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i40 살룬 1.7 VGT

[ 오토카 한국판 2012년 3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국내에서는 비인기 차종인 왜건을 먼저 내놓으며 조심스럽게 유럽 감각 중형차인 i40의 내수 판매 가능성을 살펴본 현대가 4도어 세단 버전인 i40 살룬도 내놓았다. 갈수록 거세어지는 수입차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쏘나타와 시장이 겹치는 부분이 있음에도 i40 살룬을 내수 시장에 내놓은 것은 ‘절대로 시장을 내어주지 않겠다’는 의지로밖에 볼 수 없다. 그래도 풍부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기에 이런 식의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현대의 노력과 성장, 의지를 인정할 만하다. 

내장재의 재질감과 마무리는 유럽 대중 브랜드 차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다만 그랜저와 마찬가지로 펼쳐진 센터 페시아는 운전자의 계기판 집중도를 떨어뜨릴 만큼 넓고 화려하다. 센터 페시아의 장비 구성은 비교적 일목요연하지만 디자인에 치중해서인지 일부는 어수선하게 흩어져 있다. 시승차에 포함된 유로 패키지 덕분에 앞좌석에는 몸을 잘 잡아주는 스포츠 버켓 시트가 달려 있다. 높이와 각도, 허리받침까지 전동 조절되고 3단 조절 열선은 물론 통풍 기능까지 있다. 크기와 쿠션의 탄탄함도 적당히 편안한 수준이지만 약간 높게 앉는 자세가 나온다. 그 때문에 차 크기에 비해 앞좌석의 전체적인 공간은 넉넉하지만 머리 위쪽은 답답하다. 

시트와 더불어 열선 내장 스티어링 휠도 비슷한 크기의 평범한 국산 세단들에 비하면 림이 굵어 스포티한 느낌이다. 다만 가죽의 재질감은 썩 고급스럽지 않다. 버튼 시동장치와 블루투스 연동, 외부입력단자에 DMB 일체형 터치스크린 내비게이션 시스템 등 편의장비는 매우 풍부하게 갖춰 놓았다. 수납공간이 센터 페시아 측면에도 마련되어 있는 등 꼼꼼하게 배려한 부분들도 눈에 뜨인다. 그러나 동반석에 사람이 앉으면 무릎 위치에 낮게 자리 잡은 글로브 박스를 활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풀 옵션인 시승차에는 전자식 주차 브레이크, 오토 브레이크 홀드, 파크 어시스트 등 운전을 편리하게 해 주는 장비들도 갖춰져 있다.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차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것들이고, 차체가 더 큰 쏘나타보다 비싼 값을 합리화하기에도 충분하다.

앞좌석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지만, 뒷좌석에 앉아보면 확실히 쏘나타보다 작은 차임을 실감할 수 있다. 어른 3명을 태우기에는 너비의 여유가 적다. 게다가 등받이가 많이 누워있는 데 비해 앞좌석 아래에 발 놓을 공간은 부족해 편안한 자세를 갖추기는 어렵다. 다만 발 놓는 부분의 센터터널이 상당히 낮아 좌석간 이동은 편리하다. 머리 위 공간은 왜건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키가 큰 사람은 상당히 답답하다. 특히 선택사항인 파노라마 선루프 달린 시승차에서는 여유를 뛰어난 개방감과 맞바꿨다. 별도의 공기배출구와 2단 열선 기능, 접이식 팔걸이에 내장된 컵홀더와 도어 트림의 수납공간 등 뒷좌석 편의장비는 이 차급에서 기대할 만한 수준으로 갖췄다.

1.7L 140마력 디젤 엔진은 운전자를 포함해 1.6톤 남짓한 차체를 끌기에 적당한 수준의 힘을 낸다. 액셀러레이터 반응도 정지상태에서 출발할 때에만 약간 주춤할 뿐, 펀치력이 강하지는 않지만 고르게 속도를 붙여 나간다. 액티브 에코 기능을 켜면 가속 반응이 둔해지지만, 끈다고 해서 훨씬 시원하게 달리지는 않는다. 특히 최대토크가 나오는 범위가 좁아 스포티함을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다. 운전자 한 사람만 탔을 때에는 큰 부담이 없지만, 짐을 많이 실었을 때에는 경쾌한 느낌이 훨씬 줄어들 듯하다. 6단 자동변속기는 변속감도 부드럽고 속도도 빠른 편이다. 부드럽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회전수를 토크가 충분하게 나오는 2,000rpm 정도까지 끌어올린 후 변속이 이루어진다. 다만 기어 레버의 수동모드 조작감과 스티어링 휠에 달린 변속 패들의 형태는 손질이 필요하다.

정지 상태에서 스티어링 휠이나 시트로 전달되는 진동은 휘발유 차에 비하면 큰 편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속도에 이를 때까지는 실내가 비교적 조용하다. 시속 100km에서도 엔진회전은 6단 1,500rpm에 머문다. 엔진이나 배기 쪽에서 흘러들어오는 소음에 비하면 바퀴에서 나오는 소음이 조금 더 큰 편이지만 귀에 거슬릴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전동 파워 스티어링의 감각은 이전에 비해 이질감이 적고 무게감도 적당하다. 전반적인 주행 느낌은 유럽 대중차 감각에 상당히 근접했다. 물론 아직까지 운전자에게 차의 움직임 전달하는 감성은 유럽 차들에 비해 부족하다. 승차감은 비교적 편안하고 차분해 안정적이다. 다만 유럽 차들처럼 노면에 착 달라붙는 듯한 느낌은 적다. 재미를 느끼기는 어려운 세팅이다.

시승한 1.7 VGT 프리미엄 풀 옵션 모델에는 3,445만 원의 가격표가 붙는다. 국내에서 팔리는 비슷한 크기의 독일 브랜드 2.0L 디젤 세단과 별 차이가 없는 값이지만 편의장비는 i40 설룬이 훨씬 풍부하다. 해당하는 가격대의 차를 놓고 고민하는 소비자 가운데 일상적인 편리함에 더 많은 주안점을 두는 쪽이라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지만, 그들이 가격표까지 만족스러워할 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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