계자의 이야기가 크건 작건 그룹 내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면, 현대차 그룹은 기술의 극한을 추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음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비전도 세우지 않고 정부의 슬로건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 1년 동안 ‘겨우’ 400억 원을 투자해 양산차를 개조해 전기차를 만드는 회사가 친환경 고효율 운운하며 F1을 본질을 읽지 못하고 가볍게 보는 태도는 실망스럽다. 발전은 항상 도전의 결과물이었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도전하지 않는 메이커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