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6월 4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롤스로이스는 지난 5월 27일 이태리 롬바르디아에 있는 빌라 데스테(Villa d’Este)에서 열린 콩코르소 델레간자(Concorso d’Eleganza)에서 스웹테일(Sweptail)이라는 이름의 특별한 모델을 공개했다.
콩코르소 델레간자는 프랑스어인 콩쿠르 델레강스(Concours d’Elegance)로도 알려져 있는 자동차 품평회로, 클래식카에서 최신 모델에 이르기까지 맞춤 제작되거나 특별한 아름다움을 지닌 차들을 한 자리에 모아 주제별로 전문가들의 평가를 통해 시상하는 행사다. 특히 콩코르소 델레간자 빌라 데스테는 올해로 14회째 BMW 그룹이 후원하고 있어 그동안 롤스로이스와 미니 등 그룹 소속 브랜드의 특별 모델이나 콘셉트카를 공개하는 무대로 활용되기도 했다. 이번에 공개된 스웹테일 역시 그 중 하나로, 롤스로이스는 이 차를 ‘한 고객이 꿈꾸었던 코치빌드의 실현’이라고 표현했다. 그와 더불어 코치빌드를 롤스로이스의 유서 깊은 전통 유산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과연 코치빌드란 무엇일까?

코치빌드(coachbuild)는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코치를 만드는 것을 말한다. 코치는 여러 사람이 탈 수 있는 자동차의 형태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한데, 유럽에서 여러 마리의 말이 끄는 네 바퀴 마차를 부르는 말에서 비롯되었다. 즉, 코치빌드는 원래 마차 만드는 일을 뜻하는 말이었다. 마차는 대부분 목재를 이용해 사람이 수작업으로 만들었고, 특히 귀족이 타는 마차는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치장했다. 고급 마차일수록 주문하는 사람의 취향이나 지위를 고려해 만들어졌고, 제작자의 예술적 감각과 장인의 손재주가 더해져 화려함을 뽐냈다. 솜씨 좋은 마차 제작자들은 예술가 공방처럼 운영되며 높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이와 같은 마차 전문 제작자를 영어권에서는 코치빌더(coachbuilder), 프랑스에서는 카로시에(carrossier), 독일에서는 카로세리바우어(karosseriebauer), 이태리에서는 카로체리아(carrozzeria)라고 불렀다.

마차 시대에서 자동차 시대로 넘어간 뒤에도 한동안 코치빌드 개념은 이어졌다. 초기 자동차의 구조는 마차와 크게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많은 자동차가 뼈대와 구동계 등 차가 달리기 위해 필요한 구조를 먼저 만들고 그 위에 차체를 따로 만들어 얹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차체를 직접 만드는 회사도 있었지만, 아예 차체 제작을 모두 외주업체에 맡기는 회사도 적지 않았다. 특히 고급차는 차체를 소비자의 요구에 철저하게 맞춤 제작하는 전통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섀시, 구동계, 서스펜션 등 차체 없이도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을 롤링 섀시(rolling chassis)라 하는데, 자동차 회사에서 만든 롤링 섀시를 코치빌더로 보내면 그에 맞춰 차체를 제작해 얹는 식이었다. 완제품을 팔려는 자동차 회사들은 자신들의 차로 뛰어난 차체를 만든 몇몇 코치빌더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경우도 있었다.
차를 사는 사람들이 코치빌더에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과 꾸밈새의 차체를 주문하면 코치빌더는 최대한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디자인하고 꾸며서 만들었다. 코치빌더마다 디자인의 개성이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입소문이나 소비자의 평가를 바탕으로 인기를 얻은 유명한 코치빌더들도 나왔다. 그리고 소비자의 주문에 따라 차체가 맞춤 제작되었기 때문에, 한 브랜드의 같은 모델이어도 겉모습은 각기 다른 모습인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코치빌드는 고급차의 완전 주문제작 방식을 뜻하는 개념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자동차 구조와 생산방식이 달라지면서, 코치빌드는 점차 사양화되었다.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몇몇 업체가 전통적인 방식을 지켰지만, 대량생산에 유리한 모노코크 구조(무게를 지탱하고 분산하는 구조가 차체와 일체화된 구조)의 차들이 일반화되면서 차체를 따로 만들기 어려워졌다. 대량생산 방식의 보편화 과정에서 자동차 회사들은 내부에 디자인 부서를 만들고 차를 직접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나아가 각종 안전규제가 강화되면서 차체 디자인을 바꿀 수 있는 범위가 크게 줄어들자 많은 코치빌더가 파산했고, 코치빌드 개념으로 만들어지는 차도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코치빌드는 최근 들어 초고급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남들과 다른 특별한 차를 갖기 원하는 세계 각국의 재력가들이 고급차 업체에 맞춤 제작을 의뢰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아울러 과거와 비교하면 차체나 꾸밈새를 바꿀 수 있는 범위는 줄어들었지만, 소재의 다양화와 더불어 3D 프린팅을 비롯한 가공기술의 발달로 제한된 범위 안에서 변형할 수 있는 자유도가 커진 것도 영향을 주었다.

물론 코치빌드는 일반적인 대량 생산방식과 비교하면 당연히 사람의 손이 많이 가고 제작기간과 비용도 훨씬 높아진다. 그러나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높을 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중요한 사업부문으로 키우고 있는 곳이 늘어나는 추세다. 비스포크(Bespoke)도 이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원래 뜻과는 달리 비스포크는 색상과 내장재, 일부 편의장비 등 대량생산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맞춤 제작하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코치빌드는 차별화의 범위가 더 넓다.
롤스로이스 스웹테일 역시 주문자 요구에 맞춰 고급 요트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디자인과 꾸밈새로 특별히 한 대만 제작한 차다. 롤스로이스는 일찍부터 코치빌드 방식으로 차를 만들기로 유명했던 브랜드인 만큼, 현대적 기술의 도움으로 전통을 잇는다는 상징적 의미를 미래 소비자에게 알리려는 의도가 스웹테일에 담겨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