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7월 16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독일 쥐트도이체 차이퉁(Sueddeutsche Zeitung, SZ)지와 공영방송 WDR, NDR의 공동 취재팀은 지난 7월 12일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 차를 생산하는 다임러 그룹에 대한 배출가스 조작 의혹을 보도했다. 취재팀은 슈투트가르트 지방법원의 수색영장 내용을 근거로 두 종류의 다임러 디젤 엔진에 부적절한 배출가스 정화기능 차단장치가 포함되어 있음을 의심했다. 영장 내용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SZ 온라인판 기사에서는 다임러가 독일 교통부 산하 자동차 인증기관인 KBA의 규제에 반하는 금지된 차단장치를 사용한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는 내용이 있다는 것은 분명히 했다.
배출가스 조작 의혹이 불거진 것은 메르세데스-벤츠 여러 모델을 포함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생산된 다임러 계열 브랜드의 승용차 및 소형 상용차에 쓰인 OM 642 및 OM 651 엔진이다. OM 642 엔진은 V6 3.0리터, OM 651 엔진은 직렬 4기통 1.8리터 및 2.1리터로 다임러의 대표적 승용차용 디젤 엔진이다. 해당 기간에 이 엔진을 얹고 출고된 차는 100만 대가 넘고, 국내에 판매된 메르세데스-벤츠 디젤 모델도 그 가운데 일부다. 슈투트가르트 지방법원은 이와 관련해 다임러 직원 두 명을 기소했고, 알려지지 않은 다수의 직원에 대한 조사도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5월에는 대규모의 경찰과 법원 직원들이 배출가스 조작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여러 곳의 다임러 사무실을 수색한 바 있다.

이와 같은 보도 내용이 알려지면서 2015년 폭스바겐의 디젤 엔진 배출가스 변칙 소프트웨어 사용 인정으로 시작된 ‘디젤게이트(dieselgate)’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폭스바겐 그룹 계열 브랜드 외에도 지금까지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르노, PSA 푸조 시트로엥, 제너럴 모터스가 디젤 엔진 배출가스 조작 의혹에 휘말렸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 6월에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생산된 아우디 A7 및 A8 2만 4,000여 대에 배출가스 조작이 이루어졌다는 독일 교통부의 발표가 있었고, 곧 이어 포르쉐도 비슷한 혐의로 조사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번 의혹은 대상 차가 100만 대가 넘는 대규모이고, 독일 대표 자동차 업체인 다임러가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다임러는 디젤 엔진 배출가스 중 질소산화물(NOx)을 혁신적으로 줄이는 SCR(선택적 환원촉매) 기술을 승용차에 선구적으로 도입하는 등 디젤 엔진 배출가스 정화에 많은 투자를 한 업체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열린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주최 오토모티브 포럼 행사에서 다임러의 페터 뤼커트 디젤 파워트레인 담당 사장을 비롯한 개발 관계자들은 다임러가 자사 기술을 통해 유럽 실도로 배출가스(RDE) 관리 제도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의혹이 불거지면서 디터 제체 다임러 회장이 2016년에 인터뷰에서 “우리는 배출가스 수치를 조작하지 않았다”고 한 이야기의 신뢰성이 흔들리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배출가스 조작 관련 혐의를 공식적으로 시인한 업체는 폭스바겐 그룹 뿐이다. 대다수 업체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조작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는 다임러도 마찬가지다. 다임러는 지금까지 디젤 엔진에 불법 장치를 단 적이 없으며, 모든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혐의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법적으로 특정한 상황에서는 엔진 보호를 목적으로 배출가스 제어 시스템의 작동을 멈추는 것을 허용해 왔다. 자동차 업체들도 그와 같은 법규를 바탕으로 자신들이 불법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 환경단체들은 자동차 업체들이 법규를 지나치게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물론 현재까지 다임러에게는 혐의만 있을 뿐이다. 독일 교통부 관계자는 아직 불법 장치와 관련한 징후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새로운 시험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시험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독일 정부기관와 다임러 모두 공식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을 듯하다.

다만 이처럼 독일 정부가 디젤 엔진 배출가스에 주목하는 데에는 정치적 배경이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다. 지난 6월에 있었던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독일 교통부는 자동차 업체들에게 독일내 최대 1,200만 대에 이르는 디젤차의 엔진 제어 소프트웨어를 개선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한다. 오는 9월 24일로 예정된 독일 총선을 앞두고, 디젤 스캔들 해결이 정치적 이슈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독일은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기울이는 나라 중 하나로 손꼽히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물론 연방정부를 구성하는 기민당/기사당 및 사민당 연정 역시 환경친화 정책을 적극 추진해 왔다. 그럼에도 독일 환경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9억 600만 톤으로 2015년보다 400만 톤 정도 늘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는 환경과 관련한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고, 그래서 자동차 업계에 디젤 엔진 배기가스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해결하도록 압박을 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4월에 독일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약 63만 대의 디젤차를 대상으로 배출가스 제어 소프트웨어를 개선하는 자발적 리콜을 실시했다. 이 리콜 역시 배경에는 독일 교통부의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슈피겔(Der Spiegel)지의 기사에 따르면 이번 다임러의 배출가스 조작 의혹 조사와 관련해서도 7월 13일에 독일 교통부가 다임러 개발 책임자 올라 캘레니우스를 비롯한 연구개발자들을 소집한 회의에서 리콜을 종용했다고 한다. 물론 독일 교통부와 다임러는 모두 기사 내용을 부인했다.
자동차 산업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독일에서도 정부가 자동차 업계를 압박할 정도로 환경 문제는 중요한 사회적 관심사가 되었다. 그리고 환경 문제를 독일 정치권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독일 국민들이 환경의 중요성을 폭넓게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임러를 비롯한 자동차 업체들에 대한 판단은 혐의가 입증된 이후에 하더라도, 이번 이슈를 통해 자동차 업체들이 배출가스 규제를 잘 준수하고 있는지 항상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정비와 더불어 인증 후 정부의 꾸준하고 엄격한 감시가 이루어져야 함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