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미래가 마냥 밝아 보이지는 않는 이유

[ 2017년 11월 19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우리 시간으로는 11월 17일, 현지 시간으로는 11월 16일에 순수 전기 세미 트럭(트레일러 트랙터)을 공개했다. 일런 머스크 CEO가 직접 시제차를 타고 나와 참석자들의 환호 속에 프레젠테이션한 세미 트럭은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일반 세미 트럭보다 매끄러운 디자인과 주목할 만한 특징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공개된 테슬라 세미 트럭(이하 테슬라 트럭)의 주요 특징은 아주 인상적이다. 트레일러를 연결한 상태에서도 시속 97km까지 5초 만에 가속할 수 있고, 일반 디젤 트럭으로는 시속 72km가 낼 수 있는 속도의 한계인 경사도 5도인 오르막에서 테슬라 트럭은 총 중량이 최대인 상태에서도 시속 105km까지 달릴 수 있다. 아울러 최대 견인중량 상태로 시속 105km 정속 주행하면 한 번 충전으로 약 800km를 달릴 수 있다.

또한, 새로운 메가차저(megacharger)를 이용하면 30분에 약 640km를 달릴 수 있을 만큼의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메가차저는 태양광 발전을 이용하기 때문에 전력망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아울러 네 개의 모터가 굴림 바퀴를 개별 제어하는 구동계, 일반 자동차용 유리보다 훨씬 내충격성이 뛰어난 특수 강화유리, 자동 긴급 제동과 추돌 경고, 차로유지 지원 기능 등은 트럭 운전자에게 매력적인 구색이다.

내구성은 구동계가 100만 마일(약 160만 km)의 수명을 갖도록 만들어졌고, 제동 에너지 회생 기능 덕분에 브레이크를 교환할 필요가 없다. 전반적으로는 같은 조건을 운행하는 일반 디젤 트럭보다 운용비용이 20퍼센트 정도 적다고 한다.

테슬라 트럭 발표가 끝난 뒤에는 예고 없이 테슬라의 새 모델 발표가 이어졌다. 2013년에 단종된 로드스터의 후속모델 격인 신형 로드스터의 프로토타입이 깜짝 공개된 것이다. 이전과 달리 4인승으로 만들어진 새 로드스터는 지붕을 떼어낼 수 있는 타르가 톱 형태의 컨버터블로, 시속 97km 정지가속 시간이 1.9초, 시속 161km 정지가속 시간이 4.2초, 400m 정지가속 시간이 8.9초인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승용차’라고 머스크 CEO는 강조했다. 세 개의 모터로 네 바퀴를 굴리는 4륜구동 방식으로, 배터리팩 용량은 200kWh이고 최고속도 시속 400km 이상, 고속도로 정속 주행 시 약 1,000km를 달릴 수 있다고 한다.

오랫동안 예고되었던 트럭과 더불어 로드스터를 깜짝 공개한 것은 세간의 우려를 잠재우려는 테슬라의 의도로 보인다. 매력적인 디자인과 더불어 성능 수치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이번에 발표한 트럭과 로드스터 관련 내용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테슬라를 보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의문점을 남겨두었다.

우선 제품 특성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몇 가지 정보가 빠져있다는 점이다. 이번 프레젠테이션에서 트럭에 쓰일 모터와 배터리팩에 관한 정보는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 모터 수와 배치, 완전 충전 시 주행 가능한 거리만을 제시했을 뿐, 발표한 성능을 뒷받침할 상세 근거는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배터리팩을 포함한 총 중량이나 축 중량을 공개하지 않은 것은 도로주행 때 무게제한이 적용되는 트럭의 특성을 고려하면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다. 게다가 대당 계약금 5,000달러(약 550만 원)에 예약구매 신청을 받으면서도 대략적인 값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새 로드스터 관련 정보에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성능 관련 수치 중 ‘휠 토크(wheel torque)’가 10,000Nm라는 내용이 있는데, 휠 토크라는 표현은 자동차 제조사에서 일반적으로 쓰는 것이 아닌데다가 10,000Nm이라는 수치는 상식을 벗어날 만큼 높은 수치다.  다이나모미터에서 구동계 저항을 반영해 잰 수치를 휠 토크라고 한다면 실제 모터가 내는 토크는 훨씬 더 높을 텐데, 실제로 그만한 토크가 바퀴로 전달된다면 일반적인 타이어로는 견딜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로드스터 계약 관련 내용도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초기 1,000대 예약분에 한정되는 ‘파운더스 시리즈’는 판매가 25만 달러(약 2억 7,500만 원)로 전액을 계약금으로 내는 것이 기본 계약조건이다. 파운더스 시리즈 1,000대분 계약금을 합치면 2억 5,000만 달러(약 274억 8,750만 원)에 이른다. 20만 달러(약 2억 2,000만 원)부터 시작하는 일반 모델은 계약금이 5만 달러(약 5,500만 원)로 차 값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이런 내용을 보면, 로드스터 발표는 누적된 적자에 따른 자금난 때문에 단기간에 자금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도 있다.  

더군다나 트럭 생산은 2019년부터, 로드스터 생산은 2020년부터 이루어진다고 한다. 예고한 일정에서 두 차례 연기한 끝에 겨우 발표한 트럭도 그렇고, 그동안 예고한 일정을 제대로 맞춘 적이 거의 없었던 테슬라의 발표는 좀처럼 신뢰하기 어렵다. 이미 모델 3 생산 차질과 관련해 알려진 대로 테슬라는 자동차뿐 아니라 배터리 생산 단계에서부터 총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다음날인 11월 17일 미국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가 일시적으로 크게 오르기는 했지만 장 마감 때에는 전날 종가에서 2달러 47센트 오른 314달러 97센트로 마감하는 데 그친 것도 시장의 기대를 키우기에는 역부족이었음을 반증한다. 이번 발표가 테슬라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앞으로의 전망이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이유가 거기에 있다. 새로운 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벌려 놓은 일부터 제대로 수습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테슬라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는 점점 더 전과는 다른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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