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팩트 SUV 6종 비교 – General vs. Premium

[ 모터트렌드 한국판 2018년 9월호에 실린 ‘BATTLE ROYAL – 2018년 상반기 최고의 콤팩트 SUV를 찾아서에 포함된 글로, 네 명의 에디터/필자가 컴팩트 SUV 6종(일반 브랜드 3종 – 쉐보레 이쿼녹스, 지프 컴패스, 폭스바겐 티구안, 프리미엄 브랜드 3종 – 볼보 XC40, 미니 컨트리맨 올포 JCW, 재규어 E-페이스)을 모두 시승하고 각자 내린 평가를 종합한 기사의 일부입니다. ]

* 일반 브랜드 3종 평가

3rd – 지프 컴패스 2.4 리미티드

국내에 가장 나중에 선보인 모델인데도 꾸밈새를 좋게 말하면 익숙하고 친근한 모습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이다. 안팎으로 디자인은 깔끔하고 최신 유행에 맞게 다듬은 구석도 보이지만, 실내 재질이나 조립품질은 앞서 선보인 체로키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장비 배치나 조작성은 좋은 편이지만 빈약한 수납공간은 아쉽다.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은 무난한 수준이다.

몰아보면 그런 대중성은 더 두드러진다. 사골같은 존재인 2.4L 가솔린 엔진은 적당한 크기의 차체를 끌기에 부담이 없고, 어느 차와도 맞지 않았던 9단 자동변속기는 이제야 제 짝을 찾은 듯 비교적 자연스럽게 작동한다. 스포티하게 달리려고 하면 엔진과 변속기의 불협화음이 발목을 잡기 쉬운데, 그나마 작고 가벼운 차체 덕분에 아주 답답하지는 않다. 차체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작고 엔진 소음도 심하지 않은 것은 의외다. 위아래 방향 차체 움직임이 작은 편이 아닌데도 출렁이는 느낌이 들지 않고 고속에서도 차분하게 서스펜션을 잘 조율한 것도 의외다. 4륜구동 시스템에 저속 기어나 4륜 고정 기능이 빠져 있는 것도 의외다.

지프가 모난 곳이 적은(‘없는’이 아니다) 차를 내놓은 것은 반갑다. 이런 대중성이 지프에게 필요했다. 지프 브랜드 차들중에서는 좋게 평가할 만하지만, 차 자체의 경쟁력은 동급 평균 수준이다.

별점: ★★★☆

  • 장점: 적당한 크기에 다루기 쉽고 편안한 주행감각 
  • 단점: 허전함을 떨쳐버릴 수 없는 엔진과 변속기. 지프의 명성에 비해 아쉬운 4WD 시스템

2nd – 쉐보레 이쿼녹스 프리미어 익스클루시브 패키지

수입차지만 수입차 대접은 받지 못하는 덕분에, 이쿼녹스에 대한 평가는 왠지 비싸다는 인식으로 한 수 접고 시작하게 된다. 크기만 놓고 보면 소형 SUV로는 큰 편이지만 그렇다고 중형 SUV로 분류하기에는 작다. 막상 타보면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은 중형 SUV에 좀 더 가깝다. 날카로운 외모와 달리 실내는 곡선과 곡면이 주를 이루는 부조화가 아쉽다. 내장재는 앞뒤 좌석 주변 공간의 질감 차이가 커서 대중차 느낌이 물씬하다.

1.6L 디젤 엔진은 숫자로 나타나는 성능보다 실제 성능이 더 뛰어나다. 배기량에 비해 차체가 큰 편인데도 가속이 답답하지 않고, 승차감과 몸놀림도 부드러우면서 안정감이 있다. 겉모습은 SUV에 가깝지만, 주행특성만 본다면 왜건이나 미니밴에 가까와서 다루기 좋다. 물론 전반적으로 너그러운 주행감각이 유독 작은 요철을 지날 때 예민하게 구는 데에서 미국차 색깔이 드러나기도 한다. 엔진 진동과 소음도 잘 억제되어 있는 편. 변속기는 적극적으로 운전하기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일반 운전자들이 크게 흠잡을 구석은 없어 보인다. 필요할 때에만 작동시킬 수 있는 AWD는 자연스럽게 개입한다. 

딱히 흠잡을 곳도 없지만 특별히 좋게 보이는 점도 없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이런 차들은 눈에 띄지 않게 된다.

별점: ★★★★

  • 장점: 두루 쓰기 편하고 달리기도 부담 없다 
  • 단점: 출시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전반적으로 조금 오래된 차 느낌이 난다

1st –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프리미엄

전 세대가 쌓은 좋은 이미지(솔직히 이유는 잘 모르겠다) 덕분에 공백기를 두고 판매를 시작한 새 티구안도 흔히 말하는 ‘없어서 못 파는 차’, ‘줄 서서 기다려야 살 수 있는 차’ 대열에 들어섰다. 여러 트림 중 대부분을 앞바퀴 굴림 모델로 꾸린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이제는 폭스바겐도 명분보다는 실속 챙기기가 바쁘다. 시승차도 앞바퀴 굴림 방식이다.

새 티구안은 전 세대보다 나아졌다. 그것도 아주 많이. 넉넉해진 공간, 편리하게 배치된 각종 장비, 꼼꼼하게 조립된 내장재, 개선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전반적 상품성은 훌륭하다. 다만 안팎 모두 디자인은 투박하고, 내장재는 별로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달릴 때의 장단점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선 7단 DSG와 어우러진 엔진의 진동과 회전질감은 훌륭하다. 스티어링도 고르고 직관적이면서 감각이 풍부하다. 

다만 승차감은 살짝 아쉽다. 전반적으로는 편하고 안정감이 있지만, 이따금 거친 노면에서 바퀴가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느낌을 줄 때가 있다. 전에 타봤던 파사트 GT와 비슷한 증상이지만 정도는 훨씬 덜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다른 한편으로, 앞바퀴 굴림 모델이다 보니 구불구불한 길을 속도 내어 달릴 때에는 AWD가 쓰인 다른 차들 보다 더 일찍 한계가 찾아온다. 국내에는 최상위 모델에만 4모션 4륜구동 시스템이 들어간다. 그 덕분에 주요 트림의 가격대를 이전 세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췄다. 실리가 명분을 이긴 셈이다.

별점: ★★★★☆

  • 장점: 작동하는 느낌 면에서는 흠잡을 곳 없는 동력계와 구동계, 뛰어난 실내 조립 품질 
  • 단점: 앞바퀴 굴림 모델은 네바퀴 굴림 모델보다 살살 다뤄야 한다

* 프리미엄 브랜드 3종 평가

3rd – 재규어 E-페이스 P250 R-다이내믹 SE

주관적으로는 겉모습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전형적인 요즘 재규어 스타일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뭔가 작고 높은 차체에 특징적 요소를 몰아 넣으면서 만화적인 분위기가 되어서다. 물론  소형 SUV 중에 이만큼 균형 잡히고 스포티한 디자인을 한 차도 드물긴 하다. 

실내도 마찬가지여서, 형 뻘인 F-페이스의 너비를 좁히고 위로 잡아 늘린 듯한 인상을 준다. 몇몇 플라스틱 부품의 재질감이 아쉬운 와중에도 실내 대부분을 감싸는 가죽과 스포티한 디자인의 앞좌석은 함께 나온 프리미엄 브랜드 차들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고급스럽다. 앞좌석의 넉넉함이 적은 것은 스포티한 분위기를 위한 희생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XE처럼 좁은 뒷좌석과 트렁크는 납득하기 어렵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포함한 편의장비 수준은 트림별로 차이가 크지만, 시승차 (P250 AWD)는 적당한 수준이었다.

주행감각은 재규어의 색깔을 살리려 애를 쓴 흔적이 역력하다. AWD 시스템을 쓰고 있지만, 스티어링 휠로 방향을 잡고 액셀러레이터로 뒷바퀴에 강력한 힘을 보내어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다. 꽤 스포티한 느낌이 나기는 하지만, 그 맛을 일상에서 느끼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막상 부드럽게 몰려고 해도 가속반응이나 승차감이 근본적으로 편하지 않다. 컴팩트 SUV에 스포티함을 담겠다는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개성에 치중하다보니 균형이 흐트러진 느낌이다.

별점: ★★★☆

  • 장점: 꾸밈새는 세 차 가운데 가장 고급스럽다. 주행감각도 신경써서 조율한 느낌이 뚜렷하다 
  • 단점: 주행감각을 신경써서 조율한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곤 한다

2nd – 미니 컨트리맨 올포 JCW

여섯 대 가운데 가장 고민이 많았던 차다. 흔히 SUV로 분류하지만 뼈대와 구성 모두 정통 SUV와는 가장 거리가 멀고, 조금이라도 보편성을 추구한 다른 차들과 달리 개성을 최우선으로 내세운다. 심지어 트랙 주행도 가능하도록 고성능 튜닝한 JCW 버전이다. 처음부터 적합한 비교대상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러나 잘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깜짝 놀랄 값 때문에 자연스럽게 프리미엄 컴팩트 SUV 대열에 집어 넣게 되었다.

미니 중에서는 아주 큰 축에 끼지만, 컨트리맨은 전형적인 ‘키 큰 왜건’이다. 실내 공간은 아쉬울 정도는 아니지만 함께 나온 다른 차들과 비교할 수준도 아니다. 4륜구동 시스템을 넣으면서 지상고를 높였지만 JCW 튜닝을 거치며 조금 낮아졌다. 재미있는 것은 서스펜션을 스포티하게 조율하려다가 승차감과 핸들링의 균형이 좋은 쪽으로 맞아 떨어졌다는 점이다. BMW가 그토록 강조하는 ‘카트 같은 민첩함’도 알맞게 누그러져 억지스럽지 않다. 엔진은 가솔린 엔진 치고는 살짝 거친 느낌이지만 빠르고 시원시원하게 힘을 뽑아낸다. 시내 정체구간에서도, 뻥 뚫린 직선 도로에서도 부담 없이 가속한다. 4륜구동 시스템의 작동도 자연스럽고 확실히 접지력을 받쳐준다. 달리기 면에서는 누가 몰아도 크게 불만을 갖지 않을 듯하다.

문제는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디자인과 꾸밈새 모두 고급스럽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데 있다. 다양하고 풍부한 장비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평점을 깎아먹는 아주 큰 핸디캡이다.

별점: ★★★★

  • 장점: 개성은 뚜렷하고, 성능은 화끈하고, 다루기는 좋다 
  • 단점: 개성이 ‘지나치게’ 강하고 가장 SUV답지 않다. 꾸밈새에 비하면 값도 비싸다

1st – 볼보 XC40 T4 인스크립션

외모는 일반적인 해치백을 부풀려 놓은 듯하다. 단순하고 점잖은 디자인으로 고급스러움을 표현한 XC60이나 XC90과 비교하면 기본적인 형태는 같지만 구석구석 더해진 기교가 전반적 분위기를 젊어 보이게 만든다. 그런 기교들은 실제보다 차가 작아 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다. 문을 열고 좌석에 앉거나 해치를 열어보면 금세 착시현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실내 디자인은 볼보의 윗급 SUV들의 디자인을 따른 덕분에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럽다. 그러나 재질감까지 그런 것은 아니어서, 색과 꾸밈새로 분위기를 내기는 했지만 시선을 아래로 옮길수록 저렴한 소재들이 눈에 들어온다. 높은 좌석 덕분에 시야가 좋아서 SUV를 타는 느낌이 뚜렷하지만 바닥이 낮은 영향이 크다. 앞뒤좌석 모두 공간이 충분하고 좌석도 편안한데,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뒷좌석이다. 공간은 두 명이 앉기에 차고도 남지만, 일부러 좌석을 좁히고 등받이를 세워 놓아 아주 편하는 않다. 뒷좌석에 세 명을 태우려면 XC60을 사라는 뜻일 것이다.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은 수치상 출력이 충분하지만 펀치력이 좋지는 않다. 그래도 차체 움직임은 안락함과 역동성 사이의 균형을 잘 잡아 전반적으로 다루기 좋고 편안하다. 모든 모델에 사륜구동 시스템과 더불어 필수적인 안전 기술과 반자율주행 기술까지 고루 갖추고 있다는 점은 좋다. 물론 그만큼 기본 값이 비싸다. 심지어 아직은 다른 브랜드들처럼 대폭 할인해서 팔지도 않는다. 꾸밈새보다는 가격표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의 성격이 더 강하게 드러나는 셈이다.

별점: ★★★★☆

  • 장점: 본격 올라운드 플레이어. 공간, 편의성, 성능 등 모든 면을 두루 잘 갖추고 있다 
  • 단점: 프리미엄 브랜드 차로서는 고급스러운 느낌이 적다

* 일반 브랜드 1st – 폭스바겐 티구안 vs. 프리미엄 브랜드 1st – 볼보 XC40

Winner: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프리미엄

폭스바겐 티구안과 볼보 XC40의 대결에서는 티구안의 손을 들어 주었다. XC40이 못나고 티구안이 잘나서 내긴 결론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히 해 둬야겠다. 판단 기준은 대중적 브랜드 차는 그에 어울리는 보편성과 가치를, 프리미엄 브랜드 차는 특별함과 세련미를 얼마나 잘 구현했는가에 있었다.

티구안은 둘 중에서도 폭넓은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고, 그러면서도 꽤 묵직한 멋이 있다. 숙성이 잘 된 엔진과 변속기도 만족스럽다. 대중차 브랜드 차로서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설득할 만한 능력이 충분하다. 잘 팔리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상대적으로 XC40은 프리미엄 브랜드 차면서도 캐주얼한 느낌이 강하다. 실제로 보기에도 좋고 상품성도 나쁘지 않지만, 윗급 볼보 차들과 비교하면 ‘특별함’을 빼면 크게 돋보일 만한 구석이 많지 않다. 안전기술과 편의장비, 실용성 등 여러 면에서 뛰어나지만, 고급차가 가져야할 덕목들이 젊은 감각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지 못한 것을 무시하기 어렵다.

볼보가 첫 술을 많이 뜨기는 했지만 배를 채우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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