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마이바흐는 다임러 그룹 메르세데스-벤츠 승용차 부문의 브랜드로 그 뿌리는 빌헬름 마이바흐와 아들 카를 마이바흐가 세운 모토렌바우(Motorenbau GmbH)다. 빌헬름 마이바흐는 다임러 창업자 고틀리프 다임러의 기술적 파트너로 다임러의 자동차 발명은 물론 ‘메르세데스(Mercedes)’ 브랜드 탄생의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마이바흐의 모토렌바우는 원래 페르디난트 폰 체펠린 남작의 비행선 엔진을 생산할 루프트파르초이크모토렌바우(Luftfahrzeug-Motorenbau GmbH)가 그 시초였다. 엔진을 비행선 뿐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도 팔기 위해 회사 이름 앞에서 항공기(luftfahrzeug)를 떼어내고 이름을 바꾼 것이 모토렌바우.

나중에 모토렌바우는 마이바흐 모토렌바우로 이름을 바꾸고,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베르사유 조약으로 독일의 항공기 생산이 금지되면서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자동차용 엔진을 개발, 제작, 납품을 추진했다. 그런데 자동차용 엔진을 대량 주문한 발주처(네덜란드의 스파이커)가 망하면서 남는 엔진을 가지고 아예 직접 자동차를 만들기로 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자동차 브랜드 마이바흐다.

마이바흐 모토렌바우는 자동차뿐 아니라 다양한 용도의 동력용 및 발전용 엔진을 만들었고, 밀덕들에게 익히 잘 알려져 있듯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판터, 티거 등 전차 엔진과 선박용 엔진 등을 공급하기도 했다. 물론 마이바흐의 독자 자동차 생산은 제2차 세계대전 발발 후인 1941년에 중단되었다.

전쟁 중 연합군 폭격으로 생산 시설이 파괴된 마이바흐 모토렌바우 공장에서 민간용 디젤 엔진 생산이 재개된 것은 1950년의 일이었고, 카를 마이바흐는 전후 프랑스 군 연구기관에서 일하다가 마이바흐로 돌아와 1952년까지 CEO로 일했다. 그러다 1960년에 다임러(당시 다임러 벤츠)가 인수하면서 메르세데스-벤츠 모토렌바우와 합병해 마이바흐 메르세데스-벤츠 모토렌바우가 되었고, 1969년에는 회사 이름을 MTU 프리드리히스하펜(MTU Friedrichshafen)으로 바꿨다.

MTU는 엔진 및 터빈 연합(Motoren und Turbinen Union)의 머리글자로 마이바흐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엔진 개발 역량을 합친 것을 뜻하고, 프리드리히스하펜은 1912년에 비행선 엔진을 더 편하게 생산하기 위해 옮긴 동네 이름이다. 말하자면 마이바흐의 오랜 근거지다. 사실상 MTU 출범 시점에 마이바흐라는 이름은 자동차와 엔진 역사에서 조용히 사라진 셈이다. 그럼에도 MTU 프리드리히스하펜은 마이바흐의 적통을 이은 회사면서 다임러-벤츠 계열사로서 다임러와의 연결고리를 한동안 갖고 있었다.

이후 잠시 다임러-벤츠 그룹 항공우주부문 계열사인 DASA에 편입되었다가 2005년에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계열사인 디트로이트 디젤의 비 고속운송(Off-highway) 부문과 함께 MTU 프리드리히스하펜을 시장에 내놓았다. 이때 두 부문을 손에 넣은 것은 사모펀드 EQT 파트너스(EQT Partners)였고 EQT 파트너스는 지주회사인 토그넘(Tognum)을 만들어 통합 관리하기 시작했다.

EQT 파트너스는 토그넘을 2007년에 상장하면서 일부 지분을 갖고 있었는데, 이를 2008년에 다임러에 되팔았다. 그리고 2011년에는 다임러가 롤스로이스(자동차 브랜드 말고 동력장치 및 설비 제작업체)와 함께 지분을 공동 매수하면서 지분율을 약 60%로 높였고, 2014년에는 롤스로이스가 다임러 지분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회사 이름을 롤스로이스 파워 시스템즈(Rolls-Royce Power Systems)로 바꿨다. 물론 MTU라는 이름은 롤스로이스 파워 시스템즈의 솔루션 브랜드로 쓰이며 지금도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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