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bell_Bluebird_1933

[ 한국일보 2014년 12월 8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

21세기 들어 가장 빠르고 값비싸기로 이름을 날린 차로 부가티 베이론이 유명하다. 부가티는 원래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차를 만들기로 유명한 브랜드였다. 전쟁이 끝난 뒤 몰락한 부가티는 20세기 말에 부활이 시도되었지만 실패했고, 폭스바겐 그룹이 1998년에 브랜드 권리를 사들이면서 다시금 자동차 역사에 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폭스바겐 그룹은 부가티의 재탄생에 어울리도록 당대 최고의 기술과 호화로움을 담은 차로 2005년부터 베이론을 만들기 시작했다.

부가티 베이론이 특히 주목받은 것은 우리 돈으로 15억 원이 훌쩍 넘는 기본값과 더불어 양산차로는 비현실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엄청난 성능 관련 수치의 영향이 컸다. 이 차의 16기통 8.0리터 엔진에는 출력을 높여주는 터보차저가 4개나 더해져 최고출력이 1,001마력에 이르렀다. 또한 최고속도가 시속 400km를 웃돈다는 사실도 많은 이를 놀라게 했다. 베이론 이전에도 시속 300km 이상의 속도를 내는 차는 많았다. 그러나 시속 400km는 넘어서기 어려운 벽처럼 여겨지고 있었기 때문에 큰 화제거리가 되었다.

물론 자동차로 최고속도 시속 400km의 벽을 부가티 베이론이 처음으로 깬 것은 아니다. 제트 엔진이나 로켓 엔진을 사용한 속도기록용 차는 이미 1970년대에 시속 1,000km의 세계로 접어들었으니, 시속 400km에 이른 것은 이미 그 이전의 일이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엔진에서 나온 동력을 바퀴로 전달해 달리는 차가 시속 400km를 넘긴 공인 기록은 1932년 2월에 세워졌다. 이전부터 속도기록에 꾸준히 도전했던 영국인 말컴 캠벨이 블루 버드라는 속도기록용 차를 몰고 미국 데이토나 비치에서 시속 408.73km로 달린 것이다. 뼈대부터 껍질까지 모두 특수제작한 블루 버드는 12기통에 배기량이 23.9리터인 항공기용 엔진이 쓰였다. 캠벨은 목숨을 건 도전으로 영국의 이름을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왕실로부터 작위를 받았다.

이처럼 시속 400km라는 영역은 한때 인간과 기계의 한계에 도전해 겨우 다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나 살 수는 없지만 승용차로 시속 400km 도전이 무모하게만 여겨지지는 않는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80여 년 전보다 훨씬 작은 엔진을 얹은 차로 훨씬 더 안전하게 같은 속도에 이를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자동차 기술이 발전한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