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Ssangyong_Tivoli_Armor_Gear_Edition

[모터트렌드 한국판 2017년 10월호 CUV 4종 단체시승 기획기사의 일부입니다]

현대 코나, 기아 스토닉이라는 잠재적 강자가 시장에 나왔지만, 소형 CUV 시장에서 쌍용 티볼리의 입지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물론 제대로 된 경쟁은 코나 공급이 원활해진 이제부터다.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단순 비교보다는  꾸준히 소비자의 지갑을 열고 있는 티볼리의 강점이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했다.

티볼리는 대대적 손질과 더불어 상품성을 높인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대응할 시기가 되었다. 그러나 회사 여력이 크지 않은 만큼 크게 바뀐 부분은 없다. 겉에서는 어색했던 범퍼와 안개등 디자인을 정돈되게 다듬었고, 실내는 내장재 표면처리와 계기판, 스티어링 휠을 조금 바꾼 정도다.

우선 디자인을 보면 처음 티볼리를 접했을 때 들었던, 학생의 디자인 습작을 그대로 양산한 차라는 느낌 그대로다. 그럼에도 주변에서는 여성들 중심으로 예쁘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그러면서 디자인이 미니 컨트리맨과 곧잘 비교되는 것에 관념의 세계가 흔들린다. 어쨌든 누가 봐도 쌍용차라는 것과 CUV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개성이 뚜렷한 것은 인정할 수 있다. 실내는 전반적 구성은 무난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서툰 느낌이다. 부분적으로 내장재 표면 질감을 개선했지만, 복잡한 부품 분할과 여러 종류의 표면처리가 뒤섞인 탓에 깔끔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내장재 재질이 썩 고급스럽지 않은 탓에 새로 들어간 퀼트 패턴 가죽 시트만 튀어 보인다. 막상 몇몇 경쟁차의 내장재 수준도 썩 높지 않은 것은 티볼리에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장비 구성은 티볼리에게 좋은 점수를 주게 되는 첫 번째 이유다. 장비 관련 스위치 배치가 어수선하기는 해도 차급에 비해 편의장비를 풍부하게 갖춘 것만큼은 사실이다. 지금 와서는 경쟁차들도 대부분 갖추고 있지만, 가장 먼저 안전장비의 폭을 넓힌 것은 소비자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시승차 같은 풀 옵션 가까운 차라면 윗급 차와 비교해도 딱히 아쉬울 것이 없을 정도다. 물론 그쯤 되면 동급에서 가장 비싼 현대 코나는 물론이고, 같은 쌍용 라인업에서도 윗급인 코란도 C에서도 AWD를 뺀 상위 모델을 살 수 있을 정도의 가격표가 붙는다. 뿐만 아니라 티볼리는 수납공간의 종류와 수, 크기에서도 돋보인다.

비교적 넉넉한 공간에 비해 각종 장비 접근성이 좋지 않고 운전 자세도 어색한 앞좌석과 달리, 뒷좌석 공간은 티볼리의 총점을 끌어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수치상 공간과는 별개로 머리, 어깨, 무릎, 발 주변 체감 공간은 CUV 중 가장 크다. 시트 굴곡이 적고 쿠션 여유도 적어 장거리 주행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도시에서 이동하기에 불편할 수준은 아니다. 적재공간 바닥 아래를 수납공간에 할애해 실제 쓸 수 있는 공간이 넓지 않은 것이 흠이지만, 짐을 많이 싣겠다면 티볼리 에어라는 훌륭한 대안이 있으니 큰 문제는 아니다.

달리기 면에서 보면 티볼리는 일상적인 조건에서 적당히 몰기에 나쁘지 않다. 뒤집어 말하면, 절대로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야 다른 차들과 비교할 수 있다. 일반적인 시내 주행 때에는 승차감이 적당히 부드럽고 편안하다. 차로를 급하게 바꾸지 않는 이상 반응이 살짝 둔한 스티어링도 껄끄럽게 다가오지 않는다. 차체 움직임도 안정감이 있고, 커브를 돌 때도 기울어짐은 심하지 않다. 하체 언더코팅을 늘린 것은 주행 중 아래에서 들어오는 소음이 의외로 작은 데에서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아주 조용한 것은 아니다. 공회전 때에는 유독 디젤 엔진 특유의 진동과 소음이 크게 들리다가 속도가 올라가면서 조금씩 다른 소리들에 묻힌다. 이럴 때에는 오토 스타트-스톱 기능이 없는 것이 아쉽다. 1.6리터 110마력 디젤 엔진은 최대토크 영역이 회전수 낮은 부분에 위치하다 보니 별로 넉넉하지 않은 힘도 대부분 상황에서는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와의 궁합도 가솔린 엔진보다는 잘 맞는 편이어서, 비교적 매끄럽게 변속이 이루어지며 차분히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하지만, 달리기와 관련한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일상적 조건에서 적당히 몰 때에만 해당한다.

그런데 그 영역을 벗어나면? 다른 동급 차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뼈아픈 점들이 드러난다. 4륜구동 시스템과 뒷바퀴 독립 서스펜션의 영향력도 근본적 약점을 완벽하게 감추지는 못한다.  차체구조는 모노코크 방식이지만 조금만 차를 거칠게 몰아붙이면 전통적 SUV의 흔적처럼 허술한 움직임이 나타난다. 엔진은 최적의 힘을 내는 영역을 벗어나자마자 맥을 추지 못한다. 잔뜩 소리를 내며 힘을 쓰는데 속도는 좀처럼 붙지 않는다. 앞바퀴 굴림 모델이라면 얘기가 좀 달라지겠지만 승차감과 핸들링의 열세를 극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연비도 티볼리의 우위를 이야기할 요소는 아니다.

시승을 마치고 나서 생각을 정리하다가 이번에 모인 차들을 고기에 비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회로 먹어도 좋을 만큼 질 좋고 싱싱한 고기가 있는가 하면, 고기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최소한의 양념만 더한 것도 있다. 티볼리는 기본적으로 고기는 중등급이지만 먹는 사람이 취향에 맞춰 고를 수 있도록 시즈닝과 소스를 다양하게 갖춰놓은 꼴이다. 고기의 깊은 맛을 원하는 사람이 만족하기는 어려워도, 평범한 양념갈비 맛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크게 불만은 없을 것이다.

낮은 완성도에도 티볼리에게 비교적 높은 점수를 주게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소형 CUV 가운데 디자인과 주행 질감에서 가장 전통적 SUV 색깔이 강하게 느껴지고, 지갑 형편에 따르든 취향에 따르든 선택의 폭이 넓고, 보편적 쓰임새 안에서는 단점들이 크게 티나지 않는다. 모두 이 장르 차에서 적잖은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이다. 티볼리의 인기가 금세 사그라지지는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