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1월 30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독일 연방도로교통청(KBA)은 1월 23일에 일부 V6 3.0리터 유로 6 디젤 엔진을 얹은 아우디 차에 대한 리콜을 명령했다. 디젤게이트 파문의 시발점이 된 폭스바겐 EA188 디젤 엔진과 비슷한 방식으로 배출가스 정화기능을 조작하는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KBA는 리콜 대상 차들에서 냉간시동(시동이 꺼진 후 시간이 흘러 냉각수 온도가 낮은 상태에서 다시 시동을 거는 것)때 빠르게 엔진 온도를 높이는 기능이 거의 유럽 인증기준에 따른 시험방식(NEDC)을 따른 실험실 조건에서만 작동한다고 밝혔다. 이 기능이 실제 주행 때에는 작동하지 않아, 질소산화물(NOx) 정화기능이 무효화된다는 것이다. 또한, 소프트웨어가 정화기능을 무효화하는 시기와 방법은 모델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으로 확인되었다.

KBA가 밝힌 리콜 대상 모델은 해당 엔진이 쓰인 A4, A6, A7, A8, Q5, SQ5, Q7로 독일에 약 7만 7,600대가 등록되었으며 전 세계에 약 12만 7,000대가 판매되었다. 현재 새로 생산되고 있는 모델은 해당되지 않는다. KBA는 아우디에게 2월부터 엔진 제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문제를 시정하도록 요구했다.
이번 리콜 여파는 같은 폭스바겐 그룹의 다른 브랜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포르쉐는 인기 모델인 마칸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계획 중이다. 마칸에 쓰인 V6 3.0리터 디젤 엔진이 아우디로부터 공급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독일 주간지 빌트 암 존탁(Bild am Sonntag)을 인용해 KBA가 V6 3.0리터 TDI 디젤 엔진이 쓰인 마칸의 판매 금지를 고려하고 있으며, 포르쉐에게 2월 1일에 관련 논의를 위한 회의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판매된 마칸 중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대상은 독일 내 1만 4,000여 대, 유럽전체로는 5만 2,500대에 이른다고 포르쉐는 밝혔다. 그와 함께 로이터는 KBA가 포르쉐의 다른 모델인 카이엔과 파나메라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는 독일 주간지 슈피겔(Spiegel)의 기사 내용을 언급했다.

폭스바겐 그룹은 디젤게이트가 시작된 이후 그룹 내 계열 브랜드 전반에 걸쳐 디젤 엔진 모델의 조작 상황을 파악하고 강제 리콜에 대응하는 한편 단계적으로 여러 모델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진행해 왔다. 아우디만 해도 지난해 7월부터 최대 85만 대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V6 및 V8 디젤 엔진 모델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추진해왔다. 디젤게이트의 시발점이 된 1.6리터 및 2.0리터 EA189 TDI 엔진이 쓰인 것을 포함해 폭스바겐 그룹 전체로는 최대 약 1,150만 대가 리콜 대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아우디의 새로운 리콜 관련 내용이 알려지기 직전에 아우디 그룹은 2017년 글로벌 판매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아우디가 세계 시장에 판매한 차는 모두 187만 8,100대로, 2016년보다 0.6퍼센트 늘어났다. 아우디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는 2009년 이후 8년 연속으로 판매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실적은 주요 시장에서의 판매증가가 영향을 준 것으로, 중국에서는 1.1퍼센트, 유럽에서는 0.4퍼센트, 미국에서는 7.8퍼센트가 늘어났다.

폭스바겐도 2017년 총 623만 200여 대를 판매해 2016년보다 4.2퍼센트 올라간 실적을 기록했고, 독일에서 0.4퍼센트 판매 감소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주요 대륙별 핵심 시장에서 연간 누적판매가 늘어났다. 다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중국 실적을 제외하면 4.4퍼센트 감소했다. 그룹 전체로 보면 상용차를 포함해 계열 브랜드가 모두 판매가 늘어난 덕분에 총 판매 역시 1,074만 1,500대로 2016년보다 4.3퍼센트 늘어났다.
시선을 우리나라로 돌려보자. 국내에서 아우디 폭스바겐 디젤 엔진 문제 관련 사후처리는 무척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국내 인증관련 부정에 대한 검찰 수사에 비협조적이고, 정부는 리콜 대상 차종의 대부분에 리콜을 승인하지 않으면서 ‘절차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소비자는 정부를 상대로 리콜 승인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걸었고, 리콜 이행실적은 두 브랜드 모두 절반 이하에 그치고 있다.

아우디가 지난해 말 신형 R8 출시행사를 기점으로 실질적으로 판매를 재개한 데 이어, 폭스바겐도 2월 1일 신형 파사트 GT 언론대상 행사와 함께 국내 판매에 다시 시동을 건다. 정부의 인증취소를 비롯한 여러 이슈로 지난해 두 브랜드 모두 거의 개점휴업 상태였지만, 최근 재인증을 받아 한정 판매한 일부 아우디 재고차는 삽시간에 다 팔려 나갔다는 뉴스가 나왔고,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할인율이 높다면 재고차를 살 의향이 있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차와 관련한 문제나 브랜드 이미지와는 관계없이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 소비자가 많다는 뜻이다.
어떻게든 절차만 따르면 된다는 정부, 어떻게든 차만 팔면 된다는 업체, 어떻게든 보상만 받으면 된다는 기존 소유자, 어떻게든 쓸만한 차만 사면 된다는 예비 소비자. 이런 와중에 막혔던 판매의 봇물이 터진다면 국내 시장에서 아우디 폭스바겐의 실적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 흐름을 따라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정작 각각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꼬여도 단단히 꼬인 한국판 디젤게이트 문제는 언제 풀릴지 알 수 없는 채로 흘러가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