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내연기관 기술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는?

[ 2018년 3월 19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영국 기반의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JATO는 최근 내놓은 보도자료를 통해 유럽에서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이 10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JATO의 조사에 따르면, 유럽 23개국 총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07년 159.1g/km를 기록한 이후 2016년에 117.9g/km에 이를 때까지 꾸준히 낮아졌지만, 2017년에는 118.1g/km로 소폭 상승했다. 이는 유럽에서 디젤차 등록대수가 감소한 반면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가솔린차 등록대수가 늘어난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는 것이 JATO의 분석이다. 2017년 유럽 26개국 디젤 승용차 등록대수는 약 677만 대로 시장 점유율 43.8퍼센트를 차지했다. 이는 2016년보다 7.9퍼센트, 디젤차 판매가 절정이던 2011년보다 11.1퍼센트 줄어든 것으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것이다.

JATO는 디젤차 판매 감소와 더불어, SUV 판매량의 꾸준한 증가와 디젤차 감소로 생긴 시장 공백을 전기차가 충분히 채우지 못하는 것을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의 다른 원인으로 꼽았다. 우선 유럽에서 소형 SUV와 하이브리드 SUV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SUV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7년 기준으로 133.0g/km로 전체 신차 평균을 크게 웃돈다. 게다가 SUV에서도 가솔린 모델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총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높이는 데 영향을 주었다. 아울러 하이브리드 카(HEV, PHEV)와 배터리 전기차(BEV) 등 비 내연기관 차의 판매가 가파르게 늘고는 있지만, 유럽 26개국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7년 기준으로 4.8퍼센트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디젤 차 판매가 줄어드는 것은 디젤게이트 이후 배출가스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뀐 데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다. 그러나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원래 경제성(연비)에서 출발한 유럽의 디젤 차 붐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 오히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를 위한 여러 나라의 합의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1997년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채택된 교토의정서가 2005년에 발효되면서, 의정서 비준에 참여한 회원국이 이산화탄소를 중심으로 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불이익을 보게 되었다.

그래서 독일, 프랑스를 비롯해 여러 유럽 자동차 생산국이 찾아낸 해법 중 하나가 승용차용 디젤 엔진의 보급 확대였다. 같은 크기의 차에 같은 배기량일 경우 대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솔린 엔진보다 적은 디젤 엔진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효과를 얻겠다는 목적이었다. 여기에 교토의정서를 통해 배출권 거래제도가 시행되면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은 국가와 기업에게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온실가스를 많이 줄일수록 배출권을 다른 곳에 팔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와는 별개로 소비자는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과 진동이라는 불편함만 참으면 연료비 관점에서 이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에 매력적이었다. 그런 점에서 디젤 엔진 기술은 환경과 경제 관점에서 모두 바람직한 기술로 각광받을 수 있었다. 디젤게이트로 속임수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앞서 인용한 JATO의 조사 결과는 산술계산에 따른 것이지만(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전수 측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제는 디젤 차의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음을 입증한다. 주요 자동차 업체가 배터리 전기차의 대량 생산을 시작하는 시점을 2020~2025년으로 잡고 있는 만큼, 내연기관 차를 전기차가 대체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나중의 일이 될 것이다. 즉 당분간은 여전히 내연기관이 자동차의 핵심 동력원 역할을 맡게 될 것이고, 그 중 디젤 차의 비중은 더 작아질 것이다. 유럽연합은 2021년까지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5g/km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내연기관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기술 개발이 자동차 업계의 중요한 과제가 된 셈이다. 

따라서, 급진적 전기차 옹호론자들에게는 불편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전기차뿐 아니라 내연기관의 개선과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에도 꾸준히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전기차로의 전환이 빠를수록 좋은 점도 있지만, 그 과정에 과도기라는 것도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현실적 대안이 될 만한 기술은 가솔린 엔진을 쓰는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 업체를 중심으로 자동차에 48볼트 전기 시스템을 쓰는 것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하이브리드 화에 유리하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자동차 업계도 전기차와 더불어 하이브리드 기술 개발과 소비자가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에 맞출 수 있는 경제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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