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의 오펠/복스홀 매각, 한국지엠엔 어떤 영향 줄까

[ 2017년 8월 8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제너럴 모터스(GM)이 PSA 그룹으로 오펠과 복스홀을 매각하는 절차가 지난 8월 1일 마무리되었다. 지난 3월에 GM이 유럽 자회사인 두 회사를 PSA 그룹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한 뒤 약 5개월 만에 매각절차가 끝난 것이다. 함께 매각하기로 한 GM 파이낸스 유럽도 올해 안으로 정리가 끝날 예정이다.

영국 업체인 복스홀은 1925년, 독일 업체인 오펠은 1929년에 각각 GM의 자회사가 되어 GM 유럽 사업의 중추 역할을 해 왔다. 2016년 1월에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한 데 이어 이번에 두 브랜드가 PSA 그룹에 매각되면서 GM은 쉐보레 콜벳과 카마로 등 일부 모델 판매를 제외하고 유럽 시장에서 완전히 손을 떼었다. 이번 매각은 핵심 시장에 집중함으로써 수익성을 높이려는 GM의 글로벌 사업 전략에 따른 것이다. 

GM은 오펠/복스홀 매각 뿐 아니라 최근 들어 여러 시장에서 손을 떼었다. 2015년에는 러시아에서, 올해에는 인도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철수했다. 이는 우리나라 기반의 GM 계열사인 한국지엠의 미래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GM이 우리나라에서 철수할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는 대우자동차가 GM에 인수되어 2002년 지엠대우가 출범한 이후 수시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전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 철수로 수출이 급감한 이후 커진 적자 규모와 더불어 새 모델 투입에도 부진한 내수 판매, 갑작스러운 제임스 김 CEO의 사임, 지분 약 17퍼센트를 보유하고 있는 산업은행 비토권(이사선임권 및 이사회 의결 거부권) 행사 합의기간 종료 도래 등 악재가 쌓여있는 탓이다. 거기에 오펠/복스홀 매각이 그런 이야기에 힘을 실었다.

여러 면에서 한국지엠이 위기에 빠져 있는 것은 분명하고, 짧은 시간 안에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내수 시장에서 현재의 세단 중심 라인업은 판매의 중심이 SUV로 옮겨가고 있는 시장 흐름에 대처하기가 어렵다. 트랙스를 제외하면 SUV는 너무 오래 생산된 캡티바가 유일하고, 그나마 미니밴이면서도 일정 부분 SUV 수요를 흡수하고 있던 올란도는 머지않아 단종될 예정이다. 캡티바를 대체할 모델로 이쿼녹스가 거론되고 있지만 국내 생산 가능성이 낮을 뿐 아니라 판매가 이루어지더라도 트랙스와의 사이에 놓일 모델이 없어 소형 SUV 이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중소형 SUV 시장은 여전히 공백 상태가 된다.

그리고 GM의 글로벌 사업 조정 여파로 짧은 시간 사이에 규모가 큰 시장으로의 완제품은 물론 CKD나 KD 등 반제품 및 부품 수출을 늘리기 어렵다는 점, 지난 몇 년간 누적된 적자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여의치 않다는 점 등을 부정적인 영향 요소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오펠/복스홀 매각 등 GM의 최근 움직임이 한국지엠에 부정적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다. 우선 시장 중심으로는 GM 글로벌 사업 내에서 한국지엠의 영향력이 작지만, 기술과 디자인 면에서는 비중이 큰 자원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전까지 오펠이 해온 역할 중 일부를 한국지엠이 가져올 수 있다. 오펠이 주로 개발해 온 제품은 앞바퀴 굴림방식 기반의 소형 및 중형 해치백과 세단, SUV였다. PSA 그룹과의 합의에 따라 일부 차종은 당분간 오펠이 생산해 GM 브랜드로 판매되지만, 계약 기간이 끝나면 해당 모델의 개발과 생산 중심은 자연스럽게 다른 지역 GM 네트워크로 넘어가게 된다.

해당 분야는 한국지엠과 개발 역량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앞으로는 한국지엠이 미국과 중국 이외 지역에서 판매되는 소형차 및 중소형차 개발 및 생산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아시아는 물론 GM 글로벌 네트워크에서도 규모가 큰 한국지엠 디자인 센터는 GM 안에서도 평가가 좋다.

물론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 모두 개발과 생산, 판매 면에서 GM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투자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은 소비자 취향이 다른 시장과 크게 달라서, 각 시장에 맞는 제품의 개발과 생산이 가장 우선시된다. 특히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에서는 미국 내 생산을 늘리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GM 제품의 미국 수출에 걸림돌이 되기도 하지만 미국에서 개발하고 생산하는 차를 한층 더 미국 시장에 특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시장 특성이 판이하게 달라 GM 중국 법인의 어드밴스드 테크니컬 센터(ATC)과 더불어 GM과 상하이자동차(SAIC)가 공동출자해 만든 PATAC이 GM 글로벌 모델 현지화와 중국 내수용 모델 개발에만 집중해도 부족할 형편이고, 일부 수출을 시작하긴 했지만 생산 역시 내수 시장 성장을 따르기 바쁘다. 한국지엠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시각에서 보면 한국지엠은 기술 개발과 디자인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생산 분야에서는 불안요소를 안고 있다. 자동차는 산업 특성상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소비자는 철수설을 들으면 구매는 물론 갖고 있는 차의 유지 관리가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의든 타의든 최근 들어 우려를 키울 수 있는 일이 생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므로, 한국지엠은 시장의 우려를 씻을 수 있는 계획을 서둘러 만들어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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