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가 클래식카 생존의 열쇠가 될 수 있을까?

[ 2018년 9월 3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최근 영국 재규어는 브랜드 대표 클래식카인 E-타입의 전기차(EV) 개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재규어는 지난해 9월 열린 재규어 랜드로버 테크 페스트에서 1968년형 E-타입을 복원하면서 구동계를 엔진에서 전기 모터와 배터리를 쓰는 EV로 바꾼 E-타입 제로를 콘셉트카로 선보였다. 그리고 그 차는 올해 5월 있었던 영국 왕자 결혼식에 웨딩카로 쓰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재규어가 E-타입의 전동화 서비스를 상품화한 것은 클래식카로서 E-타입이 누리고 있는 높은 명성과 지니고 있는 가치를 EV 기술이라는 최신 기술과 결합하는 것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재규어 E-타입은 1961년부터 1975년까지 생산된 2인승 스포츠카로, 판매될 당시에도 독특하고 아름다운 모습과 뛰어난 성능이 어우러져 높은 인기를 얻었고 지금도 외국 주요 클래식카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에는 직렬 6기통 또는 V12 가솔린 엔진이 쓰였는데, 재규어는 다른 부분은 최대한 원래 상태를 유지하도록 복원하는 대신 엔진과 변속기를 특별히 설계한 전기 모터와 감속 기어로 바꾸었다. 전기 구동계와 관련한 여러 부품은 재규어가 최근 선보인 I-페이스 EV의 것을 활용했다. 특히 40kWh 배터리를 최대한 오리지널 모델의 엔진 크기에 맞춰 배치하고, 모터를 배터리 바로 뒤에 달아 주행 특성의 변화를 최소화했다고 한다.

올해 3월 열린 뉴욕 오토쇼에서는 BMW 그룹 브랜드인 미니가 내년으로 예정된 브랜드 첫 EV 시판을 앞두고 1990년대 말에 생산된 오리지널 미니의 구동계를 전기 모터와 배터리로 개조한 차를 선보이기도 했다. 클래식 미니 일렉트릭이라는 이름의 이 차는 엔진이 있던 자리에 30개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전기 모터를 놓아 최대 100km 이상 달릴 수 있고 속도는 최고시속 120km까지 낼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자동차 업체에서 이벤트성으로 개조하거나 소량 판매하는 경우 외에도, 소규모 개조 업체에서 클래식 모델을 직접 개조해 판매하거나 소비자의 의뢰로 개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는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생산된 지 오래된 차를 유지관리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되는 것 중 하나가 환경관련 규제다. 우리나라에서도 정기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항목에 배출가스의 기준치 초과여부다. 사용자가 유지관리를 세심하게 한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기준치 이내로 유지할 수 있지만, 관리가 소홀하거나 교체가 필요한 배출가스 관련 부품의 공급이 중단될 경우에는 검사를 통과할 수 없다. 낡은 차들이 폐차되는 이유 중에는 사고나 고장이 많지만, 배출가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 

오랜 세월 자동차 문화의 깊이가 쌓인 나라들에서는 문화적 가치가 높은 클래식카의 보존과 유지관리가 가능하도록 법규가 뒷받침하는 경우가 많아, 사용 범위를 제한하는 경우에는 배출가스 검사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와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되지 않아, 가치 있는 클래식카가 번호판을 달고 거리를 달리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어쨌든 국내외를 막론하고 오래된 차들일수록 유해 배출가스 농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어서, 오랜 기간 보존하는데 있어 전기 구동계로의 개조가 나름 합리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물론 EV로의 개조가 클래식카의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달갑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다. 클래식카는 원래 상태에 가장 가깝게 보존된 차일수록 가치를 높게 쳐주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출가스 정화장치가 없는 가솔린 엔진 차나 전자제어가 도입되기 이전의 기계식 연료분사 방식 디젤 엔진 차들은 현재와 같은 배출가스 검사 기준을 통과할 방법이 많지 않은 만큼, 등록을 말소하고 박물관에 소장하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폐차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 차들을 실제 운행이 가능한 상태로 보존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EV로의 개조인 셈이다. 적어도 대기오염 관련 규제를 통과하기에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이야기들은 외국의 사례이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우리나라에서도 내연기관 차를 EV로 개조할 수 있다. 2016년까지는 등록후 5년 이내인 차로 개조 가능한 차가 제한되어 있었지만, 관계법규가 개정된 지금은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과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자동차 튜닝에 관한 규정에서 정한 기준과 절차를 따르면 차령에 관계없이 개조가 가능하다. 물론 법규상으로는 EV로의 개조가 열려 있기는 하지만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다.

우선 개조 비용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시판 전기차의 값에서도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것과 마찬가지로, 구동계 개조에서 가장 큰 비용이 드는 부분은 배터리다. 더군다나 정부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되려면 제작사의 새차와 같은 기준을 충족해야 하므로 보조금을 받기도 어렵다. 아울러 안전성확인 기술검토와 함께 법규에서 정한 시설 및 인력기준을 충족하는 업체를 통해서만 작업이 가능하다. 이는 개조작업과 결과물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요건이기는 하지만 현실적 걸림돌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처럼 어렵기는 해도 전동화를 통해 클래식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기는 하다. 높은 비용과 복잡한 절차를 거치기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이 아깝지 않을 만큼 충분한 가치를 지닌 차들이라면, 국내에서 생산된 오래된 차들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도전에 나설 사람들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클래식카에 대한 관심과 저변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업체가 개조비용을 낮출 수 있다면 시장성은 어느 정도 확보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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