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현대 헤리티지 위크

2020년 10월 27일부터 11월 8일까지 13일간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현대 헤리티지 위크’를 다녀왔습니다. 이 행사는 현대자동차가 최근 들어 힘을 싣고 있는 헤리티지(heritage) 관련 활동의 하나입니다.

올해로 현대는 설립 53년, 첫 고유 모델인 포니의 생산을 시작한지 45년이 되었습니다. 여러 세계적인 브랜드와 비교하면 짧지만, 이미 자동차를 만든 세월이 반 세기가 넘습니다. 이제는 역사를 이야기할 때도 됐죠. 역사에 남은 흔적이 어떻든, 그 시간 동안 현대가 만든 차들은 많은 사람의 생활과 함께 하며 서로 다른 경험과 기억을 남겼습니다. 저만해도 포니가 처음 나왔을 무렵부터 자동차를 보고 듣고 느끼며 자라왔으니까요. 독일에서 ‘골프 세대’라는 말이 나온 것처럼, 아마도 우리나라에서는 ‘포니 세대’라는 표현을 써도 어색하지 않을 듯합니다.

특히 ‘현대 헤리티지 위크’는 사람들이 성별과 세대 구분 없이 찾는 공간에 그동안 자동차 브랜드가 만들었던 차들을 전시하고 있다는 점이 의미 있는데요. 지금 사서 몰고 다닐 수 있는 새 차들과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옛 차들이 같은 공간에 있어 더 극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현대는 번호판이 달린 몇몇 옛 차들도 마련해, 사전 신청자가 동승해 직접 도로를 달릴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고 합니다. 여건상 직접 체험해 보지는 못했는데요. 이런 행사는 전시된 차를 실제로 경험했던 사람들에게는 옛 추억을 되살리고,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낯선 신선함’과 더불어 브랜드를 재발견하는 기회가 될 겁니다.

현장에는 포니 왜건, 포니 2 CX, 포니 2 픽업, ‘갤로퍼 대장정’에 쓰인 갤로퍼 롱 보디, 갤로퍼 2 이노베이션 밴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 찍은 사진들을 여러분과 나눕니다. 행사 기간은 아직 조금 남아 있으니, 시간 여유 있고 현장에 찾아가기 어렵지 않은 분들께서는 직접 찾아가 둘러 보셔도 좋겠습니다.


포니 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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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는 4도어 세단, 3도어 해치백, 2도어 픽업, 5도어 왜건까지 모두 네 종류의 차체로 생산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생산된 것이 4도어 세단이고, 5도어 왜건은 나중에 추가되었습니다. 포니는 잘 알려진대로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이끄는 이탈디자인에서 디자인했는데, 포니 왜건은 4도어 세단 디자인과 설계를 바탕으로 현대가 내부적으로 변형해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구조적으로 큰 차이는 없지만 차체가 4도어 세단보다 조금 더 길고, 긴 지붕, 창틀을 바꾼 뒤 도어, 등받이를 접을 수 있는 뒷좌석, 나머지 포니 변형 모델과 호환되지 않는 전용 디자인 테일램프 등이 다릅니다. 당시 기준으로는 구석구석 많은 부분을 신경써서 만든 흔적이기도 하고, 현대가 독자 설계 능력과 생산 기술을 쌓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첫 고유 모델에 이렇게 다양한 변형 모델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현대가 포니 개발을 위해 영입한 조지 턴불의 영향이 있었을 듯합니다.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포니의 변형 모델은 대부분 턴불이 개발했던 모리스 마리나와 겹치기 때문이죠. 널리 알려진 현대의 제휴선인 미츠비시는 동력계와 구동계 관련 부분을 중심으로 기술을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후 미츠비시와의 제휴 범위는 점점 더 넓어지죠.

어린 시절에 살던 동네에서는 신기하게도 모든 종류의 포니를 다 접할 수 있었습니다. 포니 왜건도 그 때 실물을 처음 봤고요. 현장에 전시된 차는 ‘헤리티지 라이브’에도 전시된 바 있습니다. 전시하고 있는 차는 현대가 구매해 복원한 것으로, 범퍼와 실내 등 특징적 요소를 보면 1세대 모델 중에서도 후기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관계자께 듣기로는 현대가 보유하고 있는 1세대 포니 가운데 가장 상태가 좋다고 합니다.


포니 2 CX / 포니 2 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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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 2는 포니를 페이스리프트한 것으로, ‘새 차 수준의 페이스리프트’라는 현대의 전통이 시작된 모델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기본 틀을 빼면 앞뒤 모습에서 실내에 이르기까지,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부분을 바꿨으니까요. 차체 형식도 5도어 해치백과 2도어 픽업으로 단순화했습니다. 대시보드도 많이 현대화했고요.

전시되어 있는 차는 승용인 포니 2 CX와 상용인 포니 2 픽업입니다. 옛 차에 관심 있는 분들은 많이 알고 계시듯, 포니 2 CX는 국내 판매용 모델에 캐나다 수출 사항을 일부 반영해 내놓은 모델입니다. 포니 2 정식 출시가 1982년이었고, 제 기억으로는 포니 2 CX는 1984년에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983년에 처음 포니 2가 캐나다에 수출되기 시작했고요. 우리나라에서 만든 승용차로는 북미에 처음 수출된 모델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포니 2 CX는 흔히 ‘5마일 범퍼’라고 부르는 충격 흡수 범퍼와 북미 규격 헤드램프(한때 미국에서는 법규로 특정 규격 램프만 쓰도록 정한 적이 있습니다) 등을 단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그릴도 국내용 일반 모델과 달리 격자형이고, 가운데에 ‘HD’ 로고를 달지 않고 오른쪽에 ‘HYUNDAI’ 배지를 달았죠. 대신 간혹 수출용 모델을 국내용으로 돌려 판 것으로 알고 계시는 분도 있는데, 그렇지는 않습니다.

승용 모델에 비해 2도어 픽업은 더 오랫동안 생산된 덕분에, 지금 남아있는 포니 2는 대부분 2도어 픽업입니다. 올드카 애호가들에게도 인기가 많지만 멀쩡한 차는 찾기 어렵죠. 그래서 깔끔하게 복원한 상태로 전시된 모델이 무척 반가왔습니다. 심지어 싣고 내린 짐들 때문에 혹사당했을 짐칸 안쪽까지 깔끔하게 다듬고 칠해, 언뜻 새 차 같은 느낌도 줍니다.


갤로퍼 2 이노베이션 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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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갤로퍼를 ‘현대의 첫 SUV’라고 이야기합니다.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렇다는 이야기인데, 굳이 따지면 흑역사이기도 하고 좋게 보면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현대자동차가 SUV를 만들기 전에,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차그룹 총수가 되기 전에, 미츠비시와 제휴해 간판 사륜구동 모델인 파제로를 국산화하고 손질해 현대정공에서 만들고 현대자동차서비스를 통해 판매한 것이 갤로퍼였죠. 잘 알려진 ‘왕자의 난’ 이후 정몽구 명예회장이 현대차그룹을 이끌게 되면서 갤로퍼도 현대 라인업에 흡수되었으니, 지금에 와서는 현대의 첫 SUV라는 표현을 거침없이 쓸 수 있게 된 것이고요.

전시된 갤로퍼 2 이노베이션 밴도 제 평가는 엇갈립니다. 자체 디자인으로 페이스리프트한 갤로퍼 2는 오리지널 파제로에서 벗어나는 과정이었는데, 갤로퍼 숏보디를 바탕으로 만든 이노베이션은 파제로의 랠리 인증용 고성능 모델인 파제로 에볼루션의 디자인만 흉내낸 보디 키트를 덧대서 그런 노력을 반감시켰으니까요. 게다가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뒷좌석을 없앤 화물용 밴이었습니다. 원형의 성격과는 전혀 반대되는 성격의 차가 인기를 얻었다는 것도 마니아 관점에서는 씁쓸했던 기억이 납니다.

일반 승용차들과 달리 사륜구동 차들은 대부분 디젤 엔진을 얹었기 때문에, 강화되는 환경 규제의 영향으로 옛 사륜구동 차들은 점점 더 보기 어려워질 겁니다. 많지도 않지만, 겉보기에 멀쩡한 차들도 예외는 아니죠. 이런 차들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보존하고 달릴 수 있는 방법을 만들고 찾아야겠습니다.


갤로퍼 롱 보디 ‘갤로퍼 대장정’ 참여 차

갤로퍼 출시에 즈음해 ‘갤로퍼 대장정’이라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해를 따라 서쪽으로’라는 부제를 단 이 행사는 몇몇 사람들이 갤로퍼를 몰고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는 것이었죠. 행사를 이끈 분은 지금은 돌아가신 김찬삼 교수였습니다. 평범한 사람은 외국에 나가기 어려웠던 1970~80년대에 세계 여행을 하고 여행기와 화보를 내어 명성을 얻은 분으로, 어렸을 때 다른 집에 놀러가면 그분이 내신 책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그분과 여러 여행가가 참여해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갤로퍼의 성능과 내구성을 입증하고 알리는 것이 갤로퍼 대장정의 목적이었습니다. 한창 자동차 시장이 커지던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에는 이렇게 화제가 될 만한 이벤트가 종종 있었습니다. 자동차 시장에 새로 진출한 현대정공/현대자동차서비스로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만한 행사가 필요했을 겁니다.

전시된 것은 갤로퍼 대장정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한 차 중 하나입니다. 미츠비시 파제로와 꼭 닮은 갤로퍼 초기형 롱보디죠. 따로 만든 루프 캐리어를 달고 몇몇 부분을 손질한 것 말고는 일반 판매 모델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스테인리스 파이프를 용접해 만든 불바와 그릴 가드는 지금은 보행자 안전 규제 때문에 사라졌지만, 한때 SUV를 사면 꼭 달아야 하는 액세서리 중 하나였습니다. 몇몇 아이템은 아예 새차 구매 때 선택 사항에 포함되기도 했고요. SUV 인기와 더불어 용품 업계도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을 주기도 했죠. 다 지나간 옛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옛날 추억들을 떠올릴 수 있는 실마리로서도 옛 차들은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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