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터 트렌드 2017년 9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여러 필자가 한국 완성차 업체를 하나씩 맡아 현주소와 방향에 관해 진단한 글을 썼고, 저는 르노삼성에 초점을 맞춰 글을 쓰고 나머지 업체들에는 한 줄 코멘트를 달았습니다. ]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르노삼성은 가파른 성장세를 자랑했다. 특히 2016년 내수 판매가 2015년보다 38.8퍼센트나 늘어난 것은 박동훈 사장이 연초에 있었던 신년 CEO 기자간담회에서  힘주어 이야기한 부분 중 하나였다. 그와 같은 성장세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 기준으로 르노삼성의 내수 판매 실적은 2016년 같은 기간보다 12.7퍼센트 늘어났다. 전반적 성장세는 거의 정체 상태이거나 소폭 오르는 데 그친 국내 다른 브랜드와 비교해도 돋보인다. 

그러나 증가율이 아닌 절대 수치를 살펴보면 그와 같은 성장세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르노삼성이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판매한 차는 모두 11만 1,101대였다. 월 평균 1만 대에도 미치지 못한다. 올 상반기 판매한 차도 4만 6,916대로 월 평균 7,800여 대에 불과하다. 지난해 QM6 출시 이후 매달 1만 대를 넘겼던 것과는 달리, 올해에는 3월을 제외하면 한 번도 한 달에 1만 대 이상 판매하지 못했다. 현대 그랜저가 지난해 말 이후 매달 1만 대 이상 팔리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무색하다. 

현재 르노삼성이 국내에 판매하는 여섯 모델 중 월 평균 1,000대 이상 팔고 있는 것은 세 모델뿐이다. 지난해 상반기에 선보인 SM6과 하반기에 판매를 시작한 QM6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판매에서 큰 몫을 차지하고 있고, QM3이 소형 CUV 붐에 힘입어 비교적 꾸준히 팔리고 있다. 이처럼 일부 모델에 판매가 집중되고 있는 것은 나머지 모델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실적이 낮은 모델인 SM3, SM5, SM7 모두 데뷔한 지 오래되었고, 일부 모델은 후속 모델 개발과 출시가 불투명한 상태다. 

더군다나 모델 포트폴리오에서도 빈틈이 존재한다. 시장의 중심이 SUV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에서 비중이 큰 QM3과 QM6 사이의 차급이 비어 있고, SM6의 판매를 떠받칠 SM3급 중소형(준중형) 모델도 마땅치 않다. 르노삼성 내수 시장 모델 포트폴리오는 여러 면에서 취약하다. 데뷔 1년을 넘긴 SM6과 이제 1년차가 되는 QM6의 신차효과도 거의 끝나는 분위기다. 데뷔 초 중형 세단 시장의 맹주였던 현대 쏘나타를 위협하던 SM6도 올해 들어서는 월 판매 3,000여 대 수준에 머물고 있고, QM6 역시 상반기까지는 월 판매가 2,000대를 넘기던 것이 7월 들어 1,600대 선으로 내려앉았다.

이런 한계를 안고 있는 르노삼성은 모델 다양화로 분위기를 바꾸고 틈새시장을 파고들 계획이다. 9월에는 소형 해치백 클리오를, 연말에는 전기차 SM3 Z.E.를 개선한 모델을 출시한다.  조만간 상용 전기차도 추가할 예정이다. 그러나 당분간 SM6이나 QM6처럼 시장에서 크게 환영받을 만한 새 모델이 추가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실적에 대한 부담을 떨쳐버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상반기 수출도 2016년보다 7.8퍼센트 늘어난 77,014대를 기록했지만, 이 역시 닛산 로그와 르노 콜레오스(QM6)에 집중되어 있다. 아직까지는 비교적 안정적인 물량을 생산해 내보내고 있지만, 수출 모델의 경우 르노-닛산 연합의 글로벌 전략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전략변화에 르노삼성이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2019년 9월로 닛산과의 로그 위탁생산 계약이 끝나고 난 뒤의 대체 물량 확보도 아직까지 뚜렷하게 정해지지 않아서, 앞으로의 수출 전망도 밝지는 않다.

다만 부산 공장의 생산성이나 용인 연구소의 디자인과 기술력은 르노 그룹 내에서 평가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프랑수아 프로보 전 사장이 르노 아시아 총괄 회장으로 임명되어 올해 초부터 일하고 있는 것도 그룹 내 입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대부분 그렇듯 실적이 영향력 확대의 바탕인 만큼, 르노-닛산 연합의 글로벌 자원을 공유해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시장 몫을 많이 가져오는 것이 한계가 있다. 2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타결한 노조도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회사측을 압박하는 등 분위기가 이전과 다르다.

요즘 르노삼성을 보면 제한된 조건 안에서 상황을 바꿔보려고 꾸준히 시도하는 모습이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는 하지만, 매력 있는 제품을 다양하게 내놓아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만큼 좋은 마케팅은 없다. 브랜드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르노삼성에게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폭넓게 갖추는 것이 더 시급해 보인다.

* 한줄 멘트

  • 현대: 위기 인식은 하고 있지만 해법 찾기가 늦다. 회장님과 그랜저 의존도를 낮춰야 하지 않을까.
  • 기아: 스팅어 같은 매력 있는 제품은 반갑지만 브랜드 정체성부터 다잡아야할 때가 아닐까.
  • 쌍용: 노사가 함께 가려는 노력은 멋지다. 다만 제품도, 제품기획도 조금 구식처럼 느껴진다.
  • 한국지엠: 걸핏하면 나오는 철수설을 눌러버릴 아이디어가 절실하다. 빡빡한 본사를 구워삶는 게 급선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