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시장 불균형 해결의 실마리는?

[ 2018년 2월 5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1월 국내 승용차 시장 판매 실적을 살펴보다가 몇 가지 사실이 눈길을 끌었다. 우선 국내 제조사 기준 업체별 시장점유율에서 현대는 45.7퍼센트(제네시스 6,404대 포함), 기아는 34.8퍼센트를 차지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 계열 브랜드 실적을 합치면 무려 80.5퍼센트에 이른다. 현대차그룹이 내수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1월 실적이 유난히 의미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 정도가 평범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외 세 개 업체는 월 판매 1만 대도 넘기지 못했다.  

이와 같은 점유율 편중현상은 현대차그룹 차들이 판매 상위권을 독식한 덕분이다. 모델별 판매순위 1위부터 13위까지를 현대차그룹 계열 브랜드가 모두 가져갔다. 지난해 전체 승용차 판매 1위를 차지한 현대 그랜저를 필두로 장기간 판매순위 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있는 1톤 트럭 포터가 2위, 그 뒤로 기아 쏘렌토, 현대 아반떼와 쏘나타가 5위까지 자리를 빼곡하게 채웠다. 그 아래 순위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월 판매 1,000대를 넘긴 모델 중 현대차그룹에 속하지 않은 브랜드 모델은 쉐보레 스파크(14위, 3,347대), 쌍용 티볼리(15위, 3,117대), 쌍용 렉스턴 스포츠(20위, 2,617대), 르노삼성 QM6(21위, 2,162대)과 SM6(23위, 1,856대), 쉐보레 말리부(26위, 1,476대), 쌍용 G4 렉스턴(28위, 1,351대)이 전부다.

노사 모두 항상 부정적 인터넷 여론이 끊이지 않고, 포털 사이트 뉴스 메뉴에 올라오는 현대차그룹과 관련한 기사마다 극단적 댓글이 빠지지 않는 등 표면적으로는 현대차그룹의 이미지가 영 좋지 않다. 그럼에도, 약간의 허수가 작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현대차그룹 계열 브랜드의 국내 시장 판매와 시장점유율은 좀처럼 크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현대차그룹을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국내에서 새차를 사는 소비자 대다수를 현대차그룹의 ‘호갱’이라고 할 수도 없다. 개인이든 법인이든, 실제 차를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현실적인 관점에서 차를 고르고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수 시장 점유율의 극단적 불균형은 나머지 브랜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즉 지금의 내수 시장은 정상적인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비 현대차그룹 브랜드가 제대로 된 경쟁을 하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현상을 중심으로 보면 제품 구성과 개별 제품의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물론 글로벌 시장으로 시야를 넓히면 현대차그룹 제품 구성에도 빈틈이 있다. 현대차그룹이 세계 주요 대형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거나 당분간 고전이 예상되는 이유 중 하나도 그것이다. 그러나 내수 시장에서는 타 브랜드 중 현대차그룹에 견줄 수 있는 제품 구성을 갖춘 곳은 하나도 없다. 경차에서 대형 MPV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제품을 거느리고 있는 현대차그룹과 달리, 다른 브랜드들은 모든 제품을 다 합쳐야 겨우 현대차그룹에 대응할 수 있는 정도다. 일부 틈새 차종에서는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절대적 판매량이 일정 수준 이상 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개별 제품 경쟁력도 마찬가지다. 단적인 예를 들어, 승용차 시장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 그랜저를 직접 견제할 수 있는 상품성과 가격을 갖춘 모델은 드물다. 최근 주류 장르로 자리를 잡은 SUV 분야에서도 소형 크로스오버 시장에서만 어느 정도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을 뿐, 핵심 시장이라 할 중소형 및 중형 SUV 분야에서는 기타 브랜드 제품이 상대적으로 크게 빈약하다. 중소형 SUV는 현대 투싼과 기아 스포티지에, 중형 SUV는 르노삼성 QM6을 제외하면 현대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를 대신해 소비자가 선택할 차가 마땅치 않다. 한국GM이 곧 중형 SUV 에퀴녹스를 수입 판매할 계획이기는 하지만, 국내 소비자 취향을 충분히 반영한 현지화가 제대로 이루어질 지는 의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일부 브랜드의 위기론과 철수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브랜드가 모두 외국계이고, 실질적으로 국내 법인에서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힘이 크지 않은 것이 근본적 문제다. 그러나 지금처럼 일부 브랜드에 판매가 집중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내수 시장은 결코 작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어떻게든 시장 몫을 지키기 위해 계속해서 온갖 노력을 쏟아 부을 것이다.

나머지 브랜드들이 시장 몫을 키우려면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바탕은 경쟁력 있는 제품 구성과 개별 제품이다. 소비자가 현대차그룹 차들의 대안으로 비중 있게 고려하거나 가장 먼저 구매를 고려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는 것이 비 현대차그룹 브랜드들이 가장 노력을 기울여야할 부분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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