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으려면 국내 소비자부터 만족시켜야

[ 2018년 12월 3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11월 말에는 자동차 업계를 둘러싼 두 가지 큰 뉴스 거리가 충격을 주었다. 하나는 유럽과 일본, 다른 하나는 미국에 기반을 둔 업체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러나 두 가지 뉴스거리가 미치는 영향은 모두 특정 지역에만 그치지는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에 직간접 영향을 주는 업체들과 관련된 만큼, 그냥 흘려버릴 성격의 뉴스들이 아니었다. 두 뉴스는 국내에 생산시설을 갖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한계와 내수 시장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11월 19일,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 회장이 일본 검찰에 체포됐다. 닛산 내부고발 및 감사에서 보수를 축소신고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일본 닛산은 며칠 뒤 이사회를 통해 곤 회장과 함께 해당 사건에 연루된어 함께 체포된 그레그 켈리 대표이사도 해고했다. 이어 26일에는 겸직하고 있던 미쓰비시자동차 회장직에서도 해임되었다. 연합 내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르노에서는 해임이 보류되었지만, 조사 기간 동안 실권은 임시 회장 및 CEO 대행에게 넘어가 있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은 연합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도 확고한 결속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기업 연합체의 운명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11월 26일에는 제네럴 모터스(GM)이 대대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핵심 사업 역량강화와 미래사업 투자 및 비용효율 향상을 목표로 내세운 이 발표에서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미국 내 생산시설 및 인력 감축계획이었다. 발표에 따르면, GM은 2019년 중에 북미에 있는 세 개 완성차 조립 공장과 두 개 동력계 공장을 폐쇄한다. 아울러 2019년 말까지 북미 이외 지역에 있는 두 개 공장 가동을 추가로 중단한다. 아울러 글로벌 인력 중 25퍼센트의 임원을 포함해 정규직 및 계약직 직원 15퍼센트를 줄이기로 했다. GM이 발표한 이번 구조조정 계획은 전미자동차노조(UAW)는 물론 미국과 캐나다 정부도 유감을 표시할 만큼 반발이 거세다.

이미 잘 알려진대로 르노-닛산-미쓰비시 연합은 르노삼성, GM은 한국지엠의 경영권을 쥐고 있다. 이미 한국지엠은 올해 들어 군산공장 폐쇄를 비롯해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루어진 바 있고, 법인분리와 관련해 논란이 계속되며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물론 한국지엠은 올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앞으로 부평 및 창원 공장에서 생산할 차종이 결정되는 등 향후 생산 및 사업 방향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생산 부문에서 추가로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고,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더라도 완성차 생산은 일정한 규모로 유지될 듯하다. 그러나 북미 이외 지역 추가 공장폐쇄가 언급되는 등 계속되는 GM의 글로벌 규모 구조조정은 여전히 한국지엠의 미래에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로 남아 있다. 

상대적으로 경영 관련 이슈가 크지 않았던 르노삼성은 연합 균열에 대한 우려가 새로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르노가 약 80퍼센트의 지분을 갖고 있는 반면, 전체 생산 및 판매량에서 닛산 브랜드로 수출하는 로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닛산 로그가 르노삼성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53퍼센트, 2017년 45퍼센트, 2018년(10월 말까지) 48퍼센트에 이른다. 르노삼성의 닛산 로그 위탁생산 계약은 내년 9월로 끝나고, 최근 계약만료와 함께 생산 중단이 결정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르노와 닛산의 관계가 악화되면 르노 계열인 르노삼성이 닛산 차를 위탁생산하기 어려울 수 있고, 생산 규모를 채울 수 있는 다른 모델을 르노에서 가져오기도 쉽지 않다.

이번에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에게 닥친 어려움과 우려는 표면적으로 외적 요인이 크다. 외국 기업 글로벌 네트워크의 일부로서 경영과 관련된 사항을 대부분 본사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한계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이 갖는 정치적 특성에서도 국내 기반의 자동차 회사보다 더 복잡한 영향을 받는다. 프랑스와 일본 사이의 정치적 관계가 르노와 닛산 경영에 영향을 주고, 그 여파가 다시 르노삼성에게도 미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한국지엠도 마찬가지다. GM이 세운 구조조정의 방향과 내용은 미국의 정책과 국제정세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고, GM 인터내셔널 오퍼레이션에 속한 한국지엠은 그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두 업체가 외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공장이 위치한 국내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차지하지 못한 것을 꼽을 수 있다. 두 업체의 국내 생산 및 판매 차종과 규모를 결정하는 것은 본사다. 그동안 양사 관계자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종합하면 본사는 시장 점유율과 판매량 등 여러 요소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는데, 두 회사 모두 내수 시장 점유율과 판매량이 낮은 만큼 적극적으로 본사에 적절한 차종의 생산과 판매를 요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두 회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10퍼센트를 밑돌았고, 심지어 두 회사 판매량을 합쳐도 시장점유율이 15퍼센트를 넘긴 적이 드물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리일 수도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 판매량과 점유율을 높여 공장 생산량의 일정 수준 이상을 직접 소화할 수 있으면, 외적 요인이 작용을 하더라도 영향력을 상쇄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가 지난해와 올해 해외 주요 시장에서 판매가 급감했는데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내수 시장이 버팀목 역할을 한 데에 있다. 현대기아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르노삼성이나 한국지엠은 내수 시장에 비교적 폭넓은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제품 라인업을 갖춘 업체들이다. 그런데도 시장몫을 키우지 못하는 것은 현대기아차의 몫을 가져갈 만큼 적극적으로 역량을 발휘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결론은 지극히 원론적인 이야기로 돌아간다. 비용구조가 합리적이라는 전제 아래, 공장은 핵심 시장에서 가까운 곳에서 돌아가야 효율이 높다. 물론 수출은 잘 되면 좋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국내에 공장이 있다면 그곳에서 생산한 제품이 국내에서 많이 팔려야 효율적이다. 즉 외적 위기에 흔들리지 않거나 영향을 적게 받을 수 있는 근본적인 안전장치는 내수 시장에 잘 팔릴 만한 차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설득력 있는 상품성과 값에 내놓는 것이다. 칼럼을 통해 여러 차례 이야기했듯, 생존을 위해서라도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이 좀 더 적극적으로 국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제품을 내놓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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