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터 매거진 2013년 4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1950년대 볼보의 새로운 주력 모델로 개발된 120 시리즈는 아마존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졌다. 당시 양산차로서는 획기적인 안전기술을 새롭게 선보이며 주목받은 아마존은 매력적인 디자인은 물론 뛰어난 내구성과 긴 수명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14년 동안 장수하며 당대 볼보를 대표하는 모델이 된 아마존은 ‘볼보는 튼튼한 차’라는 이미지를 만든 주역이었다.

1950년대에 접어들 무렵 볼보의 주력 모델은 PV 444였다. PV 444는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에 개발되어 10년 이상 생산되었던 탓에 점차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볼보는 새로운 설계와 디자인을 지닌 새 모델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새 모델은  시장 여건을 고려해 PV 444와 몇 년 동안 함께 생산되어야 했다. 이에 따라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 아마존이라는 새 모델이 탄생했다. 볼보가 아마존을 완성한 것은 1956년이었고, 1년 뒤인 1957년부터 판매가 시작되었다. 

이 차는 스웨덴에서만 아마존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었고, 그 밖의 다른 나라에서는 볼보 120 시리즈로 알려졌다. 원래 볼보는 그리스 신화의 전투적인 여성 종족인 아마조네스를 뜻하는 아마송(Amason)을 모델 이름으로 쓰려고 했다. 그러나 독일 모터사이클 업체인 크라이들러(Kreidler)가 이미 같은 의미의 제품명인 아마조네(Amazone)를 상표 등록한 상태였다. 이미 아마조네라는 이름의 모터사이클은 1959년에 단종되었지만, 볼보는 크라이들러와 협의를 통해 가운데 ‘s’자를 ‘z’자로 바꿔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만 쓰기로 했다. 120 시리즈가 된 것도 나중의 일로, 초기에는 볼보의 모델 명명 방식이 뚜렷하게 정해지지 않아 가지치기 모델에 따라 세 자리 숫자로 된 몇 가지 이름이 쓰이기도 했다.

미국 차의 영향 받은 테일 핀이 특징

얀 빌스가르드(Jan Wilsgaard)가 디자인한 차체는 당시 유행하던 미국과 이태리, 영국 차의 감각이 고루 섞여 있었다.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미국 차의 영향을 받은 테일 핀이 있었고, 앞쪽에는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이 돋보였다. 그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프로토타입 P1200이 아마존으로 이어졌다. 또한 당시 대중차로는 드물게 지붕과 차체의 색깔을 다르게 고를 수 있었던 것이 특징이었다. 

핵심 설계를 PV 444로부터 이어받은 탓에 아마존의 부품 가운데에는 PV 444에 쓰였던 것이 많았다. 4인승으로 만들어진 PV 444와 휠베이스 길이도 같았지만, 5명이 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차체가 조금 더 넓어지고 뒤 서스펜션도 완전히 새로 설계되었다. 차체가 커지면서 무게도 늘어난 아마존에는 출력이 높은 엔진을 얹어야 했지만, 여러 이유 때문에 결국 PV 444에 쓰인 1.4리터 엔진의 보어를 키운 1.6리터 엔진을 얹었다. 변속기도 초기에는 PV 444에 쓰였던 3단 수동이 올라갔다. 처음부터 수출 비중을 크게 두었기 때문에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모델도 함께 생산되었다.

처음에는 4도어 세단만 생산되었던 아마존은 1958년에 트윈 카뷰레터를 달아 출력이 높아진 엔진과 오버드라이브 기어가 추가된 4단 수동변속기를 단 122S가, 1961년에는 2도어 세단이 추가된 데 이어 1962년에는 왜건 버전이 데뷔했다. 왜건은 당시 미국 왜건의 영향을 받아 뒷문이 위 아래로 나누어 열리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볼보 차 가운데 한 모델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치기 모델이 나온 것은 아마존이 처음이었다.

엔진은 1961년에 1.8리터로, 1968년에 2.0리터로 커졌다. 1961년 이후로 아마존은 공식적인 모델 이름으로 쓰이지 않았지만, 스웨덴에서는 꾸준히 그 이름이 이어졌다. 모델 이름은 4도어 세단이 121과 122S, 2도어 세단이 131과 131S, 5도어 왜건이 221과 222로 구분되었다. 1967년에는 고성능 2도어 모델인 123 GT도 나왔다.

당시로서는 수준 높은 안전대책 반영해

아마존은 자동차 역사에서 중요한 차 중 하나로 손꼽히는데, 양산차 중 처음으로 3점식 안전벨트를 단 모델로 기록되어 있다. 볼보 연구원이었던 닐스 볼린이 개발한 3점식 안전벨트는 자동차 탑승자를 사고로부터 보호하는 가장 획기적인 발명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 1959년에 수출용 아마존의 앞좌석에 처음 쓰인 후, 3점식 안전벨트는 오래지 않아 모든 볼보 차의 기본 장비가 되었다. 이어 1960년에는 탑승자가 부딪쳤을 때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대시보드 표면에 부드러운 소재를 쓰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앞바퀴에 디스크 브레이크를 달고 의학 전문가와 함께 개발한 안전 시트를 설치하는 등 당시로서는 수준 높은 안전대책을 반영했다. 

아마존은 PV 444의 뒤를 이어 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판매가 늘어나면서 볼보는 그동안 가동했던 룬드비 공장 이외에 추가로 토슬란다에 새 공장을 세웠고, 벨기에와 캐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에서도 아마존을 생산했다. 1966년에 140 시리즈가 데뷔하면서 4도어 세단은 생산이 중단되었지만 왜건은 1969년까지, 2도어 세단은 1970년까지 14년 동안 생산되며 볼보의 주력 모델 역할을 톡톡히 했다. 또한 아마존 왜건은 높은 실용성으로 이후 볼보가 왜건의 명가로 인정받는 기틀을 마련했다.

아마존은 생산이 중단될 때까지 약 66만 7,000대가 생산되어 당시까지 볼보에서 가장 많이 생산한 모델이 되었다. 그 중 절반 이상이 수출되었고, 견고한 설계와 차체 구조, 꼼꼼한 부식방지 처리에 힘입어 탁월한 내구성과 긴 수명을 자랑했다. 지금까지도 적지 않은 수가 살아남아 주행하고 있어, ‘볼보는 튼튼한 차’라는 세계인의 인식은 아마존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