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쉐보레 크루즈5 2.0 디젤 LTZ

[ 모터 매거진 2011년 6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유럽 시장을 노린 크루즈 해치백, 크루즈5가 국내에 출시됐다. 뒷모습의 차별화가 준 가장 큰 혜택은 넓은 트렁크다. 2.0L 디젤 엔진은 부드러운 변속기와 어우러져 달리기는 적당히 여유가 있다. 어느 한 구석 대단하게 여겨지는 부분이 없는 ‘적당한’ 가치를 지닌 해치백에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국내에는 준중형급 해치백 수요가 그리 많지 않다. 현대 i30이 나오면서 유럽 감각의 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반향을 일으키긴 했지만, 여전히 전체 준중형급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그래도 국내 메이커들이 꾸준히 이런 차를 만드는 이유는 유럽 수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GM대우 라세티5의 뒤를 잇는 모델로 이번에 새로 나온 쉐보레 크루즈5 역시 국내 판매보다 유럽 수출물량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렇다고 내수 시장에서 경쟁차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젊은 세대들의 해치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으니, 성장잠재력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크루즈5는 모델 체인지를 앞둔 현대 i30, 그리고 최근 나온 기아 포르테 해치백과 직접 경쟁하게 된다.

대우에서 GM대우, 한국GM으로 넘어오면서도 이 차급의 해치백 개발방식은 별 차이가 없다.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방식이다. 뒤 도어 패널까지 세단과 공유하고, 지붕과 해치 주변부, 리어 플로어 패널 정도만 교체하는 방식이다. 이런 식이라면 간단히 왜건도 추가될 수 있다. 누비라와 라세티(1세대)가 모두 이런 방식으로 가지치기 했다. 왜건 프로토타입이 파파라치에게 노출된 바 있으니 크루즈 왜건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관건은 어떤 식으로 세단과 차별화했냐는 것이다. 사실 크루즈5의 B필러 앞쪽은 세단과 거의 같다. 한국GM은 ‘세단의 실내외 디자인이 뛰어나서 큰 변화를 주지 않는 대신 해치백의 장점을 살리고자 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한편으로는 변명처럼 들리지만, 결과물을 보면 그런 변명이 구차하게만 들리지는 않는다. 지붕이 끝나는 부분에서 아래로 뚝 떨어지는 일반적인 해치백보다 조금은 더 스포티한 스타일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지붕에서 해치로 이어지는 부분의 절묘한 처리가 돋보인다. 차체 세로 방향 가운데 부분이 돌출되었지만 옆 창 윗부분은 매끈하게 떨어진다. 날렵한 느낌을 주면서 뒷좌석 머리 공간이 줄어드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크루즈5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B필러 뒤쪽의 변화다. 뒷모습은 공격적인 앞모습에 비해 다소 심심한 느낌을 준다. 세단과의 공통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대신 밋밋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해치 패널에 살짝 곡면을 더했다. 범퍼 아래의 치장도 적당하다. 전체적인 조화가 잘 되어, 사진보다는 실물이 보기 좋은 것은 분명하다. 해치 글라스 좌우로는 세로 방향 핀이 돌출되어 있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내 역시 세단과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운전석을 비롯해 실내 공간은 2011년형 크루즈 세단과 거의 같다. 한국GM이 ‘듀얼 콕핏’이라고 부르는 좌우 대칭형 대시보드는 단정하고 깔끔한 디자인으로 스포티한 분위기를 말한다. 세단도 마찬가지지만, 완성도 높은 디자인은 보기 좋다.

다만 부분적으로 소재가 값싼 느낌이고,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 시트에 쓰인 가죽은 질감이 썩 좋지는 않다. 이런 소재구성은 미국적인 접근방식에서 나온다.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 성에 차기는 쉽지 않겠다. 물론 이보다 더 값싸 보이는 가죽 소재를 쓴 국산차도 있기는 하다. 뒷좌석도 특별히 해치백을 위한 무언가가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앉은키가 큰 사람에게는 머리 위가 조금 답답하지만, 표준체형의 사람이 앉는다면 대단히 불편할 수준은 아니다. 

트렁크는 바닥이 낮고, 벽면을 깔끔하게 처리했다. 일부러 바닥을 낮추었기 때문에 뒷좌석 등받이를 접어도 평평해지지 않는다. 용량은 413L. 경쟁차인 현대 i30(350L)와 기아 포르테 해치백(385L)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 왜건 스타일인 현대 i30CW의 트렁크 용량(415L)에 맞먹는 수치다. 6:4 분할 접이식 뒷좌석 등받이를 접었을 때의 용량은 공개되지 않았다. 

시승한 모델은 2.0L 디젤 모델. 1.8L 휘발유 엔진 모델도 마찬가지지만, 크루즈5의 모든 모델에는 수동 기능이 있는 6단 자동변속기가 기본장비다. 4도어 모델과 같은 구성이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163마력과 36.7kg·m다. 수치상으로는 국내 주요 경쟁사 동급 엔진보다 출력과 토크가 약간씩 떨어진다. 한국GM은 모든 모델이 유로5 배기가스 기준에 맞춘 엔진을 얹은 것을 강조한다. 가속이 파격적인 수준까지 통쾌함을 주지는 않지만, 힘에는 적당한 여유가 있다. 운전하기 부담스럽지 않은 가속감과 ‘크루즈’라는 이름이 잘 어울린다.

디젤 엔진을 얹었다는 것은 시동을 거는 순간 확실히 알 수 있다. 진동은 적지만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은 크지는 않아도 또렷하다.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디젤차들이 그렇듯, 바퀴가 구르기 시작하면 엔진 소리는 사그라진다. 회전수를 낮게 유지하기 때문에 일상적인 속도영역에서 엔진 소리가 귀에 거슬릴 일은 거의 없다. 시속 100km 안팎의 속도로 정속주행할 때에는 엔진 소리가 들리기는 해도 꽤 조용하다. 그 이상 속도를 올리면 다른 소음들이 뒤섞여 엔진 소리는 더 듣기 어려워진다. 시끄럽지는 않아도 고속에서는 실내로 여러 종류의 소리가 실내로 들어온다. 동급 다른 차들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변속기는 변속이 꽤 매끄럽다. 자동 모드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수동 모드에서 변속충격이 크지 않은 것이 인상적이다. 물론 반응 속도를 희생시켜 얻은 결과다. 특히 아랫단으로 내릴 때 반응 지연이 두드러진다. 전반적인 변속 시점이 낮게 설정되어 있어, 부드럽게 달리면 시속 80km 남짓한 속도에 이미 6단에 들어가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이런 세팅은 유로5 기준으로 만든 2011년형 크루즈로 넘어오면서 세단에도 함께 적용되었다고 말했다.

승차감은 같은 플랫폼을 쓰는 올란도와 비교하면 저속에서 조금 더 부드럽고, 고속에서 조금 더 탄탄하다. 토션빔 서스펜션이 쓰였는데도 승차감이 통통 튀기거나 지나치게 무르지 않은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스티어링 초기 응답성이 빠른 편이라 민첩하게 움직일 것처럼 여겨지지만, 속도가 붙은 상태에서는 차체가 그만큼 빠르게 대응하지는 않는다. 안정감과 승차감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애쓴 느낌이다. 일상적으로 쓰기에는 부담 없고 편하지만, 스포티한 주행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튜닝 욕구를 키울 수 있는 세팅이다. 주행감각이 스타일만큼 스포티하지는 않은 셈이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서스펜션과 타이어가 차의 움직임을 잘 받쳐주기 때문에, 어느 정도 속도까지는 안정감 있게 달릴 수 있다. 

공인연비는 15.9km/L로, 105.3km 구간 주행 후 트립 컴퓨터의 수치로 계산한 시승연비는 11.8km/L. 고속주행 및 급가속이 많았던 주행조건을 고려하면 무난한 편이다. 그러나 동급 해외 브랜드의 2.0L 디젤 모델을 비슷한 조건에서 몰았을 때에는 적어도 12~13km/L 정도의 연비가 나왔다. 길들이기가 끝나고 난 뒤에는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다.

크루즈5는 제법 잘 빠진 디자인에 해치백의 실용성을 갖추고 부담 없이 든든하게 달리는 ‘적당한’ 차다. 그러나 뚜렷하게 뛰어난 부분을 말하기가 어렵다. 성능이나 경제성, 어느 면에서도 크루즈5는 모두 어중간하다. 사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급하게 진행된 시승으로 차를 제대로 평가하기는 무리다. 좀 더 차를 깊이 느끼고 평가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길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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