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속도 내는 디젤 강자 푸조 시트로엥의 속내는?

[ 2018년 10월 1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이번주 목요일(10월 4일)부터 프랑스 파리에서는 파리 모터쇼가 열린다. 파리 모터쇼는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의 대표적 모터쇼 중 하나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와 번갈아 한 해 걸러 한 번씩 열리며 가을철 자동차 이슈의 중심이 되어왔다. 대중의 관심과 업체의 참여가 전같지 않다는 점은 전 세계 대다수 모터쇼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어려움이지만, 새로운 기술과 디자인의 콘셉트카와 새차가 대거 선보이는 만큼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물론 애호가들의 관심이 쓸리는 행사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특히 프랑스 자동차 업체들에게는 파리가 홈그라운드인 만큼 의미 있는 콘셉트카와 새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르노는 최근 잇따라 내놓았던 자율주행 콘셉트카 시리즈의 새로운 모델을 내놓으며 미래 기술에 대한 연구에 적극적임을 드러내고, 푸조는 1970년대에 인기 있었던 504 쿠페의 디자인을 현대화한 자율주행 전기차 콘셉트카 e-레정드(e-Legend)를 선보인다. 프랑스 업체들은 자율주행 등 미래 자동차 기술에 대한 투자나 현황이 독일이나 스웨덴 등 다른 유럽 지역에 기반을 둔 자동차 업체들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만큼, 기술의 방향성과 현주소를 이와 같은 콘셉트카들을 통해 알리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주목할 만한 차는 푸조와 시트로엥을 거느린 PSA가 내놓는 가솔린 엔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카(PHEV)들이다. 푸조는 현재 판매 중인 3008을 비롯해 새로 내놓은 508과 508 SW에, 프리미엄 브랜드인 DS는 중형 SUV인 DS 7 크로스백에 PHEV 모델을 추가해 선보인다. 이들 모두 2019년 2/4분기부터 일반 내연기관 동력계 모델과 함께 시판될 예정이다. 이들은 모두 현재 판매되고 있는 PSA의 주요 소형 및 중형차의 뼈대를 이루는 EMP2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같은 플랫폼을 쓰는 푸조와 시트로엥, DS와 오펠과 복스홀 등 PSA 계열 브랜드 모델에 PHEV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앞으로 내놓을 예정인 배터리 전기차(BEV)도 DS 3 크로스백 E-텐스(E-Tense)를 통해 처음 공개한다.

이번에 나오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앞바퀴굴림과 네바퀴굴림의 두 가지로, 푸조는 각각 하이브리드(HYBRID)와 하이브리드4(HYBRID4), DS는 네바퀴굴림 모델에 E-텐스(E-TENSE) 4×4라는 이름을 붙인다. 시스템 구성은 1.6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에 110마력(80kW) 전기 모터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결합한 앞바퀴굴림 구동계를 바탕으로, 네바퀴굴림 모델에는 뒤 차축에 110마력 전기 모터를 더한다. 이와 같은 네바퀴굴림 하이브리드 시스템 구성은 PSA가 앞서 내놓았던 디젤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같다.

앞바퀴굴림 구동계를 갖춘 푸조 508과 508 SW 하이브리드의 엔진은 최고출력이 180마력이고 전기 모터를 결합한 시스템 출력은 225마력이고 배터리 충전 전력량은 11.8kWh다. 네바퀴굴림 구동계를 쓰는 푸조 3008 하이브리드4와 DS 7 크로스백 E-텐스 4×4에는 같은 엔진의 200마력 버전이 쓰이고, 뒷바퀴를 굴리는 110마력 모터를 포함한 전체 시스템 출력은 300마력이다. 네바퀴굴림 모델의 배터리 충전 전력량은 13.2kWh로 조금 더 크다. 구동계에 관계없이 기본 주행 모드는 전기차 모드로, 시속 135km까지 전기차 모드로 달릴 수 있으며 배터리 전력만으로 달릴 수 있는 최대 거리는 50km에 이른다. 이는 새로 도입되고 있는 WLTP 시험방법 기준으로 측정한 것으로, 기존의 유럽 표준 NEDC 시험방식 기준으로는 60km까지 달릴 수 있다.

PSA가 가솔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한다고 밝힌 것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PSA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제휴선인 미쓰비시로부터 전기차 i-MIEV의 OEM 버전인 푸조 iON과 시트로엥 C-제로를 공급받아 판매함으로써 전동화 제품에 발을 들여놓은 바 있다. 2012년에는 디젤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HYbrid4를 푸조 3008, 508, DS5 등에 얹어 판매하기도 했지만 전기차와 디젤 하이브리드 모두 시장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당시만 해도 디젤게이트 이전이었고, 전동화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크지 않았을뿐 아니라 내연기관 차 대비 가격경쟁력도 떨어졌다. 2013년에는 압축공기를 이용한 가솔린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하이브리드 에어를 공개해 창의적 기술로 관심을 모으기도 했지만 상용화하지는 못했다. 

이런 PSA의 전동화 행보는 유럽에서 독일 주요 브랜드와 더불어 디젤 엔진에 힘을 실었던 그동안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PSA의 핵심 브랜드 중 하나인 푸조는 세계 최초로 양산 소형차에 디젤 엔진을 얹은 것을 비롯해 디젤 미립자 필터(DPF) 도입을 선도하는 등 승용 디젤 엔진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오랫동안 프랑스의 디젤 승용차 선호도가 높았던 만큼 상당한 공을 들여온 것이다. 최근 들어 디젤 엔진이 차츰 설 자리를 잃고 있지만, PSA는 디젤게이트 이후 실제 주행조건을 반영한 RDE 배출가스 측정방식 자료를 적극 공개하는 한편 지난 8월 말에는 그룹 내 모든 모델이 새로운 WLTP 측정방식 기준을 충족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내연기관의 배출가스를 높은 수준으로 줄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인 만큼 전동화를 서두를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 프랑스 법규와 전동화 차에 대한 정부 보조금 등 자동차 환경 변화도 PSA가 가솔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라는 좀 더 현실적 대안을 선택하는 이유가 되었다.

PSA 그룹 회장인 카를로스 타바레스는 자동차의 전동화 편향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여러 차례 한 바 있다. PSA는 2025년까지 모든 모델 라인업을 전동화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획일적 전동화는 자동차 업계 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에게도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그는 하이브리드 에어처럼 낮은 비용으로 배출가스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이 있음에도, 전동화에 초점을 맞춘 제도가 실용화의 발목을 잡았다는 취지의 이야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PSA가 이번에 가솔린 PHEV를 내놓은 것은 일반적 전동화 기술과 다른 방향을 추구하다가 보편적인 해법을 찾아 먼 길을 돌아온 셈이다.

자동차 역사 초기에 증기기관과 내연기관, 전기구동계가 뒤섞여 주도권 다툼을 벌이다가 결국 내연기관이 대세로 자리를 잡아 한 세기 넘게 이어지고 있다. 효율과 환경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이 커진 지난 20여 년 사이에도 일반적인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대체 에너지와 대체 동력원에 대한 제안은 꾸준히 있어왔지만, 이제는 전동화가 승용차용 동력원의 큰 흐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아직까지 전동화 과정에는 풀어야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지만, 비교적 전동화에 보수적이고 소극적이었던 PSA도 제품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이제는 자동차의 전동화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음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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