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10월 20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현대자동차가 9월 8일부터 중소형 해치백 i30의 3세대 모델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2007년에 현대 라인업에 처음 등장한 i30은 차체 형태가 해치백 한 종류뿐이다. 경형차를 빼면 국내 브랜드에서 해치백으로만 나오는 모델은 i30밖에 없다. 자동차 마니아 중심으로 호평을 얻은 1세대 모델에 비하면 2세대 모델이 별로 인기가 없었다고 판단한 듯, 현대는 출시에 즈음해 i30을 강력한 이미지로 포장하려 애쓰고 있다. 모델의 기본 슬로건을 ‘핫 해치’로 잡은 데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핫 해치(hot hatch)는 자동차 마니아에게는 익숙한 이름이다. 그러나 독자 중에는 차에 관한 배경지식이 적은 분들도 있을듯해, 살짝 설명을 하고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핫 해치는 뜨겁다는 뜻의 ‘핫’과 위로 젖혀 여는 출입문을 뜻하는 ‘해치’를 결합한 말이다. 여기에서 해치는 차의 형태를 구분하는 이름 중 하나인 해치백(hatchback)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해치백은 차체 뒤쪽에 지붕 높이까지 크게 열리는 문 즉 해치가 달려 있는 차를 말한다. 가장 일반적인 승용차 형태인 세단이 짐을 싣는 트렁크 부분만 열리는 것과 달리, 해치백은 짐 공간으로 통하는 해치가 뒤 유리까지 감쌀 정도로 크다. 그만큼 열리는 부분이 커서 큰 짐을 싣고 내리기 편리하다. 

흔히 5도어라고 부르는, 꽁무니가 밋밋한 차들 가운데 해치백이 많다. 유럽 브랜드 소형차에  많고, 국내 브랜드에서도 경형차나 소형차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중소형급까지는 해치백이 있지만 중형급 해치백은 외국에서도 드문 데에서도 알 수 있듯, 소형차에서 짐 공간을 뒷좌석까지 넓혀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장르다.

그러면 해치백 중에서 핫하다는 핫 해치는 어떤 차를 말하는 걸까. 일반적으로 평범한 해치백보다 날래고 민첩하게 달리도록 조율한 차를 가리켜 핫 해치라고 한다. 업계나 학계에서 고지식하게 정한 용어라기보다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별명처럼 부르다가 굳어진 용어다. 

핫 해치는 해치백 전성기가 시작된 1970년대 중반 이후부터 유럽 브랜드를 중심으로 하나둘씩 선보이기 시작했다. 속도를 즐기고 싶지만 제대로 된 스포츠카를 사기에 지갑 사정이 넉넉치않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핫 해치 수요가 컸던 덕분이다. 대표적인 모델인 폭스바겐 골프 GTI가 1976년에 나왔고, 푸조 205 GTi, 오펠 카데트 GSi, 포드 에스코트 RS 같은 차들이 1980년대 유럽에 핫 해치 붐을 일으켰다.

유럽에서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고 소형차를 파는 브랜드는 대부분 핫 해치 시장에 뛰어들어, 처음에는 틈새 장르였던 것이 어느새 주류 장르로 자리를 잡게 된 것도 그 즈음이다. 물론 그런 흐름은 지금까지 이어져, 폭스바겐 폴로/골프 GTI, 푸조 208/308 GTI처럼 오랜 역사를 잇는 모델들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핫 해치라는 장르에서도 가지치기가 시작되었다. 전반적으로 차의 덩치가 커지면서 어지간히 성능을 높이지 않는 이상 돋보이기 어렵고,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교우위를 차지하기 어렵게 된 탓이다. 그동안 핫 해치라고 불리던 차들은 강렬함이 전만 못하다고 해서 미지근한 해치라는 뜻의 ‘웜 해치(warm hatch)’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래서 자동차 업체들은 한층 더 성능을 높인 모델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요즘 나오는 폭스바겐 골프 R, 포드 포커스 RS 등은 어지간한 스포츠카 정도는 양손으로 뺨을 때릴 정도의 성능을 발휘한다. 최근에는 메르세데스-AMG A45, 아우디 RS3 스포트백 등 프리미엄 브랜드가 내놓은 고성능 해치백들도 경쟁을 더 뜨겁게 만들고 있다. 외국 매체에서는 그런 초고성능 해치백들을 가리키는 하이퍼 해치(hyper hatch)라는 말도 요즘 심심치 않게 쓰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가 아예 핫 해치라는 수식어를 붙여버린 i30은 핫 해치일까? i30 중에서도 200마력 1.6리터 터보 엔진을 올린 모델은 꽤 성능이 뛰어날 듯하다. 국내 브랜드 동급 해치백 중에서 그 정도 출력을 내는 차가 없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는 웜 해치라는 소리를 듣는 전통적인 유럽 핫 해치들이 최고출력 220~250마력, 하이퍼 해치급 차들은 최고출력 300마력 전후인 엔진을 얹고 있는 것을 보면 핫 해치라고 부르기는 조금 무리인 듯하다.

물론 i30이 경량화 덕분에 무게 대비 출력이 높긴 하지만, 현대 혼자만 경량화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자동차 마니아들이 현대의 고성능 브랜드인 N에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i30에 N 모델이 나온다면 그 차야말로 진정한 핫 해치가 되리라고 생각해서다. 사실 핫 해치에서 성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운전 재미다. 모는 사람의 가슴을 뜨겁게 달굴 정도로 운전이 재미있어야 진짜 핫 해치라고 할 수 있다. i30은 어떨까? 직접 몰아보기 전까지는 섣불리 얘기하기 어렵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