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3일(목)에 개막해 10월 6일(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KINTEX(킨텍스)에서 열리는 2019 서울오토살롱위크에 다녀왔습니다. 서울오토살롱위크는 자동차 관련 산업 중에서도 엔터테인먼트적 성격이 큰 오토살롱과 애프터마켓과 튜닝, 정비 등 유지 보수, 관리 산업을 중심으로 열리는 오토위크가 통합되어 열리는 행사로, 완성차가 중심이 아닌 자동차 관련 이벤트 중 국내에서는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두 행사가 서로 따로 열리면서도 적잖은 전시규모를 자랑했는데요. 전반적인 자동차 시장의 위축과 경기침체 등 여러 이유로 두 행사가 합쳐졌습니다. 이번에 행사가 열리는 킨텍스 제1전시장을 찾아보니, 행사 규모가 작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오토위크보다 작아진 것을 금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동차에 관한 일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자동차 애호가의 한 사람으로서 보기에도 마음이 영 좋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2019 서울오토살롱위크에는 저의 큰 관심거리 중 하나인 과거의 차들을 제법 다양하게 만날 수 있어 무척 반가왔습니다. 본격 클래식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단순한 올드카로 치부하기에는 아쉬운, 클래식 감성을 물씬 느낄 수 있는 차들이 전시관 이곳저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죠. 그래서, 저처럼 옛날 차들에 관심 있는 분들이 좋아하실 만한 전시차들의 사진을 찍어 공유해 봅니다.

우선 클래식카와 빈티지 문화 전반에 관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라라클래식은 작년에 처음 오토위크에 참가했고, 올해는 조금 차분한 분위기로 전시공간을 꾸몄습니다. 전시된 차는 인제스피디움 클래식카박물관 김주용 관장의 개인 콜렉션을 중심으로, 중장년 자동차 애호가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차들로 이루어졌습니다.

전시공간 맨 뒤, 미니어처 자동차(판매용)를 쌓아둔 곳에 서 있는 쉐보레 C3100 픽업트럭입니다. 1950년대 미국 픽업트럭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차로, 미국 애니메이션 ‘카’에 등장하는 레커 ‘메이터’를 연상케하는 모습입니다. 복원이 진행 중인 차체는 완전히 새로 도색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여서 조금 색다른 느낌을 줍니다.

인제스피디움 클래식카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던 1988년형 로터스 에스프리 터보입니다. 피터 스티븐스 디자인의 4기형 모델로, 고광택 알루미늄 필름으로 래핑해 번쩍거리는 것이 특징입니다. 주로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번 서울오토살롱위크와 같은 외부 이벤트에도 종종 얼굴을 내밀기도 합니다.

역시 인제스피디움 클래식카박물관에 있다가 외출나온 BMW 850i입니다. 2세대 7 시리즈(E32)에 처음 쓰인 V12 5.0리터 엔진을 쓴 것을 비롯해, 당대 BMW가 많은 신기술을 쏟아부어 만든 럭셔리 쿠페죠. BMW가 의도한 만큼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BMW에게는 상징적 의미가 크고 1990년대 초반에는 많은 이의 드림카이기도 했습니다.

대우자동차의 첫 고유모델로, 이탈리아 카로체리아 베르토네가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한 에스페로입니다. 에스페로 동호회 회원 소유의 차로, 이번 행사를 위해 특별히 차를 내어주셨다고 합니다. MFR 헤드램프와 직사각형 안개등, 평면형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 사이드 미러 등을 보면 후기형 모델인 걸 알 수 있죠. 뛰어난 외장 관리상태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라라클래식 외부 이벤트에 종종 등장하는 BMW L7입니다. 3세대 7 시리즈(E38)를 바탕으로 중동 및 아시아 시장을 고려해 B 필러 주변을 늘린 반 스트레치트 리무진입니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최상위 세단을 비슷한 방식으로 개조한 모델을 팔았거나 팔고 있죠. L7은 국내에도 공식 수입 판매되었고, 그 덕분에 출시되었을 즈음에 저도 시승해본 기억이 있는 모델입니다.

작년 오토위크에도 나왔던 재규어 XJR입니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 생산된 X308 시리즈지만, 1986년에 처음 등장한 XJ40에 뿌리를 둔 데다가 4등식 원형 헤드램프를 포함하는 고전적 분위기의 디자인으로 탄탄한 팬층을 거느리고 있는 세대의 XJ입니다. 보디 컬러 테두리에 메시 그릴을 넣은 XJR 고유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고성능 재규어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라라클래식은 올해 케이터햄코리아와 협력해 케이터햄 세븐도 함께 전시했습니다. 세븐은 국내에서는 인증문제로 번호판을 달 수 없지만, 케이터햄은 서킷과 같은 사유지에서 ‘어른용 장난감’ 개념으로 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전시공간에서는 라라클래식이 판매할 개러지 하우스 콘셉트의 일부로서 ‘차와 함께 하는 생활공간’을 간접경험할 수 있는 소품 역할도 톡톡이 하고 있었습니다.

10월 4일에 전시된 두 대의 케이터햄 세븐 중 한 대의 뒤에는 라라클래식의 마스코트(?)라 할 MGB 로드스터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이미 여러 매체에 소개된 바 있고, 번호판을 달고 요즘도 국내 이곳저곳을 누비면서 현실적 빈티지 자동차 라이프스타일이 어떤 것인지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클래식카도, 올드카도 아니지만, 보디 튜닝 업체인 커스텀 컬처가 내놓은 M715-C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차였습니다. 이전 세대(JK) 랭글러 언리미티드를 바탕으로, 차체 앞부분을 국군 다목적 소형 전술차 K311의 원형인 카이저 M715/지프 글래디에이터(오리지널, SJ)와 닮은꼴로 개조한 것입니다. 비교적 현대적인 차에 클래식 감성을 재미있게 결합한 것이 제 시선을 사로잡은 이유였습니다. 최신 JL 랭글러 개조 킷도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네요.

경기도 용인에 있는 자동차 매매단지인 오토허브에서도 흥미로운 차들을 여럿 전시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클래식카 아닌 클래식카’ 엑스칼리버였습니다. 1920~30년대 메르세데스-벤츠 디자인을 흉내내어 미국에서 만든 ‘짝퉁’이죠. 짝퉁이기는 해도 제법 괜찮은 완성도와 현실적인 실내 구성으로 나름의 성공을 거둔 모델이기도 합니다. 1960년대에 처음 나와 1980년대까지 꾸준히 생산되었는데, 가장 나중에 만들어진 것도 이제는 30살이 넘었으니 클래식카 반열에 올릴 수도 있을 듯합니다.

영국 소형 스포츠카를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MG의 TF 미젯입니다. 생김새에서도 알 수 있듯, 1930년대 설계가 크게 바뀌지 않은 채 이어져 1950년대에 생산된, T 시리즈 미젯의 최후기형 모델입니다. 국내에서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을 만한 차인데, 이런 차를 직접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어느 분이 갖고 계신 차인지 모르겠지만 박수라도 쳐드리고 싶습니다.

역시 오토허브 전시공간에 서 있었던 또 하나의 특별한 차, 쉐보레 벨 에어입니다. 1950년대 중후반 미국을 대표하는 대중차 중 하나로 큰 인기를 누린 모델인데요. 라디에이터 그릴과 그 옆의 램프 모습을 보면 1956년형 모델인 듯합니다. 미국에서 많이들 개조하는 로라이더 스타일로 서스펜션을 낮추고 현대적인 디자인의 알로이 휠을 달아 놨습니다. 미국차에 미국식 튜닝이 이루어진 모습은 꽤나 강렬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오토허브 전시공간 뒤쪽에는 포드 선더버드가 있었습니다. 1955년에 처음 나온 오리지널 1세대 선더버드라면 미국에서도 꽤 높은 값에 거래될 텐데, 이 또한 국내에서 본다는 것이 여간 신기한 일이 아닙니다. 다만 ‘천둥새’ 엠블럼이 없는 것을 비롯해 자잘한 디테일까지 완벽하게 보존되지 않은 점이 좀 아쉽기는 합니다. 진짜가 아니라 레플리카라면 그런 디테일 부재의 이유가 설명될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행사를 자주 찾지 않아 거의 모든 브랜드가 낯섭니다만, 레트로 스탠스라는 이름의 브랜드는 전시차 꾸밈새나 구성에서 뭔가 색다른 아우라가 느껴지더군요. 언뜻 얌전한 듯하면서도 탄탄한 힘이 느껴지는 이 폭스바겐 골프 Mk2처럼 말이죠.

국내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입문자용 모던 클래식 모델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 2세대 BMW 3 시리즈(E30)입니다. 그런데 ‘왜건의 무덤’ 대한민국에 E30 투어링, 그것도 알피나 튜닝 모델이 들어와 있다는 것도 이만저만 신기한 일이 아닙니다. 그것도 이렇게 깨끗한 상태인 걸로 말이죠. 알피나 고유 디자인 데칼과 휠은 아는 사람들만 아는 마력이 있습니다.

뭔가 한 시대를 풍미한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전문 튜너 쾨니히 스페셜의 분위기가 풍기는 C126 SEC, 지금으로 말하면 S-클래스 쿠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쾨니히 스페셜이나 일본 베일사이드 풍의 과격하면서 날아갈 듯 과장한 에어로파츠를 썩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한때는 이런 스타일의 과시형 치장을 유난히 좋아하는 분들도 적지 않았죠. 모르긴 해도 요즘도 그런 분들이 계신 듯합니다.

레트로 스탠스 전시차 중 뒷줄 가운데에 있는 C124 CE는 앞에 있는 C126 SEC와는 달리 브라부스 풍입니다. 림 부분을 검은색으로 칠한 휠이나 대형 안개등이 들어 있는 앞 범퍼, 검은색으로 칠한 라디에이터 그릴 등이 그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특징들이죠. 진짜 브라부스 튜닝인지 아닌지는 확인해보지 않았습니다만.

레트로 스탠스 전시공간 가장자리에는 E30 3 시리즈 컨버터블이 두 대나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 역시 흔치 않은 차들이고, 뒤에 있는 보라색 차는 심지어 수동 기어 레버가 달려 있었습니다.

트웬티 모터스 클럽(TMC)이라는 동호회 전시공간에는 3세대 BMW 5 시리즈(E34)가 한 대 있었습니다. 키드니 그릴 한 쪽에는 M5 로고가 붙어 있는데, 그릴이 넓어진 E34 M5 후기형은 그릴에 M5 로고가 없습니다. 범퍼도 M5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이고요. 정체는 알 수 없지만 오너에게는 소중한 차일 것이 틀림없습니다.

칸지크루? 칸즈크루? 정확한 이름은 확인하지 않았습니다만 올드 메르세데스를 독특한 분위기로 꾸민 차들도 있었습니다. 위 사진은 W124, 아래 사진은 W202를 바탕으로 만든 차처럼 보이는데, 독특한 앞 범퍼에 커다란 마이너스 오프셋 휠과 과격한 오버 펜더가 인상적입니다. 기본이 되는 차는 다르지만 뭔가 공통적인 특징이 느껴지네요.

포르마레아 워크가 두 대의 두카티 바이크를 전시한 곳은 크기는 작아도 클래식 느낌은 다른 어느 곳보다도 더 강렬했습니다. 바이크나 바이크 역사, 레이서들을 잘은 모르지만 마이크 헤일우드라는 이름은 들어 알고 있지요. 아는 사람들은 아는 만큼 큰 울림이 있고, 모르는 사람들은 몰라도 마음이 끌리는 것이 빈티지 또는 레트로 스타일이 아닐까 합니다.

팩트 디자인은 불멸(!)의 아이콘, 오리지널 미니를 꾸며 전시했습니다. 미니에 마티니 리버리는 흔히 볼 수 없는 조합이라 나름 신선했고, 랠리카 스타일로 꾸몄지만 측면에 작은 데칼 몇 개만 덧붙인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리스토어 전문’임을 내세운 아우토 아티스트/아우토 구루는 1980년대 후반에 나온 차들을 전시했습니다. 하나는 1988년형 2세대 BMW 5 시리즈(E28) 북미형으로, 차체 상태는 무척 훌륭했지만 휠과 헤드램프는 제것이 아니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자동차에서 리스토어는 ‘원상복구’를 뜻하는 만큼, 국내 환경이나 여건에 맞춘 ‘한국형 리스토어’를 했다고 봐야겠습니다.

아우토 아티스트/아우토 구루 전시공간에 있었던 또 하나의 차는 1989년형 현대 스텔라입니다. 강렬한 빨간색 차체는 오리지널 컬러는 아닙니다만, 오너의 취향을 반영한 것입니다. 제 페친 중 한 분인 이랑 씨 소유의 차로, 이 차를 직접 몰고 장거리 해외 주행을 계획 중이시라고 합니다. 모쪼록 차도 사람도 건강히 다녀오시길 빕니다.

‘맞춤 수제작 RC(무선조종) 카’ 제작으로 유명한 안자카 전시공간에는 지프 체로키(XJ)가 전시되었습니다. 보닛 위에는 똑같은 색, 똑같은 외모의 차체를 얹은 RC카가 놓여 있어, 어떤 제품을 어떻게 기획해 제작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 옆에는 RC 주행 시연을 하는 오프로드 코스 축소 모형이 있고, 그 옆에는 직접 제작한 RC 카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현대 갤로퍼, 쌍용 뉴 코란도, 코란도 스포츠 등 기성품이 없는 것들이어서, 국내 브랜드 차들을 좋아하는 RC 애호가들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상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문제작도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일본과의 관계가 썩 좋지 않아서 마음에 걸리긴 합니다만, 일본 모형자동차 브랜드 토미카도 한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국내 진출이 늦었지만 무척 적극적으로 소매시장을 공략하고 있는데, 다른 제품들에 비해 정밀도가 높고 스케일도 조금 큰 프리미엄 시리즈는 일본에서 인기 있던 올드카 라인업을 갖추고 있습니다. 전시공간에 따로 쇼케이스를 마련해 놓아, 사진 한 장 남겨봅니다.

클래식 감성의 차들만 살펴봐도 그 수가 적지 않지만, 현장에 가 보시면 행사 성격상 정말 다양한 종류의 차들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수입차 딜러는 물론 렌터카와 캠핑카 업체들도 제법 넓은 면적의 전시공간에 자리를 잡고 있고, 병행수입 업체들이 들여온 고성능 스포츠카와 대형 SUV 등 흔히 보기 어려운 차들도 많이 있습니다. 다양한 부대행사와 이벤트도 마련되어 있으니, 자동차에 관심 있는 분들은 주말에 한 번 들러 보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