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쇼마다 등장하는 화두, ‘월드 프리미어’가 뭐길래

[ 2017년 4월 3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3월 30일 언론공개와 31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2017 서울모터쇼가 시작되었다. 여러 모터쇼에서 언론이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것 중 하나는 해당 모터쇼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되는 차다. 그 중에서도 특히 ‘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 모델은 대다수 매체가 비중 있게 다룬다. 그밖에도 모터쇼가 열리는 대륙이나 나라에서 처음 공개되는 모델도 주목의 대상이다. 서울모터쇼를 다루는 기사에서 ‘아시안 프리미어’나 ‘코리안 프리미어’가 빠지지 않는 이유다.

이번 서울모터쇼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것은 두 모델로, 쌍용 G4 렉스턴과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다. G4 렉스턴은 실내외 모습이 지난해 파리 모터쇼에 전시된 LIV-2 콘셉트카에서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실제 소비자가 접하게 될 양산차 모습으로는 첫선을 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지난 연말 출시된 6세대 그랜저에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얹은 것. 구형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것을 대대적으로 손본 구동계 외에는 실내외 일부를 하이브리드 모델 전용 구성으로 바꾸거나 선택할 수 있게 만든 것이 전부다. 두 차 모두 월드 프리미어라고는 해도 신선함이나 화제성은 그리 큰 편이 아니다. 

그보다 더 현실적인 아쉬움은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모델 수가 적은 데에서 비롯된다. 비교적 가까운 과거에 열린 세계적 모터쇼와 비교하면 차이는 뚜렷해진다. 각 모터쇼 주관단체에서 배포한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제네바에서는 148개, 디트로이트에서는 46개, 지난해 로스엔젤레스에서는 20개 이상, 파리에서는 65개, 2015년 도쿄에서는 75개, 프랑크푸르트에서는 219개, 상하이에서는 109개의 월드 프리미어 모델이 데뷔했다.

숫자가 터무니없이 커 보이는 이유는 많은 모터쇼에 완성차뿐 아니라 튜닝, 개조, 특장업체도 참가하고 일부 대형 부품업체에서 독자적으로 만든 콘셉트카나 특수차를 내놓는 경우도 있고, 이미 출시된 모델에서 가지치기했거나 변형한 모델도 모두 포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완성차 업체가 내놓은 순수한 의미의 월드 프리미어 모델은 훨씬 적다. 물론 그럼에도 서울모터쇼보다 절대 숫자가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돌이켜 보면 월드 프리미어 모델 수가 적다는 이야기는 국내 모터쇼가 열릴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왔다. 세계적 규모의 자동차 산업과 시장을 갖춘 나라를 대표하는 모터쇼라는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2016년 세계자동차공업협회(OICA)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자동차 생산규모로는 세계 6위, 시장규모로는 세계 1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점만 본다면 서울모터쇼도 세계인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한 배경은 갖고 있다. 이는 월드 프리미어 모델이 많이 선보여도 어색하지 않을 조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고, 참신한 볼거리를 기대하는 관람객 관점에서도 아쉬움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당위와 현실 사이에 괴리가 생기는 것은 모터쇼가 시장의 규모뿐 아니라 특성도 반영하기 때문이다. 즉 국내 모터쇼에서 좀처럼 월드 프리미어 모델이 공개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이 주변 지역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변에 있는 중국이나 일본은 시장 규모가 우리나라의 몇 배 수준이기도 하고, 시장 특성도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므로 국내에서 새 모델을 선보여도 해당 나라들에서는 주목받기 어렵다. 제네바,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에서 열리는 모터쇼는 국가대표 모터쇼이기도 하지만, 유럽연합이라는 큰 시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중요한 새 모델이 데뷔하는 무대로 곧잘 활용되는 것이다.

또한, 국내에 기반을 둔 업체는 규모가 큰 해외 시장에는 현지 공장을 세우고 현지화된 모델을 내놓는 경우가 많고, 외국계 업체는 국내에서 파는 모델이 글로벌 제품 포트폴리오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내 업체라도 외국 시장에 맞는 모델은 현지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하는 것이 홍보효과가 크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업체는 국내 모터쇼에서 주로 내수 시장을 고려해 만든 모델을 선보이게 된다. 외국계 업체가 주요 모델은 본사가 있는 핵심 시장에서 열리는 모터쇼에서 공개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유독 새차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측면이 있기는 해도, 모터쇼는 자동차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축제의 장이다. 꼭 새차가 아니라도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차들의 실물을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여러 회사의 차들을 함께 비교하기에도 좋은 기회다. 꼭 완성차가 아니라도 보고 듣고 경험하며 느낄 수 있는 것들은 얼마든지 있다. 자동차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 번 시간을 내어 찾아가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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