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얼 클러치 변속기 (DCT)

[ 모터 매거진 2011년 5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자동변속기의 편리함과 수동변속기의 스포티함, 그리고 높은 효율을 한데 모은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가 점차 널리 보급되고 있다. DCT의 특징과 보급현황,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본다

폭스바겐 골프 R32에 쓰인 6단 DSG

수동변속기, 자동변속기, 무단변속기(CVT)에 이어 등장한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는 자동차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변속기 중 하나로 손꼽힌다. DCT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변속기임에도 다양한 장점을 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에 처음 등장할 때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수요확대와 더불어 여러 메이커들이 경쟁적으로 기술개발에 나서, 공급단가도 낮아지면서 보급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DCT는 흔히 자동변속기의 편리함과 수동변속기의 효율 및 역동적 성능을 겸비한 변속기로 알려져 있다. DCT의 가장 큰 특징은 두 개의 클러치를 이용한 빠른 변속 속도다. 기어를 홀수 단과 짝수 단으로 분리해 각각 별도의 클러치에 맞물림으로써, 물려 있는 기어와 인접한 기어를 미리 준비해 놓고 있다가 변속시점이 되면 클러치 연결을 전환하는 것만으로 변속이 되기 때문에 빠른 변속이 가능하다. 이처럼 빠른 변속은 전자제어 및 유압제어장치의 발던도 뒷받침했다. 아울러 기어 연결축이 병렬로 놓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수동변속기보다 변속기의 길이가 줄어들어 엔진룸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폭스바겐 DSG 개념도

자동차 업계에 가장 먼저 DCT를 소개한 것은 폭스바겐이다. 보그워너의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폭스바겐이 만든 DCT는 DSG(Direct-Shift Gearbox)라는 이름으로 2003년에 등장했다. 처음 쓰인 것은 형식명 DQ250의 습식 클러치를 쓰는 6단 DSG로, 골프 R32와 아우디 TT의 V6 3.2L 엔진 및 할덱스 타입 AWD 시스템에 결합되는 것이었다. 이후 폭스바겐은 그룹 계열 브랜드인 폭스바겐 승용 및 상용차, 아우디, 세아트, 슈코다 등으로 DSG를 폭넓게 쓰기 시작했다. 지난 3월 말로 폭스바겐이 생산해 양산차에 적용한 DSG는 모두 350만 기를 넘는다. 이 가운데 대다수인 340만 기는 폭스바겐의 독일 카셀 공장에서, 약 15만 기는 중국 다롄에서 생산되었다.

폭스바겐의 DSG 가운데 가장 먼저 상용화된 DQ250은 최대 허용토크가 250Nm(25.5kg·m)인 6단 습식 클러치 방식이고, 뒤를 이어 등장한 것은 2008년부터 쓰이기 시작한 DQ200이다. DQ200은 최대 허용토크가 200Nm(20.4kg·m)으로 비교적 출력이 낮은 엔진에 쓰인다. LuK의 기술로 만들어진 이 변속기는 연료소비 절감에 초점을 맞춰 DQ250과 달리 건식 클러치를 쓰고, 기어가 7단으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2009년에는 최대 허용토크 500Nm(51.0kg·m)으로 한층 고성능 엔진에 대응할 수 있는 습식 7단 DQ500이 나왔고, 아우디는 세로배치 엔진용 습식 7단 DL501을 개발해 Q5, A4, S4, A6 등에 쓰고 있다. 한편 같은 폭스바겐/아우디 그룹 내에서도 부가티는 EB 16.4에 리카르도에서 개발한 7단 DCT를 쓰고 있다.

닛산 GT-R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기어 레버

폭스바겐의 DSG가 성공을 거두면서 다른 메이커들 역시 주요 트랜스미션 서플라이어들과 손잡고 DCT의 개발과 적용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폭스바겐에 DCT 기술을 제공한 보그워너는 현재 DCT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회사다. 보그워너의 ‘듀얼 트로닉’ 기술을 이용한 DCT는 폭스바겐 그룹 계열 브랜드 외에도 아이치 기계공업을 통해 생산하는 6단 DCT가 닛산 GT-R에 쓰이고 있다. 한편 보그워너는 지난 2009년에 12개 중국 자동차 메이커가 공동 출자한 회사와 조인트 벤처를 중국에 설립해 올해부터 중국 메이커에 DCT를 공급한다. 

보그워너에 이어 빠르게 DCT 공급을 확대하고 있는 메이커로는 게트락이 있다. 게트락은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X와 랜서 랠리아트에 쓰이는 6단 트윈 클러치 SST를 공급하고 있으며, 이 변속기는 미쓰비시에서 OEM 생산되는 푸조 4007 및 시트로앵 C-크로서에도 쓰인다. 게트락은 2001년에 포드와 공동축자한 게트락 포드 트랜스미션을 통해 파워시프트(PowerShift)라는 이름의 DCT를 상용화해 유럽형 포드 승용차와 볼보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포드는 올해 미국에 출시된 피에스타를 시작으로 북미용 모델에도 파워시프트를 얹는다.

게트락의 파워시프트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

이밖에도 BMW가 M3와 Z4, 메르세데스-벤츠가 SLS AMG, 페라리가 캘리포니아와 458 이탈리아, 르노가 메가느 등에 게트락제 DCT를 쓰고 있으며, 피아트 계열사인 피아트 파워트레인 테크놀로지스(FPT)가 게트락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한 듀얼 드라이 클러치 트랜스미션을 알파로메오 미토를 시작으로 여러 피아트 계열 브랜드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FPT의 DCT는 향후 크라이슬러 계열 모델에도 DCT를 적용할 계획이다.

소량생산 모델을 위한 DCT도 다양한 메이커에서 공급되고 있다. ZF 프리드리히샤펜은 포르쉐의 PDK를 설계, 생산해 공급하고 있으며, 앞서 언급한 대로 LuK가 일부 폭스바겐 모델용 제품과 부가티 베이론 EB 16.4용을 공급한다. 이태리의 그라치아노(Graziano)는 최대 허용토크 750Nm(76.5kg·m)의 고성능 7단 DCT를 개발해 맥라렌 MP4-12C와 페라리 FF에 처음으로 공급했으며, 앞으로 페라리와 마세라티, 애스턴 마틴 등에 공급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지난 2009년에 6단 DCT를 개발해 벨로스터를 통해 처음으로 양산차에 적용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중형 트럭인 후소 칸터에 쓰인 듀오닉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

DCT의 활용은 앞으로도 더욱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임러 계열인 일본의 상용차 메이커 후소는 처음으로 상용차용 ‘듀오닉(Duonic)’ 습식 6단 DCT를 개발했고, 혼다는 2009년 처음으로 모터사이클용 DCT를 VFR1200F를 통해 선보였다. 또한 피아트는 2기통 트윈에어 휘발유 엔진을 위한 초소형 DCT를 개발했는데, 이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결합되어 획기적인 연료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연료소비 절감을 위한 다단화도 진행 중이다. 다단화의 선두주자는 보그워너로, BMW Z4와 그란투리스모에 8단 DCT를 처음으로 소개했다. 이런 다단화 경향은 다른 메이커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DCT 개발 및 생산업체에게 주어진 현재의 과제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다른 변속기와의 경쟁에서 DCT의 입지를 견고히 다지는 것이다. 대다수의 DCT 개발 및 생산업체들은 DCT뿐 아니라 수동과 자동, CVT 등 다른 변속기도 생산하고 있다. 또한 전자제어 및 유압제어 기술의 발전은 DCT에도 영향을 미쳤지만 수동변속기 기반의 세미 오토 변속기나 자동변속기의 소형화도 돕고 있다.

폭스바겐의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

각각의 변속기는 설계와 구조, 작동특성과 공급단가가 무수히 다양하기 때문에, 완성차 메이커가 개발하는 차의 성격에 가장 알맞은 제품을 제시해야만 한다. DCT가 등장한 지는 이제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타 변속기와의 경쟁에서 DCT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재의 장점을 더욱 키우면서 단점을 꾸준히 개선하고 기술적 최적화를 통해 가격우위를 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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